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전장에 있어야 할 적이 전장에 없었다. 그게 이 전쟁의 가장 불공평한 점이었다. 

 한 쪽은 모든 걸 걸었는데 반대쪽은 아무 것도 걸지 않았다."









 

언젠가 한창 뉴스를 즐겨봤던 때가 있었다. 세상사에 무뎌지고 내 머리 속에 상식이란 없는 것 같아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챙겨봤다. 한 며칠을 꼬박 보고 나니 완전히 질려 버렸다.

온갖 부정부패가 들끓고 나잇살이나 먹은 양반들이 국회에서 주먹질이나 초등학교 애들이나 할만 한

유치한 비방들을 펼치고 사회적 약자들은 발버둥을 쳐도 언제나 약자였고 법은 약자의 편도, 정의의 편도

아닌 강하고 부유한 자의 편임을 연일 보도하는 뉴스.

 

이런 것들이 보편적인 세상사고 상식이라면 몰라도 그만, 아니 몰라야 약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아들이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전경들이 행사한 폭력에 죽었다. 16살의 어린 아들의 죽음 앞에 아버지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분노한 아버지는 눈 앞에서 아들을 짓밟은 전경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특수 공무집행 방해치사 혐의로 기소되고 경찰 측에서는 그의 아들을 죽인 사람은 경찰이

아닌 용역업체 사람이라 주장하며 교묘히 빠져나가버린다.

국선변호사인 "나"는 한 로펌의 의뢰로 시민단체에서 맡은 한 지역 철거민에 대한 소송을 의뢰받는다.

한 남자가 경찰을 때려 죽게 만든 사건의 소송, 누가 봐도 패배가 뻔한 것 같은 사건이 진행될 수록 법조계와

경찰, 그리고 국가까지 연계되어진 거대한 사건으로 커지기 시작한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개인이 없는 국가란 있을 수 없음을...

하지만 가장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 그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혀도 정의는 쉽게 실현되지 않는다. 바보가 아닌 이상 국가가 어느 상황에

서건 무조건적으로 국민을 우선시하고 국민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더 <소수

의견>같은 소설이 필요하다. 그것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한번은 부딪쳐줬으면

하는 바램. 국가 권력의 수장들이 줄줄이 끌려 내려오고 소수의 의견이 관철되어 다수의 생각으로 까지 발전하는

것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한번은 꾸고 싶은 꿈들이라는 것을 작가는 알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나"가 철거민 사건의 소송 중에 철거민을 사주, 살해하게 만든 조직 폭력배의 변호를 맡게 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고 누구나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작가가 주장하는 소수의견의 힘이 더욱 더 견고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사실 법적 용어가 춤추고 국민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야 할 법이 되려 국민을 억압하고 악용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어가는 소설의 내용을 신나게 읽어 내려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두 세 번 반복해서

읽었고 나도 모르게 권력자들의 악행에 분노 게이지가 상승했지만 잠시 멈춰 화를 다스리고는 다시 책을 읽었다.

그러다 갑자기 재밌어졌다.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는 권력에 맞선 젊은 변호사의 활약이 추리 소설에서 보여지는

탐정의 활약만큼이나 신이 났다. 세상에 그런 변호사 하나 쯤은 있어줘야 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대통령이 되기 전 열혈 변호사이기도 했던 그 분이 떠올랐고 법의 이름이라는 명명 아래 자신의

책임을 권리로 오해하고 남용하는 많은 권력자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정말 이 세상에 절대 소수인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법을 있는 그대로 적용시켜 줄 사람이 한명쯤이 있어야 하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한창 뉴스를 즐겨봤던 때가 있었다. 세상사에 무뎌지고 내 머리 속에 상식이란 없는 것 같아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챙겨봤다. 한 며칠을 꼬박 보고 나니 완전히 질려 버렸다.

온갖 부정부패가 들끓고 나잇살이나 먹은 양반들이 국회에서 주먹질이나 초등학교 애들이나 할만 한

유치한 비방들을 펼치고 사회적 약자들은 발버둥을 쳐도 언제나 약자였고 법은 약자의 편도, 정의의 편도

아닌 강하고 부유한 자의 편임을 연일 보도하는 뉴스.

 

이런 것들이 보편적인 세상사고 상식이라면 몰라도 그만, 아니 몰라야 약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아들이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전경들이 행사한 폭력에 죽었다. 16살의 어린 아들의 죽음 앞에 아버지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분노한 아버지는 눈 앞에서 아들을 짓밟은 전경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특수 공무집행 방해치사 혐의로 기소되고 경찰 측에서는 그의 아들을 죽인 사람은 경찰이

아닌 용역업체 사람이라 주장하며 교묘히 빠져나가버린다.

국선변호사인 "나"는 한 로펌의 의뢰로 시민단체에서 맡은 한 지역 철거민에 대한 소송을 의뢰받는다.

