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김점선을 몰랐다. 아니 사실 지금도 잘은 모른다. 하지만 <점선뎐>을 읽고 난 후 내 머리 속에 김점선하면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웃음만이 감돈다. 두 돌도 안된 아들을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며 세상사의 부정적인 면도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은 동네 불량배들과 장장 네 시간 동안이나 맞짱을 뜨며 전혀 주눅들지

않고 두 시간이나 산넘고 물건너 도착한 박완서 선생님 댁에서도 그저 마당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엉뚱함을 지닌 김점선은 그녀의 작품이니 화풍이니 뭐든 잘 알지 못해도 충분히 인간적으로 매력이 철철 넘친다.

그러니 처음 살짝 겁나는 인상을 풍기는 그녀 주위에 그녀를 향한 짝사랑을 고백하던 이가 왜 그렇게 많았는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얼마전 지나가던 인터넷 기사에서 김점선 화백의 작고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심지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랐지만 왠지 누군가의 죽음이란 그녀와 나의 친밀도와는 상관없이 마음 한구석을 쓸쓸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는데 그 쓸쓸함이 출발이 되어 덥썩 집어든 저자의 마지막 작품은 그 쓸쓸함보다는 그녀의

밝은 그림들처럼 유쾌하고 엉뚱 발랄하기만 했다.

 

여느 자서전이나 평전처럼 자신의 대단했던 일대기를 있는 대로 뽐을 내며 써내려간 것도 아니고 자신의

지나치게 외골수적인 면을 미화시켜 말하는 수고도 하지 않았고 문체마저도 기골이 장대한 그녀의 외모만큼이나

씩씩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누군가의 자서전을 읽기 시작할 때면 의례 느끼게되는 위압감이나 중압감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왜 좀 더 일찍 그녀와 친해지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만 커져갔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어떻게는 다르게 살기위해 일부러라도 기를 쓰고 살고 마음에 들지 않고 올바르지 않는

일에는 꼭 무슨 일이 있어도 시시비비를 가려야만 직성이 풀리고 자식의 상견례와 결혼식까지도 그런걸 왜하냐며

도리어 화를 내는 정말 딱 봐도 기인에 가까운 예술인 김점선이지만 그녀의 어린 시절의 감성을 성인이 된 후에도

간직하는 모습과 병에 걸려 죽음에 가까운 남편의 모습을 황홀이라 표현할 줄 아는 겉보기엔 너무 씩씩해서 언뜻

무시무시한 기운을 풍기기도 하지만 안으로는 부드러운 감성과 사랑을 담고 있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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