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정래 선생의 화제의 신작, <정글만리>를 읽었습니다. 

핫한 시즌에 핫한 책이라니, 평소의 저답지 않습니다만, 직장동료 책상 위에 있어 가능했어요. 

직장 동료는 <정글만리>에 대해 대가다운 면을 발견하기 어렵고 누구나 아는 내용을 어깨 힘주어 설명하려고만 한 뻣뻣한 글이라며,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라는 평을 하더군요. 

뭐, 그래도 조정래 선생이니까, 읽어봤습니다. 

 

저의 간단 평은 이렇습니다. 

"역시 대가야~" 

 

<정글만리>에는 평소 선생다운 문장의 힘이 없습니다. 가독성 강한 문장에 여기저기 호기심과 재미 가득한 글로 페이지를 휘리릭 휘리릭 넘기게 해요. 

이것은 선생의 선택이지 않을까 싶어요. 

선생 필력이야 알고도 남음인데, 일부러 이런 문체를 사용한 거 같습니다. 이 책의 첫 독자는 종이 지면에 익숙한 독자가 아닌, 가상공간의 네티즌이거든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3개월 동안 매일 연재되면서, 1백만 회 이상의 높은 조회수와 1만 건 이상의 댓글로 생생한 반응을 보여줄 수 있는 사이버 세상의 독자가, 바로 선생이 만난 독자입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독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선생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의 비극을 예리하게 그려왔습니다.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자기 성철이자 미래를 향한 발판이죠. 이런 과정을 겪은 후 선생이 택한 곳이 '중국'입니다. 

이미 중국은 형용사가 쉼없이 증가하고 있는 나라에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G2로 등장해 미국을 상대할 수 있는 강대국,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한반도 정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형용사는 이제 너나할 것 없이 중국을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런 중국에 대해 선생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요? 

 

중국은 거대한 땅과 인구로 쉽게 파악하기 힘든 곳입니다. 

군맹무상(群盲撫象) 뜻처럼 맹인이 코끼리 만지기, 딱 그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저 또한 그랬습니다.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통해 압축성장 후유증 속에서 평범한 사람이 겪는 고통을 봤고, 인민이 단결하길 바라는 중국 내 극소수 지식인의 바램을 봤습니다. 

위화는, 단결된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미래에 희망을 놓지 않고 있어요. 

 

사토 마사루의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굳건한 공산당의 실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인민의 각성이 이뤄진다 해도, 특유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과 촘촘한 인맥이 건재한 공산당이 여전히 중국의 심장부더군요. 

 

정세현의 <정세현의 정세 토크>는 한반도 내에서 중국을 인식해야만 하는 우리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었구요. 

 

그리고 마지막, 중국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대로 오랜 동양의 철학과 문화의 중심이기도 했구요. 

 

이렇게 조각조각난 중국의 모습이 <정글만리>란 재미난 이야기로 추렴되더군요. 

왜 중국인지, 한중일 3국의 모습과 관계가 어떠한지, 지금 어떻게 해야하는지...쉽고 재미있게 풀어져 있습니다. 

 

<정글만리>는 중국에 진출한 종합무역상사 부장인 전대광이란 인물을 통해 전쟁터와 다름없는 그들의 활약상과 중국의 문화와 현재에 대해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런타이둬~ (사람이 너무 많아, 나 빼고 3억쯤 없어져야 해 란 의미)를 입에 달고 사는 나라, 수많은 빈부격차에도 불구, '돈이 적더라도 영 안 주는 것보다는 한결 낫지요. 우리 할아버지때만 해도 한 푼도 못 받고 배곯으며 일한 적도 있다던데요.' 라며 7천개가 넘는 계단을 하루 3,600원 받으며 불평없이 일하는 농민공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 내 공산당이 차지하는 위치가 인상적이었어요. 

몇 년에 걸쳐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만 될 수 있는 당원은 1당 독재를 떠받치는 인간 피라미드로서, 그들 중 일부가 빼돌린 돈이 133조원에 달한다 해도 이것을 바라보는 시각 차는 동양과 다르다는군요. 