한 남자가 경찰을 때려 죽게 만든 사건의 소송, 누가 봐도 패배가 뻔한 것 같은 사건이 진행될 수록 법조계와

경찰, 그리고 국가까지 연계되어진 거대한 사건으로 커지기 시작한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개인이 없는 국가란 있을 수 없음을...

하지만 가장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 그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혀도 정의는 쉽게 실현되지 않는다. 바보가 아닌 이상 국가가 어느 상황에

서건 무조건적으로 국민을 우선시하고 국민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더 <소수

의견>같은 소설이 필요하다. 그것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한번은 부딪쳐줬으면

하는 바램. 국가 권력의 수장들이 줄줄이 끌려 내려오고 소수의 의견이 관철되어 다수의 생각으로 까지 발전하는

것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한번은 꾸고 싶은 꿈들이라는 것을 작가는 알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나"가 철거민 사건의 소송 중에 철거민을 사주, 살해하게 만든 조직 폭력배의 변호를 맡게 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고 누구나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작가가 주장하는 소수의견의 힘이 더욱 더 견고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사실 법적 용어가 춤추고 국민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야 할 법이 되려 국민을 억압하고 악용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어가는 소설의 내용을 신나게 읽어 내려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두 세 번 반복해서

읽었고 나도 모르게 권력자들의 악행에 분노 게이지가 상승했지만 잠시 멈춰 화를 다스리고는 다시 책을 읽었다.

그러다 갑자기 재밌어졌다.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는 권력에 맞선 젊은 변호사의 활약이 추리 소설에서 보여지는

탐정의 활약만큼이나 신이 났다. 세상에 그런 변호사 하나 쯤은 있어줘야 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대통령이 되기 전 열혈 변호사이기도 했던 그 분이 떠올랐고 법의 이름이라는 명명 아래 자신의

책임을 권리로 오해하고 남용하는 많은 권력자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정말 이 세상에 절대 소수인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법을 있는 그대로 적용시켜 줄 사람이 한명쯤이 있어야 하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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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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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떨 땐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온통 강박증에 찌들어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남들보다 1등이라도 더 높아져야 하고 대학쯤은 기본적으로 나와야 하고 사회에 나가 성공해야하고

남들 보기에 예쁘고 날씬해야한다는 강박. 170cm에 45kg이 기준이 되고 기준에 달하지 못하면 미개인,

게으름뱅이 취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강박.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일하고 누군가를 배신하고 경쟁하고 시기하다 결국

힘에 부쳐 쓰러지지만 남들 눈에 덜떨어져 보이지 않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일어나야하는 강박.




<다이어트의 여왕>은 절대 실연당한 뚱뚱한 여자의 다이어트 성공기가 아니다.

충분히 내세울만한 실력과 경력을 갖추고 자기 만족까지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만이라는 이유로

그 모든 가치들이 땅에 떨어지고 비만 = 장애 = 패배라는 공식에 갇혀 버리는 (타인에 의해 가둬진)

정연두라는 여자를 내세워 작가는 지금 세상이 편견과 강박, 시덥잖은 기준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은

괴물로 바꾸어 놓고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불러다 놓고도 괴물을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철학을 끝까지 잘 관철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일적인 욕망을 채우고자 가장 친한 친구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사람, 미묘한 편집과 어느 정도의 연출로 이루어진 것이 마치 전부인 냥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뒷담화에 열중하는 시청자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소수에게 웃으면서 돌아서서

복수하고 짓밟아 버리는 실패한 다수 등 .




어쩌면 너무 심하게 비관적인 건  아닌가하고 말리고 싶을 살아가면서 정말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학서만큼 무겁지는 않고 오히려

가벼워만 지는 세상에 발맞춰 산뜻한 젊은 작가의 감성도 크게 들어가 있어 그와 맞물려 돌아가는 작가의

세계관이 참 멋지게 타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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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쪽지 - 여섯 살 소녀 엘레나가 남기고 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키스 & 브룩 데저리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사람과 이별을 하게 되면 얼굴 생김새와 그만의 제스처같은 것은 어렴풋이라도 기억이 나는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의 목소리가 어땠는지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그의 톤은 살짝 생각이 나지만 그의 목소리가 또렷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슬프고 또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절망스러운
일인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다.

여섯 살의 귀여운 소녀 엘레나는 어느 날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된다. 분홍색을 좋아하고 이쁘고 조용조용한 말그대로
천사 같은 엘레나는 뇌종양 판정을 받고 256일을 더 살았다. <남겨진 쪽지>는 엘레나의 병상을 지키면서 엘레나의
부모인 키스와 브룩 데저리크가 써내려간 일기와 엘레나가 가족 모르게 가족들에게 남겨놓은 쪽지를 함께 묶어 펴낸
에세이다.

