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의 숏컷 - 개정 증보판
김지운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예전에 <프리미어>였나 <씨네 21>에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김지운 감독의 유년기에 있었던
에피소들가 실린 글을 무척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놈놈놈>처럼 스타일리시한
영화를 봐도 내 머릿속에 김지운 감독이란 이미지는 일단 유머러스하다. <김지운의 숏컷>은 그 때
내가 읽었던 어린 시절의 회상과 평소 김지운 감독의 생각들(평범한 듯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영화를 만들며 함께 했던 배우들에 대한 추억이나 인상, 세 편의 영화 제작기까지.. 김지운의 모든
것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이제껏 영화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그의 면모를 조금은 들을 수 있다.

첫 페이지를 열면 자칭 "피카소 김"이라 불리었다던 자신의 유년기를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근데 그 이야기들이 어린 시절부터 "나 사실 엄친아였다."라는 식의 자랑 퍼레이드가 아니라 무슨
꽁튼가 싶을 만큼 웃긴다. 조그만 아이였던 시절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밤낮으로 그림을 그리고 식구들이
불을 다 꺼버리자 울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전설을 들려주고 어린시절부터 유달리 감성적이어서 TV에서
잔인한 장면을 본 후 쇼크로 기절을 해서 "용가리 통뼈약"을 먹었다는 얘기까지..
이런 어린 시절을 보내는 사람이 다 있다니하고 감탄(?)하게 된다.

<장화 홍련>을 제외한 다른 그의 영화들을 보면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유머가 나오고
유머로 인해 황당함까지도 유발시킬때가 있는데 그의 책을 읽으면 왠지 지금까지 형성되어있던 김지운이라는
이미지는 왠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자기 말로는 말주변도 없고 이상한 상황(혹은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감성적인 사람이라하지만 책을 읽으면 거의 책 한장꼴로 웃음이 터진다. 뭐 박장대소할 수준의
유머라 할 순 없어도 독특하구나하는 정도의 웃음은 된다.

그런가하면 영화의 이야기를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잘 풀어가는 사람이 사람 많은 곳도 별로 안좋아하고 술도
못마시고 술마시자 그러면 좋은 커피숍을 소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읽으면 읽을
수록 그의 짧으면서 가벼운 듯한 글 속에는 누구보다 생각이 깊고 감성적인 김지운이라는 사람의 체취가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김지운은 분명 어른(게다가 중년의 아저씨)인데도 불구하고 철없는 아이들이나 할 수 있을 듯한
상상력 넘치는 면모가 보이기도 하고 반면 그 누구보다 더 날카로운 비판의 잣대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생각들과 인생을 영화 몇 편으로 모두 보여줄 수 없듯이 이 책 한 권으로 그를 모두 알게됐다고 하면 물론
100% 거짓말이지만 이 책을 읽게 되면 10명 중 8명 정도는 그의 팬이 되리라고는 장담한다. 그만큼 숏컷이지만
많은 걸 담아놓은 이 책은 그 가치를 충분히 하며 김지운이라는 사람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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