즉, 서양 선진국들이 중국 관리의 부정부패가 민심의 동요를 일으키게 되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확대해 생각하며 비판하고 있으나, 그건 중국 내부 사정을 전혀 모르거나 일부러 외면한 철저한 서양의 관점이라는 겁니다. 

중국 인민들은 놀랄 만큼 당과 관리들에 대해서 너그럽고, 믿음을 가지고 있대요. 그들은 능력이 있고, 나라를 위해 애쓰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답니다. 관리들은 몇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오른 존재로, 평범한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 기죽지 않을 수 없다네요. 

인민의 당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는 마오쩌둥에 대한 굳건한 기억이 있어 가능하답니다. 인민의 85%가 농민인 시절, 마오쩌둥이 토지개혁으로 85%에 달하는 인민을 소작농에서 해방시켜 줬는데, 그 막강한 기억이 마오를 신으로까지 추앙시키는 거 같아요. 

 

선생이 이 책을 쓰기 위해 막대한 조사.연구를 했다는데요, 

중국을 서양 혹은 민주주의란 필터를 통해 보지 않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만의 내러티브에서 봐야한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3자는 그가 처한 상황과 입장이라는 두 개의 안경알을 통해 바라볼 수 밖에 없다하더라도 서양 혹은 민주주의라는 필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각이 들어요. 

선생의 방대한 조사에도 불구, 여전히 중국의 미래는 물음표로 남을 수 밖에 없고 그들의 미래는 그들한테 달렸다는, 또 반복되는 답이 남지만, 

자못 뻔하고 흔할수 있어 보이는 이 책은, '역시 대가~'란 인정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읽은 날 2013. 10. 23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서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 커닝을 해 대학에 붙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 가기가 싫었다." 

이런 박민규 다움이 이 책의 주제나 내용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가 선택한 소재는 실제로 있었던 '삼미 슈퍼스타즈'란 야구팀입니다. 

1981년 프로야구가 생겨날 즈음, 인천은 어느 기업도 나서지 않은 사고 지역이었답니다. 당시 삼미의 김현철 회장이 구세주처럼 등장해 인천을 연고로 만든 '삼미 슈퍼스타즈'가 개막전에 참가하죠. 

그러나 6개 구단 중 최약체답게 프로야구 역사 상 역대 최저 기록인 15승 65패를 기록하다, 경영난에 부딪힌 삼미가 청보에 매각하면서 프로야구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에 관한 이야기, 어느 정도 예상갑니다. 

최약체 팀을 응원했던 팬클럽, 그것도 마지막이라는 의미에 관한 거겠지요? 

예상과 달리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자신의 야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야구가 뭐냐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야구선수가, 그것도 프로가 치기 힘들다고 치지 않고, 잡기 힘들다고 잡지 않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만약 이래도 된다면, 괜찮을까요? 

 

박민규는 말합니다. 

우리는 그라운드에 서 있는 프로 야구선수와 다를 바 없다구요. 야구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치거나 잡거나 해야하듯 우리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훅훅 다가오는 유혹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어이, 자네 새 차를 뽑았다며? 여어, 진급을 축하하네! 에서 사소하게는 자네 요즘 비싼 담배로 바꿨군, 이나 미스 정 많이 예뻐졌네, 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당당한 모습으로 프라이드를 키워주며, 작은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이러한 것들이 착취의 다른 얼굴이라네요. 마치 누구나 칠 수 있을 것 같은 공을 끊임없이 던져주듯, 심지어 코앞에 공을 던져 유혹하듯 말이에요. 

알기조차 힘든 유혹 속에서 '자기만의 야구' 즉 '자기만의 인생'을 살기 위해선 남들이 하는 것처럼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한다면 가능하답니다. 

 

한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일원이었던 주인공은, 마지막에 그 길을 찾아갑니다. 

신이 누구나 감당키 어려울 만큼 긴 시간을 주었는데,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은 즉,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임을 자각하게 되지요.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라며, 가진 게 간단하면 인생이 간단하다며 그렇게 그만의 인생을 찾아갑니다. 

 

모두 와닿는 말이며, 와닿는 내용이에요.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보며 생각합니다. 

