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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3 - 상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ㅣ 밀레니엄 (아르테)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박현용 옮김 / 아르테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포일러 포함!!!
드디어 마지막이다. 아무리 재밌는 드라마도 2회를 잘 넘기지 못하고 아예 장편의 책이라면 손에 쥐지도
않는 나에게 밀레니엄은 그야말로 인내의 결과물이다. 올해 2월에 출간 예정이었던 3편이 6월 말에나
출간되었지만.. 중간중간 얼토당토않은 오타들과 중간에 글자가 아예 지워진 부분까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레니엄을 절대 버릴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2부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학대하고 어린 자신을 정신병동에 가두게 만든 장본인인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아버지이자 러시아 첩보원이었던 살라첸코를 찾아가 사투를 벌이고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서 끝이 나자
나는 다음편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혹은 당연히) 그녀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내달려왔던 2편과는 달리 3부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은 제목답지 않게 격정적이지도
숨가쁘지도 않았다. 오히려 "섹션"이라는 사포 조직 내에서 살라첸코의 뒤를 봐주던 비밀 조직의 정체가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와 국가와 맞먹는 그들의 권력이 남용되는 현장을
고발하느라 상권의 전반부는 집중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물론 나중에 가서 뭔가 터트리기 위한 숨고르기 작업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조금만
가지치기를 해서 이야기 전개를 매끄럽고 빠르게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오타같은 편집상의 실수나 초반의 지리멸렬한 이야기 전개가 조금 있다고 해서 밀레니엄
전체를 평가절하한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 그간 1,2편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희생되어 왔던 여성의
인권에 대해 고발하고 대변해왔다면 3편에서는 국가가 나서 한 개인, 그것도 아무런 힘도 없는 여성의
삶을 좌지우지 않고 그 여성을 위협하는 그야말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고 되풀이 되어선 않될 일들을
좀 더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냉전의 시대는 이미 한참 전에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도 누군가는 냉전 시대에 물려받은 고루한 발상들을 간직하고 있고 그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착각으로 말미암아 개인의 삶이나 생각따윈 아예 존재한 적이 없었던 냥 행동하고 있다.
소설 <밀레니엄>은 이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고,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이 바쁜
세상에 살면서 이미 지나간 역사까지 들춰가며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마치 머리 위로
전기가 들어오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설은 어차피 허구의 이야기니 그냥 재미만 있으면 되지하고 생각하던 독자들이 밀레니엄을 읽게 된다면
소설 역시 신문 보도만큼이나 충분히 사회 고발을 담을 수 있고 죽어있던 사람들의 의식을 깨어나게 해 줄
아주 좋은 수단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