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방법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책 읽는 것도 방법을 배워야하나?하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내가 배워왔던 건 책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었지 책 그 자체가 아니었기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작가 자신도 이러한 의문을 생각하고 있었던 듯이 들어가는 글 속에도 이렇게 얘기한다. - 보통 사람들은 책을 읽는 방법을 굳이 남에게서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글을 읽는 행위와, 책이라는 형식으로 정리된 글을 읽는 행위는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보다 유익하고 보다 즐겁게 독서라는 행위를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저자는 슬로 리딩의 실천을 제시하는데 슬로 리딩에 정반대에 있는 속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음.. 사실 속독은 중, 고등학교 때 시험 공부는 해야되고 시험 범위는 엄청나게 넓을 경우 자주 애용하던 독서법 중에 하나인데 당연한 거겠지만 시험이 끝나면 속독으로 인해 얻었던 지식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이외에는 속독으로는 책 한 권을 읽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고 저자가 말하는 슬로 리딩 또한 내가 지향하는 독서법은 아니다. 작가가 말하는 슬로 리딩은 당연히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리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늦게만 읽는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고 나름대로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 그동안 많은 책들을 읽지도 못하면서 책 욕심만 내며 조바심까지 냈던 내 평소 책읽기 습관에다 대고 콕 집어 충고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만큼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았다. 현대 사회는 정말이지 책의 홍수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고 읽어나면 새로운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한 개인이 일생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은 한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책을 읽는 양에 목숨을 건다라는 것은 어쩌면 애초부터 부질없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차피 다 읽어낼 수 없는 노릇이니 양의 독서 (망라형 독서)가 아니라 질의 독서(선택적 독서)라는 방법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 한 권의 책을 뼛속 깊이 완전하게 맛보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독자 자신의 창조적인 글읽기다. 작가는 슬로 리딩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것저것 제시하고 3부에 가서는 동, 서양의 작품들을 인용해 와서 어떻게 하는 것이 슬로 리딩인가 하는 것을 실천해 보인다. 사실 그 전부터는 작가가 말하는 슬로 리딩이 참 좋은 방법이고 저렇게 하면 어떤 책이든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서 고금을 통해 제시되는 슬로 리딩의 실제를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들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통해 지식을 얻기 위해 읽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게 선사될 즐거운 시간을 위해.. 오로지 그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서 읽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슬로 리딩을 할 경우 과연 책에 한껏 집중해서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딴 세상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창 내용에 몰입해 있다가 갑자기 빠져 나와 모르던 단어들을 사전에 명시된 의미를 찾아보고 문장 속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야하고 장면 전환을 위해 등장하는 접속사나 긴장을 유발하는 대사들에 나까지 긴장하면서 대체 왜 이러한 장치들이 등장하는 것인가 과연 다음엔 어떤 장면들이 이어지는 것일까.. 등등. 책을 쓴 사람만큼이나 읽으면서 머리를 써야하고 다각도로 책을 들여다보면서하는 독서가 과연 즐거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물론 슬로 리딩은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이라는 점이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세상에 독서법이 오로지 슬로 리딩과 속독법인 것 같아보이는 작가의 시야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슬로 리딩의 장점을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해 속독법의 문제점과 대비시켰다는 건 참 효과적이었지만 아직 책을 많이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책을 먼저 읽게 된다면 오히려 책을 어떻게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증이나 두려움이 생겨 오히려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느끼기도 전에 질겁하고 책을 멀리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