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판도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4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914년 영국 런던, 이른바 노예 작가라고 불리는 대필 작가였던 스무 살의 토마스 톰슨에게 어느 날 변호사
에드워드 노튼이 찾아온다. 톰슨은 노튼으로부터  현재 살인죄로 복역중인 마커스 가비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교도소로 향한다.

난쟁이의 외모로 겉보이에도 순진해 보이는 마커스는 불행한 어린 시절 보내고 한 귀족의 대저택에 머물게
되고 우연히 저택의 자제들인 윌리엄과 리차드 크레이버 형제의 눈에 들어 콩고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물질 만능주의자들에게 지독한 인종차별 주의자인 크레이버 형제 밑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으며
콩고에 들어가게 된 마커스 가비는 그곳에서 자신이 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에 눈이 멀어 흑인 노예들을 개처럼 부려 먹고 모두가 지쳐있던 시기와 텍톤 족이라는
정체 불명의 부족들이 지하 세계로부터 지상으로 올라와 자신들을 습격한 이야기, 텍톤 족인 암감이라는
특이한 용모의 여인과 마커스 사이의 애정, 그리고 이어진 텍톤 족과의 전투까지 그야말로 마커스 가비가
들려주는 콩고의 이야기는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러나 믿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였고 마커스의 이야기를 듣던 토마스 톰슨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콩고의 매력에 그리고 암감을 향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

 

도저히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콩고의 판도라> 역시 작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향연의 끝에 대체 무엇이 있을지 선뜻 예측하기가 힘든 소설이다. 물론 결론도 결론이지만
그 환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개 방식 또한 한가지 스타일로 규정짓기에 너무나 광범위하다. 굳이
설명하자면 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 상황과 콩고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묘한 대조를 이루며 현실적
이면서도 동시에 환상적인 모순을 자아내고 있고 텍톤 족이라는 신비의 부족과 그들이 사는 환상 혹은
상상의 도시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남미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던 딱 그 분위기, 마술적 리얼리즘의
분위기마저 풍겨온다.

(특히 콩고라는 밀림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더 그 분위기가 배가된 듯하기도 하고) 이쯤에서 그쳤다면
이 소설을 규정짓기 힘들단 말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 소설은 대필 작가 자신의 이야기, 작가가 되어
야지 할 수 있는 이야기들과 대필 작가로서 가장 위험한 사적인 감정에 빠지는 작가의 딜레마에, 마치
앞서 읽었던 모든 내 시간들이 농락당했다는 느낌이 들정도의 예기치 못한 반전까지 숨어있어 그야말로
소설로써 모든 면을 만족시키는 작품이라할 수 있다.

 

작가이자 기자인 토마스 톰슨이라는 주인공을 앞세워 그를 소설 속의 가공의 인물이 아닌 마치 독자
자신인 것처럼 이야기를 들려주고 고민하게 만듦으로써 책을 접하는 독자들이 마치 마커스의 안내로
콩고밀림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끔 만들고 그렇게 끝을 알 수 없는 여정 속으로 효과적으로
밀어넣고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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