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어떨 땐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온통 강박증에 찌들어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남들보다 1등이라도 더 높아져야 하고 대학쯤은 기본적으로 나와야 하고 사회에 나가 성공해야하고

남들 보기에 예쁘고 날씬해야한다는 강박. 170cm에 45kg이 기준이 되고 기준에 달하지 못하면 미개인,

게으름뱅이 취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강박.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일하고 누군가를 배신하고 경쟁하고 시기하다 결국

힘에 부쳐 쓰러지지만 남들 눈에 덜떨어져 보이지 않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일어나야하는 강박.




<다이어트의 여왕>은 절대 실연당한 뚱뚱한 여자의 다이어트 성공기가 아니다.

충분히 내세울만한 실력과 경력을 갖추고 자기 만족까지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만이라는 이유로

그 모든 가치들이 땅에 떨어지고 비만 = 장애 = 패배라는 공식에 갇혀 버리는 (타인에 의해 가둬진)

정연두라는 여자를 내세워 작가는 지금 세상이 편견과 강박, 시덥잖은 기준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은

괴물로 바꾸어 놓고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불러다 놓고도 괴물을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철학을 끝까지 잘 관철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일적인 욕망을 채우고자 가장 친한 친구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사람, 미묘한 편집과 어느 정도의 연출로 이루어진 것이 마치 전부인 냥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뒷담화에 열중하는 시청자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소수에게 웃으면서 돌아서서

복수하고 짓밟아 버리는 실패한 다수 등 .




어쩌면 너무 심하게 비관적인 건  아닌가하고 말리고 싶을 살아가면서 정말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학서만큼 무겁지는 않고 오히려

가벼워만 지는 세상에 발맞춰 산뜻한 젊은 작가의 감성도 크게 들어가 있어 그와 맞물려 돌아가는 작가의

세계관이 참 멋지게 타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