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내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혼자순댓국에 소주 한 병을 시켜 먹는 나이 든 여자를 향해쏟아지는 다종 다기한 시선들이다. 내가 혼자 와인 바에서 샐러드에 와인을 마신다면 받지 않아도 좋을 그 시선들은 주로 순댓국집 단골인 늙은 남자들의 것이다. 때로는 호기심에서, 때로는 괘씸함에서 그들은 나를 흘끔거린다. 자기들은 해도 되지만 여자들이 하면 뭔가 수상쩍다는 그 불평등의 시선은 어쩌면 ‘여자들이 이 맛과 이재미를 알면 큰일인데‘ 하는 귀여운 두려움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두려움에 떠는 그들에게 메롱이라도 한 기분이다. 누가뭐래도 나는 요절도 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반세기 가깝게 입맛을 키우고 넓혀온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니까.
조현병에 대해서 사실 아는게 거의 없었다. 어떤 가이드 아저씨가 자기 딸이 조현병으로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지인의 여동생이 조현병 환자라 병원을 들락날락 한다고 들은 적은 있어도, 얼마나 심각하고 어떤 증상이 나는 병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현병으로 아들을 잃은 작가가 쓴 책을 몇 주 전에 읽고 나서,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고 어떻게 전면적으로 환자와 주변 인물을 서포트 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조현병으로 큰 고생을 한 작가가 직접 남긴 수기여서, 조현병을 앓는다는 것을 간접 체험하게 해준다. 10주간 독방에 갇혔을 때의 마음이나 자해를 하게 되는 메커니즘 등 평범한 삶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을 겪은 사람은 이 경험을 어떻게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는가. 이것을 잘 알 수 있는 책이다.
죽을 때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도록, 먼저 이 세상을 뜨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자기에게 함몰된다는 것은 타인의 말을 듣고 바로 그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법을 잊는다는 말이다. 언어는 세계를 짓는 도구다. 우리는 타인의 말을 듣고 그 말에 응답하면서 그 사람과 나 사이에 관계를 맺고 유지한다. 말을 통해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면서 그 안에 나와 그가 머무른다. 이것을 공동의 집, 세계라고 한다. 언어는 바로 이 공동의 집인 세계를 짓는 도구다.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무엇이든 할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신이 누구인지, 또는 적어도 당신을 가로막고 있는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