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Vivian Maier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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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는 보모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사진은 취미로 찍었고, 인화하지 않은 것도 꽤 많았다. 사람들은 그가 사진을 자주 찍는다는 건 알고 있었어도, 이렇게 많은 양을 찍은 것을 알지 못했고, 또한 빼어난 감각으로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우연히 차고 경매에서 인화되지 않은 필름을 사게 된 사람이 그가 남는 필름들을 인화하면서 사진이 범상치 않다는 것 느끼고 인터넷에 올리면서 비비안 마이어는 스타가 되었다. 

그는 왜 자신의 사진을 발표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왜 사진으로 유명해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녀가 찍은 도시 풍경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난 것은,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높이겠다거나 맹목적으로 숭배하게 만들겠다거나 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삶이란 무엇이며 삶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계속 직면하고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그녀 자신의 욕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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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레티시아 - 인간의 종말
이반 자블론카 지음, 김윤진 옮김 / 알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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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한다. 한 대학교수가 르포형식의 글을 썼다. 중간까지는 이 사건에 연루된 많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면서 왜 이렇게 심각한 범죄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쓰다가, 이런 범죄자를 사회에 돌려보낸 판사들을 비난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빠진다. 사건이 종결되어 가면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자신이 느낀 바를 쓰는데 이 장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성폭력과 가정폭력이 줄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의견은 단 한줄도 나오지 않았고, '그녀가 나다'라는 식의 결론은 우스웠다. 

레티시아가 세 살일 때,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를 폭행했다. 그다음 양부가 그녀의 언니를 성추행했으며, 그녀 자신도 18년밖에 살지 못했다. 이러한 드라마는 여성들이 모욕당하고 학대받고 구타당하고 강간당하고 살해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여성들이 완벽하게 권리를 가진 존재들이 아닌 세상, 희생자들이 역정과 구타에 체념과 침묵으로 답하는 세상, 언제나 같은 사람들만 죽어 나오는 출구 없는 방

술에 취해 때리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칼을 휘두르고, 부당하게 재산권을 강탈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강간하는 남자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타인들에 대한 두려움, 당국에 대한 두려움, 세상에 대한 두려움... 이는 충격과 기대의 묘한 혼합물로 굳어버린 미소로 나타나는데, 결국 이것은 내가 무언가 잘못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자 상대의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는 무언의 치열한 노력이다.

아동은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하며, 예측 가능하고, 접근 가능한, 그러면서 자신의 욕구를 이해할 수 있고, 긴장을 해소해줄 수 있는" 성인과의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썼다.

곤궁, 폭력, 뒤섞여 사는 삶, 권태, 버려졌다는 감정 등이 재소자의 소외감을 악화시키고 그리하여 감옥은 이제 범죄를 유지시키는 유배의 장소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유혹, 흥분, 그러한 로망스의 시작은 어린 소녀로 하여금 의식적으로건 아니건 결핍을 메울 수 있게 해준다.

알코올중독에 의한 섬망증, 겉만 번지르르한 악덕, 발작적 살인, 범죄 포퓰리즘, 이것은 네가지의 문화이며, 남성 타락의 네 가지 유형이고, 폭력을 영웅시하는 네 가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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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에세이 만드는 법 - 더 많은 독자를 상상하는 편집자의 모험 땅콩문고 시리즈
이연실 지음 / 유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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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에세이를 쓸 수 있다면 생각한다.

편집자가 작가과 보조를 맞추어 얼마나 많은 조율을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 뒤에는 좋은 편집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 작가들은 지도를 가지고 있는 지혜로운 현자가 아니라, ‘길을 잃고 헤매는 자들‘,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 검투사로 봐 주면 딱 적당한 포지션이야.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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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먹을 수 있는 여자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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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어보는 마거릿 애트우드 소설이었다. 명불허전이다. 너무 재밌어서 빨려 들어갈듯 읽었다. 엘레나 페란테 이후 처음이다. 애트우드의 책을 모조리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책에 등장하는 '나'는 친구랑 동거를 하고 있다. 동거 하는 집은 집주인이 일층에 살고 있어서 모든게 조심스럽다. 집주인이 언제 나갔다가 언제 들어오는지까지 체크하며 사사건건 간섭을 하기 때문이다. 친구는 갑자기 애를 낳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정자를 줄 사람을 물색하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남자를 점찍는다. 나는 결혼을 할 남자친구가 있다. 결혼감으로 손색 없는 남자인데 이제 뭔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대학원에 다니는 어떤 놈팽이 같은 놈을 만나게 된다. 


관심도 없고 내가 만드는 데 관여하지도 않은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건 이미 학교에서부터 적응이 되어 있었다. 내 이름을 적었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먼 미래에 나를 구속하는 뭔지 모를 서류에 서명을 했다는 데 따르는 어떤 미신 같은 공포 때문이었다. - P53

그들은 현실감각이 없고 어떻게 하면 체계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 가구, 식사, 정리 정돈과 같은 기본적이고 기계적이며 사소한 것들이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큰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피터와 나는 아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처리해야 할 소소한 부분들이 아직 많기는 하다. 따지고 보면 피터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매력적이고 창창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며 깔끔하다. 깔끔하다는 것은 동거인으로서 중요한 포인트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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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민낯, 러브 주식회사 - 자본주의로 포장된 로맨스라는 환상
로리 에시그 지음, 강유주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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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을 '소비'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이성애 로맨스에 환장한 한국도 만만치 않다. 