나름 다양한 독서를 한다지만, 취향에 맞는 책만 읽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그런 느낌의 책을요. 

치기 힘들고 잡기 힘들어도 할 수 있다란 믿음을 갖고 행하면 모두 할 수 있다란 생각에서 지속적으로 멀어지고 있다란 생각. 

그런 책이나 생각을 만나면, 나랑은 안 맞군... 하고 외면해왔을 거란 생각도요. 

 

박민규는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 꾸준히 자본주의 반대편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서도 학교 가기가 싫었다던 그에게 무엇이 집필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다양하고 다채롭고 싶은 독서 앞에, 저 역시 꾸준히 한 길을 가고 있네요. 

무엇이 그 길을 가게 하는지.... 

또렷한 대답이 되돌아 옵니다. 

 

 

 

 

 

읽은 날  2010. 1. 4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실의 시대>에 <위대한 개츠비>가 나옵니다. 

 

"1968년에 F.스콧 피츠제럴드를 읽는다는 것은 반동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결코 권장할만한 행위는 아니었다. 

그 당시 내 주위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으며, 나와 그가 친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중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위대한 개츠비>와의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데이지는 가난을 참을 수 없어 개츠비를 차버립니다. 그런 그녀를 여전히 사랑한 개츠비는 돈을 왕창 벌어 그녀 앞에 서게 되구요. 5년의 세월이나 그녀가 이미 결혼한 것과 상관없이 자신의 사랑을 피력하며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되돌려 놓으려 합니다. 

이런 주된 줄거리에 불륜과 살인이 등장해, 소설 중반까지 그렇고 그런 연애소설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왜 유명할까....? 제1차 세계대전 후, 급변하는 사회에 무관심한 주인공의 삶을 잘 표현해서 그런가 싶었어요. 이런 분위기는 묘하게 <상실의 시대>와 겹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개츠비가 살해당하면서 책에 대한 느낌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설 마지막에 작품의 관찰자이자 화자인 '나', 닉 캐러웨이가 말합니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 꿈이 이미 자신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이 밤 아래 두루마리처럼 펼쳐져 있는 도시 너머 광막하고 어두운 어떤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이 문장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문장 덕에 <위대한 개츠비>는 제게 해석되어 졌어요. 

 

개츠비에게는 '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 낭만적인 민감성'이 있었던 겁니다. 

부(富)가 보호해 주는 젊음과 신비, 많고 화려한 옷이 풍기는 신선함, 그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은처럼 빛나던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무모한 사랑은,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을 향해 한 치 의심없이 돌진하는, 우리가 흠모하는 정신 같았어요. 

비록 데이지가 사랑받을만한 사람이 아니어도 말이에요. 

 

사실 많고 많은 사람들이 닿기 어려운 이상을 향해 돌진합니다. 이상이 옳을 수도 틀릴 수 있지만 그것은 차후의 일일 뿐, 각자의 이상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곤 하죠. 

대개는 쉼없이 달리다가 좌절과 회의, 후회를 하곤 합니다. 

때론 내 이상이 옳은 것일까..... 의심을 품어요. 

그렇다보니 개츠비처럼 한 치 의심없이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게 누구나 쉬 하기 어려운 일이 되며, 그렇기에 개츠비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로부터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이 주제를 풀기 위해 F.스콧 피츠제럴드는 당시 미국사회의 민감한 문제였던 '동부, 서부'를 등장시키고,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재산을 불린 개츠비를 부각시킵니다. 

이러한 작품의 장치와 작가가 지닌 문장의 힘은 작품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어, 이 작품이 단순한 '연애소설'을 넘어 1920년대 미국인의 삶을 대변하는 작품이 되게 합니다. 

 

당신은 이상향이 있으신가요? 

그 이상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고 계신가요? 

 

얼마 전 독서생활의 중간 결산을 해볼까 싶었어요. 

그러다 곧 포기했어요. 

결론이 너무 우울할 거 같았거든요. 

