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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는 소설, 정유정의 <7년의 밤> <28> 입니다.
그의 소설은 남다른 스토리 힘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기존 국내 여성작가와 완전! 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국내 여성작가 - 정은궐, 김애란,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김려령, 박경리, 박완서, 구병모.....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만, 그의 글은 확연히 다릅니다. (박경리 선생은 제외해야겠군요!)
더글라스 케네디나 기욤 뮈소의 베스트셀러와 견주어도 손색 없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악인'이 등장하는데요, 왜 악인이 될 수 밖에 없는지, 악인이 되기까지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지 않습니다.
<7년의 밤> 악인은 '오영제'입니다. 그는 오랫동안 아내와 딸을 정신적.육체적으로 학대했고,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과 아무 죄없는 그의 아들에 대한 복수로 7년을 유령처럼 살아요. 오영제의 복수는 독자의 공감을 전혀 받지 못하는데요, 작가는 오영제를 그저 '정신병자'라 말합니다.
<28>의 악인은 '박동해'입니다. 작가는 전작과 달리 박동해에 대한 설명을 좀 더 합니다.
잘나디 잘난 두 남매 사이에 낀 박동해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었을 뿐인데, 늘 의도대로 되지 않아 아버지로부터 폭행과 학대를 받습니다. 즉, 자존감을 가지기 힘든 유년시절이 악인 박동해에 대한 설명이에요.
당신은 '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악'과 '악한 행동', '악한 행동을 하게 하는 이유' 이러한 것들은 모두 다르겠지요.
성선설, 성악설.. 오래된 얘기도 있습니다. 사람은 물드는 존재라 말한 묵자도 있구요.
얼마전까지 사람은 '백지'로 태어나 물드는 존재라 말한 묵자의 인간상을 격하게 공감했는데,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사람은 하얀 백지상태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성향을 가진채 태어나 시대, 가정, 사회환경 및 기질에 따라 인간성이 결정된다 여기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웃는 것은 학습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 성향때문인거죠.
보편적 성향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득적으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악한 행동에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저절로 갖고 있는 성향과 반대되는 행동이 일어난거라 원인을 찾고 싶은 거지요.
사람은 혼자 똑 떨어져 살 수 없기에 가정, 시대, 사회, 문화에서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 이유가 있겠지.
이유를 보니 그럴만 하군~
이런 패턴이 익숙합니다.

이런 제게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등장인물이 취하는 행동은 대체적으로 악한 의도가 없습니다. 심지어 모정, 애착 욕구 등 가련하기 그지 없어요. 인물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악한 것이 될 뿐이며, 하필~ 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악운이 더해져 안타깝게 됩니다. 단순히 삐뚤어진 모정, 우정, 애착욕구, 인정욕구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이유가 있는 악한 행동도 있고 의도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악한 행동도 있겠지요.
논리적으로 단순한 사실이지만, 소설을 통하면 '감동'이란 단어가 있어 남다릅니다. 이래서 책을 간접경험이라 하는게지요.
<고백>에서 인상적이었던 느낌은 일본소설만의 특징일까요.
오타쿠, 초식남... 등 일본을 표현하는 많은 신조어 사이에 이 소설이 위치하는 걸까요.
일본의 대중적 대표작가와 작품을 읽어봤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미나토 가나에, 쓰지 히토나리, 에쿠니 가오리, 오가와 요코, 오쿠다 히데오, 요네하라 마리, 히가시노 게이고...
이 참에 읽어보지 않았던 요시모토 바나나,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를 읽어볼 참입니다. 이 작품들도 역시 일본소설일지, 아닐지 기대되는군요.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원인.결과에 익숙한 제게 '감동'으로 시야를 넓혀준 책입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듯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일테지요.
그렇지만, 애초 의도와 완전 다른 결과로 황망할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당신께도 그러하기를!
by 책과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