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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써틴
볼프강 홀바인.하이케 홀바인 지음, 이병서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안나 마리아라는 어엿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써틴이라 불리는 소녀는 그럴만도 할 것이
13일 13시 13분, 그리고 정확하게 13초에 태어났다. 그녀의 엄마는 병원 13호실에 있었으며,
태어난 지 13일 뒤에 그녀를 집으로 태워다준 택시 역시 같은 번호를 달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13의 소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써틴은 엄마가 죽고 난 후 유일한
혈육인 할아버지로부터 독일로 오라는 편지를 받게 된다.
평범한 여행인 줄 알았던 독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써틴은 끔찍한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기 힘든 일들은 차례로 겪게 되고 힘들게 도착한 할아버지 집에서 조차 그리 편치 않다.
음습하고 어딘가 무시무시한 집에서 지내게 된 써틴은 비밀의 문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으로
들어가자 오랫동안 그 집에 갇혀있던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그 때부터 집과 써틴의 집안에
얽혀있는 저주와 비밀들을 풀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미리 먼저 얘기하자면 이 책의 총 페이지수는 704쪽에 달한다. 책을 읽기도 전에 질릴 만한
두께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술술 잘 넘어가서 어느새 반권을 다 읽게 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다음에 펼칠 장에 한 손에 쥔 채로 책을 읽게 될 정도였다.
이 소설은 워낙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라 과연 내가 읽긴 읽은 건지 아니면 그저 전해 듣고
들어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지 헷갈리는 작품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거기에 13이라는 보기만 해도 저주가 걸려있고 재수없을 것같은 숫자를 등장시켜
어떤 때는 으스스한 느낌으로 어떤 때는 미스테리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또 하나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써틴이 할아버지 집에서 비밀의 문을 발견하고 숨겨져 있던
복도로 들어서면서부터 바깥에 있는 써틴과 미로같은 복도의 세계에 들어선 써틴의 이야기로
나누어지며 각각의 이야기가 교차로 엮어지며 이어진다는 점이다.
파격적이게도 몇 페이지에 걸쳐서는 책이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각각의 써틴의 이야기가
쓰여져 있어 한 파트를 읽고 다시 몇 장을 거슬러 와서 다른 파트를 읽어야하는 수고스러움이
종종 있긴 했지만 그정도 가지고는 집중력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만큼 이야기 구성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한가지 드는 의문은 과연 그렇게까지 이야기가 길었을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점인데
써틴을 쫓는 13연맹의 존재와 복도에 갇혀있던 아이들의 비밀이 너무 늦게 밝혀져 오히려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질 때쯤 등장하는 바람에 그들의 비밀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판타지 소설이라 굳이 그런 걸 따진다는 게 좀 그럴 진 몰라도
늘어놓은 이야기에 비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그다지 분명하지 않아 그저 책을 읽는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재미와 두꺼운 책을 읽었다는 성취감 정도를 느끼는데 만족해야하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것만 아니면 별 네 개도 줬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