세상의 원리를 알고 싶어 신과 우주를 파고, 

현실의 원리를 알고 싶어 사회과학 분야를 파고, 

미래의 원리를 알고 싶어 현자의 말을 팠지만 

손에 쥐어진 것은 너무나 초라했거든요.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포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개츠비가 더 위대해 보이더군요. 

한 치 의심없이 이상을 향해 돌진한 개츠비.........나는 또 다시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싶었어요. 

이래저래 독서는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만, 나름의 진리를 구하던 열정이 식었습니다. 웬만한 책을 읽어도 예전의 감동이 없고, 책은 이제 분석대상이 되버렸습니다. 

과연 이래도 좋을까요.....? 

 

다시 세상과 책을 통해 열정을 찾아갈거라 믿습니다. 

머리로 아는 낙관적 희망이 탈출구가 되줄거에요. 분.명.히.

 

 

 

원작의 묘미를 충분히 살렸을.....까? 

 

읽은 날  2013. 8. 2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동안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와 동의어였습니다. 

20대 때 만난 <상실의 시대>는 감동적이었죠. 

그 기억으로 <1Q84>를 읽어봤습니다. 

1권을 읽고 그만 읽으려 했는데, 2권이 절로 왔어요. 결국 3권을 사서 완독했습니다. 

그리고 욕 했어요. 

이런 시시한 연애소설 따위를 읽느라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구요. 

1,997 쪽이나 되다니욧! 500쪽 정도였으면 욕하지 않았을 거에요. 

어휴.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국에서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왜일까요?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의 시작을 찾아봐야 했어요. 

이렇게 기억나지 않는 <상실의 시대>와 재회했습니다. 

 

다시 만난 <상실의 시대>, 좋았습니다. 

그가 왜 여전히 사랑받는 작가인지 알겠더라구요. 

아니, 이 책이 처음 나온 1990년대에 우리가 왜 그토록 열광했는지를 알겠더라구요. 

우리는 <상실의 시대>를 통해 자신을 보고 느꼈고, 그리고 희망을 가졌던 겁니다. 

 

이 작품은 일본의 1960년대 전공투 세대(국가 권력과 기성세대에 맞서 이상주의적 해방구를 건설하려 했던)의 시대상실 아픔을 매우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풍부한 표현력은 주인공과 등장인물을 둘러싼 시대 분위기를 현재로 소환시키고도 남아요. 

주인공을 둘러싼 등장인물이 10대, 20대 젊은 나이에 연이어 자살합니다. 주인공의 절친 기즈키, 나오코의 친언니, 하쓰미, 그리고 마지막 나오코까지요. '자살'이 시대 분위기를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 배경입니다. 그러나 하루키는 밝고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이는 주인공의 선배인 나가사와, 레이코 그리고 뺴놓을 수 없는 미도리라는 인물 덕입니다. 

주인공은 중립적이구요. 

사실, 그럴 수 밖에 없군요. 

무겁고 암울한 시대 분위기에 둘러쌓였으나, 압사당하지 않고 결국 희망을 찾아내니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생각났습니다. 

비슷합니다. 비슷해도 너무 비슷합니다. 

단지, 우리가 일본의 전공투 세대와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어서일까요. 

암울한 시대적 배경을 등장인물의 '자살'로 표현하는 건 어쩔수 없는 걸까요. 

주인공이 도시를 끝없이 걸으며 그들의 시간을 공유하는 것 또한 말입니다. 

 

그러나 두 작품의 차이는 마지막에 있습니다. 

<상실의 시대> 주인공은 존재의 방황을 마치고 과거와 멋진 이별식을 치른 후 두근두근 가슴으로 도약대에 섭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멋지게 너와 함께 하겠다고. 

이와 달리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겨우 한마디 하는 정도에요. 

이 한마디가 무에 그리 어렵다고 길고 긴 세월을 돌아, 겨.우. 

 

<상실의 시대>는 존재를 찾아가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구시대 재료가 아닌 현대의 재료로 잘 버무려냈습니다. 그런 새로움이 젊은이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 같아요. 

이는 시대적 전환기 즉, 제2차 세계대전 후 세대를 중심으로 한 사회, 가치관 변화 흐름에 상당히 부합했으리라 여겨집니다. 

