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대기업 소속 경제학자도 해봤고, 정부 소속 경제학자도, 시민단체의 정책실장도, 원 없이 마이크를 잡고 대중들과 직접 만나는 일을 해왔던 저자, 우석훈이 편안히 그의 일상과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국민의 90%인 비독파(책을 읽지 않는)와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사회과학 형식보다 포장마차에서 쐬주 한잔 시켜놓고 얘기하는 식이라면 수용성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과 함께요. 

 

그 이야기의 밑바탕은 좌파도 우파도 아닙니다. (라고 해도 그는 너무 좌파지만요.) 생존해야 하는 사회인이 아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삶이란 꾸질꾸질하고, 티 안나는, 그렇지만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질구레한 일들의 연속이라는 것과, 사람은 때때로 사악하고 때로는 고결하고 때로는 순진하며, 대체적으로 생각을 귀찮아하는 존재라는 점, 그렇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총체적인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그가 참 매력적입니다. 

우석훈은 정말 절친했던 친구가 아니면 결혼식도 안 간다더군요. 가끔 그에게 누군가 돌잔치 오라하면, '좀 모자른 사람이군' 하고 수첩에 기록한답니다. 

그런 이유는 잘나가는 사람은 굳이 만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네요. 대신 누군가가 곤경에 처하면 꼭 인사를 간답니다. 그리고 단체든 회사든 어려운 시절이 지나고 나면 그곳을 떠나는데, 그 이유가 심오합니다. 즐거움까지 같이 나누려하면, 결국 인간의 본성을 보게 된다네요.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려하지 않는 것, 그의 인간관계 철학입니다. 

그런 그에게도 예외가 있어요. 바로 '아내' 입니다. 

결혼식 때 어쩔 수 없이 연미복을 입었는데, 그의 선배가 지금도 배신이라고 한다네요. 배신이란 얘기에 우석훈이 말합니다. 

'아내란.....그런 것이다.' 

 

우석훈이 말하는 마흔, 불혹은 흔들림이 없다는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혹시는 없다' 즉,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결정되어 버렸다는 의미라 합니다. 아직도 모르는 뭔가가 문득 튀어나와 신데렐라 같은 스토리가 벌어지지 않음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그런 삶이 마흔....무척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마흔일지라도,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네요. 익숙한 것낯선 곳, 둘 중의 하나를 말이지요. 익숙한 것만 쫓고 두 손 가득 꼭쥐고 추한 꼰대로 늙어가거나 비슷한 사람들끼리 덩더쿵 덩더쿵 하다가 어느날 문득 한나라당 할아버지처럼 변한 자신을 발견할 것인지, 낯선 곳을 찾을지 말입니다. 

낯선 곳에서 마흔이란 나이가 정신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받아야 할 것보다 주어야 할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을 테지요. 

 

그가 익숙함을 버리고 선택한 낯선 곳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현재 그의 직업은 주부인데요, 그가 일반 직장에 도저히 출근을 못하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러고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 때문이랍니다. 아침에 대충 출근해서, 점심은 집에 와서 먹고, 저녁 때 칼퇴근하는 거, 온 국민이 그렇게 사는 나라도 있는데, 도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생각이 많아 출근을 못하겠다니, 좀 별나기는 합니다. (꼭 필요한 생각이긴 하군요) 

 

그리고, 요즘 한국 중산층 이하의 가정에서 자란 10대들이 스스로 대학에 가는 건, 차라리 나라 구하러 만주가는 게 쉬운 일이라며 그의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조기유학 가지 않고, 학원 다니지 않은 10대들이 어떻게 하면 부모 잘 만나서 대충대충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고 나름대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특목고 가지 않고 그냥 공교육에 있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평온하게 한평생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란 고민으로 10대들을 만나고 글을 쓴다 합니다. 

 

심지어 그는 '꿈 같은 건 없어도 괜찮아' 합니다. 꿈, 목표, 열정이 욕망과 같다 얘기하면서, 어떤 시련이 있어도 그걸 넘어서라 말하는 건 괴물을 만드는게 아닐까 생각한다네요. 

 

저는 우석훈이 이야기하는 주제나, 내용, 방식, 심지어 고양이의 야성이 좋다고 하는 사소한 이야기 모두 모두가 좋았습니다. 

우리의 자녀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더 열악할 것이라는 걸 한국의 중산층이 집단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때가 사회 변화의 첫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대 담론 이야기도, 지금의 40대가 앞으로 겪게 될 시대의 변화는 승진을 위해 골프 정도는 쳐줘야 하는 시기에서 독서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 모두 모두 말입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보람'과 그가 마흔이라는 나이 앞에서 발견한 것들입니다. 

당췌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라곤 없는 제게 '보람있는 삶'....이란 문장은 오래토록 가슴을 울리더군요. 

비록 보람있는 삶을 살겠다 하는 순간, 행복은 파랑새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거라 하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가 발견한 것 - 사람은 가끔 착한 생각을 하고 잡스러운 생각이나 치사하고 좀스러운 생각을 할 때가 훨씬 많다는 말은, 보잘것 없는 제 인생에 큰 위안과 위로를 줍니다. 힐링받은 마음으로 그저 그렇기만 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보람을 덤으로 만든다면 더 바랄게 없겠어요. 

 

사람들이 얼마나 읽을지, 얼마나 받아들일지...그 고민과 함께 나온 이 책이, 이편 저편을 가리지 않고 많이 읽혔으면 좋겠어요. 강하고 분명한 어조가 아닌, 배 나오고 흰머리 희끗희끗한 아저씨가 <마시멜로 이야기>에 열광했고, <시크릿>을 열심히 보던, 정치에는 관심 없다고 하면서도 집값 떨어진다고 한나라당 찍는 그런 친구들과 같이 하고 싶은, 이 이야기를요.  

 

              

 

 

읽은 날  2012. 10. 30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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