서점에서 잠깐 이 책을 보면서 또 무슨 얘길까.. 하니 그보다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집어들었다가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을만큼 집중하며 일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여섯살 나이 다운 귀여움과 천진난만함과 여섯 살 아이 답지
않은 의젓함과 사랑을 모두 가지고 있는 엘레나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쉽사리 다음 장을 넘기기엔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다. 하루 하루를 그야말로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엘레나와 가족들. 그러나 희망을 놓아버리기엔 엘레나가 너무 예쁘고 그렇다고 해서 희망만을 갖고 있기엔 엘레나의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아픈데도 그 옆자리를 지키고 있던 내가 내 손으로 해 줄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건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의 어떤 위로도 상대방에게는 그냥 위로일 뿐 진심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순간도 다가오기 마련이다. <남겨진 쪽지>는 결코 희망을 놓지도 않았지만 희망과 절망과 기적의 문제를 떠나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 순간을 만끽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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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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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느 날 갑자기 지구가 멸망했다. 하지만 그 멸망의 원인은 외계인의 침공도 아니고,
무시무시한 핵 전쟁도 아니고, 세기말이면 빈번하게 등장했던 세상이 꺼지는 종말도
아니다. 단지 미지의 구 출현이 그 이유다.

남자는 어느 날 가게에 담배를 사러가던 도중 커다랗고 검은 색으로 된 정체불명의
구를 목격한다. 그 구는 그 정체를 사람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옆에 있던 아저씨를
빨아들여 흡수해버린다. 너무 놀란 남자는 경찰에 신고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향하지만 구의 출현에 놀란 사람들어낸 혼잡과 군의 발빠른
통제로 인해 남자의 귀향길이 막혀버리고  이어 남자의 기나긴 도주 이야기가 시작된다.

<절망의 구>는 제목만큼이나 암울하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닥치는 대로 흡수시켜
버리는 구의 존재는 사람을 가리지않고 덮쳐버리는 자연재해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구에 흡수되버려 황량하다 못해 으스스해져버린 도시의 풍경은 <로드>의 회색빛
도시를 떠올리게끔 만든다.

큰 줄기만 보자면 미지의 구에게 쫓기게 된 남자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작은 사회의
자화상이라 할 만큼 많은 군상들을 담아내고 있다. 원인 모를 재앙에 국민들을 버리고
제일 먼저 도망가버리는 정치인, 종교의 힘에 의지한 채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나름의
규칙을 이미 만들어낸 종교인들, 돌고 도는 헛소문에 떠밀려 다니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절망적이고 종말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갖가지 사람들의 모습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간 나왔던 종말 영화나 하다 못해 좀비 영화만 하더라도 익숙히
보아왔던 설정들에다가 모두가 원인도 알지 못한 채 구에 빨려들어가는 수동적인 모습은
<눈먼자들의 도시> 속 그들과도 닮아있다.

그러니까 뭐랄까 무엇인가에 늘 쫓겨 허둥거리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면 그 전개가 조금 식상하고 사건 자체도 시작을 칭찬할만 하지만 시작을 조금 지나서는
진부해지고 결과적으로는 뭔가 뒷맛이 아쉬운 작품이 되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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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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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은 후에 거의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흥이 가시기 전에 책의 서평을 쓰는 편이지만
왠지 <우아한 거짓말>은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책의 분량이 적은 편이라 빨리 읽어 내려간 것도
있었겠지만 (난 이상하게도 빨리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의 정리 시간은 더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보다 그 짧은 시간의 절반은 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정신없이 울고 나자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있어 그러니까.. 미처 마음의 준비도 하기 전에 종착역에 다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랬던
것도 있다.

<우아한 거짓말>은 전작 <완득이>를 생각하고 책을 펼쳐 들었던 내게 적잖은 충격을 주며 시작된다.
복잡한 내 마음 속을 유쾌하게 해주리라는 기대 속에 책장을 넘겼지만 왠 걸 한 소녀의 자살이 떡
하니 등장한다.

평소 너무나 평범해서 눈에 쉽게 띄지 않던 열 네 살 소녀 천지가 죽었다. 그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일기장조차 남기지 않고 갑자기 죽어버린 천지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천지의 죽음의 이유를
찾아가는 동시에 남겨진 이들 나름의 삶을 계속해 나간다.

과연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 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한 꺼풀 한 꺼풀씩 벗겨낼 수록 나의 뻔하디
뻔한 예상들은 무의미해지거나 혹은 굉장히 허무맹랑해 보일 정도로 <우아한 거짓말>의 김려령 작가는
전작에 비해 훨씬 더 크고 깊게 성장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나 예민한 열 네 살 소녀의 감성과 섬뜩할 정도로 천진한 소녀의 질투심과 억척스레 그러나
한편으로는 겨우겨우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 등 인물 한 명 한 명이 마치 살아 걸어나올
듯한 묘사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몇 마디 말은 가슴 속 깊이 베여들어와서는 결국엔 눈물을
쏙 빼놓고 마는 작가의 감성이 소설 한 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성장을 했고 얼마나 많은 생각 끝에 이
소설을 썼는지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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