이 작품만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최근작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요. 

 

 

 

 

다시 읽은 날  2013. 8. 1     by 책과의 일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는 소설, 정유정의 <7년의 밤> <28> 입니다. 

그의 소설은 남다른 스토리 힘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기존 국내 여성작가와 완전! 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국내 여성작가 - 정은궐, 김애란,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김려령, 박경리, 박완서, 구병모.....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만, 그의 글은 확연히 다릅니다.  (박경리 선생은 제외해야겠군요!)  

더글라스 케네디나 기욤 뮈소의 베스트셀러와 견주어도 손색 없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악인'이 등장하는데요, 왜 악인이 될 수 밖에 없는지, 악인이 되기까지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지 않습니다. 

<7년의 밤> 악인은 '오영제'입니다. 그는 오랫동안 아내와 딸을 정신적.육체적으로 학대했고,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과 아무 죄없는 그의 아들에 대한 복수로 7년을 유령처럼 살아요. 오영제의 복수는 독자의 공감을 전혀 받지 못하는데요, 작가는 오영제를 그저 '정신병자'라 말합니다. 

 

<28>의 악인은 '박동해'입니다. 작가는 전작과 달리 박동해에 대한 설명을 좀 더 합니다. 

잘나디 잘난 두 남매 사이에 낀 박동해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었을 뿐인데, 늘 의도대로 되지 않아 아버지로부터 폭행과 학대를 받습니다. 즉, 자존감을 가지기 힘든 유년시절이 악인 박동해에 대한 설명이에요. 

 

당신은 '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악'과 '악한 행동', '악한 행동을 하게 하는 이유' 이러한 것들은 모두 다르겠지요. 

 

성선설, 성악설.. 오래된 얘기도 있습니다. 사람은 물드는 존재라 말한 묵자도 있구요. 

얼마전까지 사람은 '백지'로 태어나 물드는 존재라 말한 묵자의 인간상을 격하게 공감했는데,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사람은 하얀 백지상태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성향을 가진채 태어나 시대, 가정, 사회환경 및 기질에 따라 인간성이 결정된다 여기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웃는 것은 학습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 성향때문인거죠. 

 

보편적 성향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득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악한 행동에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저절로 갖고 있는 성향과 반대되는 행동이 일어난거라 원인을 찾고 싶은 거지요. 

사람은 혼자 똑 떨어져 살 수 없기에 가정, 시대, 사회, 문화에서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 이유가 있겠지. 

이유를 보니 그럴만 하군~ 

이런 패턴이 익숙합니다. 

 

 

 

이런 제게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등장인물이 취하는 행동은 대체적으로 악한 의도가 없습니다. 심지어 모정, 애착 욕구 등 가련하기 그지 없어요. 인물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악한 것이 될 뿐이며, 하필~ 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악운이 더해져 안타깝게 됩니다. 단순히 삐뚤어진 모정, 우정, 애착욕구, 인정욕구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이유가 있는 악한 행동도 있고 의도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악한 행동도 있겠지요.  

논리적으로 단순한 사실이지만, 소설을 통하면 '감동'이란 단어가 있어 남다릅니다. 이래서 책을 간접경험이라 하는게지요. 

 

<고백>에서 인상적이었던 느낌은 일본소설만의 특징일까요. 

오타쿠, 초식남... 등 일본을 표현하는 많은 신조어 사이에 이 소설이 위치하는 걸까요. 

일본의 대중적 대표작가와 작품을 읽어봤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미나토 가나에, 쓰지 히토나리, 에쿠니 가오리, 오가와 요코, 오쿠다 히데오, 요네하라 마리, 히가시노 게이고... 

이 참에 읽어보지 않았던 요시모토 바나나,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를 읽어볼 참입니다. 이 작품들도 역시 일본소설일지, 아닐지 기대되는군요.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원인.결과에 익숙한 제게 '감동'으로 시야를 넓혀준 책입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듯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일테지요.  

그렇지만, 애초 의도와 완전 다른 결과로 황망할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당신께도 그러하기를! 

 

 

 

 

by 책과의 일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