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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 한 서번트 이야기
캐슬린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렉스는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작은 아이의 뇌 속을 채우고 있던 혈종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태어나자마자 받아야했고 좌뇌와 우외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서 심각한 운동 장애를
가지고 있다. 신체 중앙선을 기준으로 오른손은 왼쪽으로 넘어가지 못했고, 왼손은 오른쪽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또한 세 살이 되도록 걷지도 못하고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어 세 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도 못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엄청나게 예민한 렉스의 촉각과 청각은 주위의
조그만 소음과 약한 마찰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비명을 질러댔다. 렉스는 또 다른 사람의
질문에 어떤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고 엄마와도 감정적인 교류를 하지 못하는 자폐아였다.
- 서번트란 자폐증이라는 뇌기능 장애와 동시에 이와 대조되는 천재성을 가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렉스>는 이 렉스가 태어나서부터 열한 살이 되기 전까지의 삶을 그 아이의 어머니의 입을 통해
펼쳐낸 이야기다. 남부러울 것없는 커리어 우먼에 멋진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예쁜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에 꿈에 부풀어 있던 캐슬린은 출산을 3주 앞두고 아이의 뇌 속에 혈종이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이 계획하고 꿈꾸었던 그 모든 것들이 아기가 태어나자.. 아니 태어나기도
전부터 깡그리 무너져 버리기 시작한다.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하고 선물이자 어쩌면 벌과도 같은 렉스를 안았을 캐슬린은 하지만 모든 희망이
절망으로 탈바꿈한 것 같은 기분에 한없이 허우적거릴만한 여유도 없이 렉스를 위해 렉스가 보다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모든 방면을 알아봐야했다. 더군다나 렉스가 세살이 되기 전에
더이상 그 힘든 상황을 견디지 못한 남편이 떠나고 오로지 그녀와 렉스 둘만이 남아 세상에 적응하고
때론 맞서 싸워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책장을 펼치고부터 물밀듯이 쏟아지는 렉스에게 나타나는 여러가지 증상들때문에 나 역시 조금
혼란스러웠다. 조그만 아기에 불과한 이 아이에게 이처럼 여러가지 증상들이 모두 다 나타날 수
있다는데에 한번 놀라고 이 모든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포기하지않고 용감하게 맞섰던 캐슬린의
모습에 놀랐다.
그녀는 사회에 많은 사람들의 편견과 의심어린 시선들을 오로지 렉스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해낸다.
물론 그녀도 처음엔 또래 다른 아이들에 맞춰 놓으려고 렉스가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고 자신과 렉스를
제외한 모든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차츰 차츰 시간이
지나자 렉스의 모든 행동들이 그저 모자라거나 자폐나 신체적인 장애에서 오는 모자람이라기보다는
이른 바 '렉스의 시간'이라 명명되어진 시간의 문제임을 깨닫고는 캐슬린은 렉스가 한걸음 한걸음씩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에서 위안을 얻는다.
물론 자폐와 동시에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은 지닌 렉스의 재능에 놀라움과 감탄이 절로 나오기도
했지만 그보다 엄마와 렉스가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많이 다른 방식이지만 어찌됐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어느 무엇보다 감동스러웠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일은 어쩌면
평범함이라는 혜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렉스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고 우리가 그 흐름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렉스를
혹은 렉스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편견이라는 장벽을 깨뜨리고 나서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