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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평점 :
열 살 먹은 아들이 묻는다. 늘 같은 질문 "아빠 어디가?" 아빠는 대답한다. "집에 간단다."
1분 후 토마는 다시 묻는다. "아빠 어디 가?" 이미 열 번 이상 계속된 같은 질문에 아빠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는다.
평생 "아빠 어디 가?"라는 질문 밖에 못하는 토마와 부릉부릉 하고 차 소리 비슷한 걸 내는 것 외엔
아무 말도 못한 마튜는 작가 장-루이 푸르니에의 아들, 그것도 중증 장애를 가진 자식들이다. 작가
스스로 세상의 종말이라 명명하고 아이들의 장애를 주제 삼아 농담을 한다. 자신의 알콜 중독 아빠를
두고도 블랙 유머를 구사하던 그였으니 그 정도야 어떠랴, 작가의 주특기가 그거잖아하고 말할 수도
있지만 장애, 더군다나 자식들이 평생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두고 무시무시한 농담을 하고 남들
얘기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은 확실히 불편했다.
하지만 푸르니에의 농담은 남을 웃기기 위한 실없는 농담이 아니라 자신의 자식들에게 남들이 당연한
듯이 살아내는 평범한 삶을 살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머리 속을 지푸라기로만 채우게 만들고
십대의 자식을 노인의 모습으로 만든 죄를 용서받고자하는 마음이나 반성이다.
<아빠 어디 가?>는 장 - 루이 푸르니에가 평생 책을 읽은 적도 없고 읽을 일도 없을 아이들 마튜와
토마를 위해 쓴 글이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자식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해서 구구절절 신파조로
최루성 폭탄을 떨어뜨려놓는다든지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과제를 두 번이나 선물하신 신에 대한
불같은 원망으로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튜와 토마를 두고 이것이 다
하느님이 계획하신 일이며 감사히 내려주신 선물이라느니하며 감동 전차를 목적으로 한 틀에 박힌
멘트들을 날리지도 않는다.
그저 작가는 마튜와 토마를 키우면서 아빠로서, 한 남자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절망과 좌절,
미약하게 나마 주어지던 희망을 보기 좋게 꾸미거나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작가 특유의
유머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물론 나는 결코 장애를 가진 두 아이의 아빠의 심정을,
공을 멀리 날리고 공을 주워달라고 하는 것 외엔 부모와의 소통 방법이 전무했던 마튜도, 아빠 어디 가?와
자신의 손 마르틴과의 대화가 일생의 전부인 토마를 모두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라는 단어를 들먹이는
것조차 부끄럽지만 적어도 읽고 있는 동안에는 장애나 장애를 가진 아이와 부모에게 가질 수 있는 편견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자칫 민감하고 많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모을 지도 모를 이야기를
때로는 과도하게 자기 스타일대로 이야기하고 절망스러운 상황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가의 재주와 그간
아이들을 키운 수고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주 힘차고 열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