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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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에 <위대한 개츠비>가 나옵니다. 

 

"1968년에 F.스콧 피츠제럴드를 읽는다는 것은 반동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결코 권장할만한 행위는 아니었다. 

그 당시 내 주위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으며, 나와 그가 친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중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위대한 개츠비>와의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데이지는 가난을 참을 수 없어 개츠비를 차버립니다. 그런 그녀를 여전히 사랑한 개츠비는 돈을 왕창 벌어 그녀 앞에 서게 되구요. 5년의 세월이나 그녀가 이미 결혼한 것과 상관없이 자신의 사랑을 피력하며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되돌려 놓으려 합니다. 

이런 주된 줄거리에 불륜과 살인이 등장해, 소설 중반까지 그렇고 그런 연애소설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왜 유명할까....? 제1차 세계대전 후, 급변하는 사회에 무관심한 주인공의 삶을 잘 표현해서 그런가 싶었어요. 이런 분위기는 묘하게 <상실의 시대>와 겹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개츠비가 살해당하면서 책에 대한 느낌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설 마지막에 작품의 관찰자이자 화자인 '나', 닉 캐러웨이가 말합니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 꿈이 이미 자신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이 밤 아래 두루마리처럼 펼쳐져 있는 도시 너머 광막하고 어두운 어떤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 -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이 문장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문장 덕에 <위대한 개츠비>는 제게 해석되어 졌어요. 

 

개츠비에게는 '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 낭만적인 민감성'이 있었던 겁니다. 

부(富)가 보호해 주는 젊음과 신비, 많고 화려한 옷이 풍기는 신선함, 그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은처럼 빛나던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무모한 사랑은,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을 향해 한 치 의심없이 돌진하는, 우리가 흠모하는 정신 같았어요. 

비록 데이지가 사랑받을만한 사람이 아니어도 말이에요. 

 

사실 많고 많은 사람들이 닿기 어려운 이상을 향해 돌진합니다. 이상이 옳을 수도 틀릴 수 있지만 그것은 차후의 일일 뿐, 각자의 이상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곤 하죠. 

대개는 쉼없이 달리다가 좌절과 회의, 후회를 하곤 합니다. 

때론 내 이상이 옳은 것일까..... 의심을 품어요. 

그렇다보니 개츠비처럼 한 치 의심없이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게 누구나 쉬 하기 어려운 일이 되며, 그렇기에 개츠비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로부터 '위대하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이 주제를 풀기 위해 F.스콧 피츠제럴드는 당시 미국사회의 민감한 문제였던 '동부, 서부'를 등장시키고,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재산을 불린 개츠비를 부각시킵니다. 

이러한 작품의 장치와 작가가 지닌 문장의 힘은 작품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어, 이 작품이 단순한 '연애소설'을 넘어 1920년대 미국인의 삶을 대변하는 작품이 되게 합니다. 

 

당신은 이상향이 있으신가요? 

그 이상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고 계신가요? 

 

얼마 전 독서생활의 중간 결산을 해볼까 싶었어요. 

그러다 곧 포기했어요. 

결론이 너무 우울할 거 같았거든요. 

세상의 원리를 알고 싶어 신과 우주를 파고, 

현실의 원리를 알고 싶어 사회과학 분야를 파고, 

미래의 원리를 알고 싶어 현자의 말을 팠지만 

손에 쥐어진 것은 너무나 초라했거든요.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포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개츠비가 더 위대해 보이더군요. 

한 치 의심없이 이상을 향해 돌진한 개츠비.........나는 또 다시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싶었어요. 

이래저래 독서는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만, 나름의 진리를 구하던 열정이 식었습니다. 웬만한 책을 읽어도 예전의 감동이 없고, 책은 이제 분석대상이 되버렸습니다. 

과연 이래도 좋을까요.....? 

 

다시 세상과 책을 통해 열정을 찾아갈거라 믿습니다. 

머리로 아는 낙관적 희망이 탈출구가 되줄거에요. 분.명.히.

 

 

 

원작의 묘미를 충분히 살렸을.....까? 

 

읽은 날  2013. 8. 2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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