사랑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결국은 사랑이 제일 중요하고 사랑이야말로 사람을 살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처에 있다. 그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은? 프로포즈와 기념일 챙기기 등 이 모든 것도 소비를 배제하고 말할 수 없다. 유명인의 결혼식은 항상 화제가 되고, 요즘은 결혼식 준비 과정부터 세세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많이 생겨났다. 이 모든게 다 지겨운 이유는,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화려한 결혼식은 절대 올리지 못할 것이라 이상한 열등감만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 기반이 탄탄하면서 정신이 똑바로 박힌 (성매매 안하고, 성폭력 안하고 여자를 존중할 줄 아는) 남자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애초에 저버렸기 때문이다. 

데이팅 앱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만든다. 잠수타고 메시지를 그냥 지워버리면 끝이니까. 서로 감정적 소모를 하기 싫어 한다. 하지만 인간 관계는 (게다가 애정을 거래하는 자리라면 더군다가) 어느 정도의 감정 노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노동의 대가가 형편없다. 

프로포즈를 공개적인 장소에서 하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프로포즈 영상이 업로드 되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너무 끔찍한 관종들이다. 그 사람이 너에게 중요한 파트너가 된다는 일을 왜 세상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진짜 쓸데없는 짓도 가지가지라고 생각했다.  

로맨스가 실은 우리를 파괴하는 동시에 살리기도 하는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에 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들이다. - P7

우리는 상황이 악화될수록 더욱 로맨스에 의존해 미래의 희망을 느끼려고 한다. 자본주의가 로맨스의 원인이라서가 아니라, 로맨스는 암울한 자본주의로부터 가장 즐겁게, 동시에 가장 미래지향적으로 할 수 있는 도피이기 때문이다. - P13

사실 로맨스는 세상의 구조적인 위협에 대한 개인화된 해결책이다. 로맨스는 민족주의와 마찬가지로 결코 미래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을 보지 못하게 할 뿐이다. 미래가 개인이 아닌 공동의 것이며, 지금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게 막는다. - P14

로맨스는 우리를 안심시켜 정치가 아닌 사랑에 초점을 맞추도록 만든다. 로맨스는 공적인 영역을 외면하고, 세상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애정 관계와 가족에만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 P15

진정한 사랑이 행복하고 안정된 미래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산업화 그리고 성과 계급, 인종, 성별에 대한 근대사상과 함께 시작되었다. - P18

로맨스는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나타내는 사상이다. 이데올로기로서 로맨스는 완전한 시민권과 국가가 주는 추가 권리와 특권 뿐 아니라, 해피엔딩의 자격이 특정한 사람 (대개 백인이고 이성애자이며 부유하고 젠더 규범에 부합하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가르친다. - P18

백인성과 이성애, 결혼 여부는 미국 시민권에 언제나 중요한 요소였다. - P24

문화가 우리더러 따르라고 가르치는 사랑의 대본은 무엇인가? 소비자 자본주의는 해피엔딩을 꿈꾸는 우리에게 어떤 상품을 파는가? 사랑은 어떻게 ‘생산‘되고 여러 산업과 이데올로기에 ‘통합‘되어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가? - P33

친절한 사실주의는 미래를 개인화하지 말라고, 환경 파괴와 종교 근본주의와 부의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자원을 함께 모으는 것이야말로 개인의 해피엔딩을 찾는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화가 아니다. 사랑보다 ‘휴머니티‘를 훨씬 더 중시하는 세계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 P34

로맨스 문화와 로맨스 시장은 우리가 사랑을 배우는 방법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그냥 사랑법도 아니고 여자 아기를 신부로, 남성을 포함한 모든 사랑을 로맨틱한 존재로 바꿔놓는 특정한 사랑법을 배운다. - P44

귀부인은 아이와 마찬가지로 성적 포식자에게서 보호받아야 했다. 귀부인은 욕망이 없고 순수해서 욕망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 P47

로맨스의 중심에는 경제적 환상도 자리한다. 사랑에 빠지면 물질 세계에 관한 걱정이 사라지므로 미래가 안전해질 수 있다는 환상이다. - P68

훅업 문화는 "이제 미국 역사의 일부분이며 젊은 사람들이 성적 만남을 시작하고 로맨틱한 관계를 이루는 가장 새로운 방법이다." 그렇다고 요즘 대학생들이 예전 세대보다 섹시를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반세기 동안은 그렇다. 달라진 점은 섹스가 인간적인 감정과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문화가 대학가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 P90

로맨스는 다른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물질세계를 비물질적 상징이라는 연막으로 가린다. 미국의 지정학적 관심사가 "민주주의에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로 위장된 것처럼, 로맨스는 인종과 계급, 젠더, 민족, 성 지배 엘리트 같은 것들을 동화 같은 결혼식과 해피엔딩의 연기에 가려 보이지 않게 한다. - P166

로맨스가 이데올로기로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동이 거의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습관적이기 때문이다. - P176

허니문과 인게이지먼트문, 얼리문은 연간 7조 6,000억 달러 규모로, 전 세계 산업에서 6위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에 속한다. 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이 거두는 수익의 규모가 농업과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더욱 감이 잡힐 것이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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