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
박경진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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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잘 설명해주는 그림이 있고 탄탄한 구조의 스토리를 가진 동화책이라면, 그래서 어른과 아이가 그 속에 푹 빠지게 된다면, 아마도 이런책은 분명히 잘 만들어진 책이라 여겨집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방법이 다른 친구 여우와 곰의 예쁜 우정 이야기와 우정어린 상황을 그린 그림은 좀처럼 기교를 부리지 않아 보입니다. 이를테면, 곰을 겨울잠자러 보내기 싫어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생뚱맞은 여우의 표정이라든가, 난감해하는 곰의 표정을 그린 그림.. 눈속에서 정신없이 노는 모습들 말이지요.

이상한 소리.. 빠악빠악.. 빡빡빡빡... 글이 절정의 고비로 갈 무렵.. 같이 놀던 이들 주위에서 나는 소리는 또다른 긴장감으로 몰아가지만, 실은 미처 겨울잠을 준비하지 못한, 이상한 울음소리의 주인공 청개구리에게 잠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그런대로 위기가 해소되며 아름답게 글이 마무리되는 것이 꽤 흥미진진했습니다..

흠..이젠 엄살도 부리지 않고 곰을 겨울잠 자도록 보내는 아기 여우는 벌써 훌쩍 커버린, 한결 여유있는 얼굴이네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친구를 아껴주는 마음을 알게하는 책..

나무에 소담스레 핀 눈꽃구경도 할 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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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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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아이가 태어나던 그 순간을, 그때 가졌던 다짐들을 떠올려 봅니다. 꼭 그랬지요. 바로 이런 마음이였지요. 생애 처음으로 아이를 얻은 순간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부모들의 마음이겠지요. 세상의 좋은 말과 좋은 음식과 오로지 사랑과 친절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그러나 아이가 클수록 현실은 그런 다짐들을 마음 한켠으로 어쩔수 없이 쑥 내몰아 버리고 맙니다. 아이들은 독립적 인격체로 자라는 인간이다 보니,말썽도 피우게 되고, 고집도 피우고, 때론 제 멋대로 하려고 하고.. 그럼 입버릇처럼 부모인 우리는 고약한 말만 내뱉고 맙니다. 혼날줄 알아라..비난, 협박까지 동원되기도 했던... 자식 키워본 부모라면 처음의 다짐 만큼 그것을 지켜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머릿속은 이성으로 가득찼지만 말썽꾸러기 아이를 향해 나오는 말과 행동은 독설로 가득차고 이미 자제가 되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던 기억들... 밤이 되어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손을 맞잡고, 사랑한다고 되뇌이던 지난밤들.. 좀더 아껴주지 못함을 후회했던 시간들... 그러나 후회로 얼룩져서라기 보단 그저 자식이기에 사랑으로 끓어오르는 어찌할수 없는 본능임에, 사랑한다고 얼굴을 쓰다듬고 볼에 입맞추었던것을...

부모의 사랑은 그 깊이를 측정하지 못한다지요. 마음 가득 너무나 자식을 사랑하기에 벼락같은 일상을 말썽꾸러기 자식과 혼을 빼며 보내고 속이 문드러져도, 아이가 잠든 그때가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잠든 아이를 안고 사랑의 노래를 속삭이는 그 부모의 심정... 그 자식이 아홉 살이 되어도, 10대소년이, 어른이 되어도... 내 자식을 낳아 길러보니, 부모님의 하늘같은 사랑을 알것만 같은, 그걸 새삼스레 상기시켜 주는 책입니다. 코끝이 시큰해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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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는 집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40
돈 우드 그림, 오드리 우드 글, 조숙은 옮김 / 보림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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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부침개하나 부쳐먹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잠자고 싶어진다. 아니 아침부터 비가 오기라도하면 아예 이불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다. 이불속에서 하루 왠종일 뒹굴고 싶어진다. 아이 때문에 그건 오직 바램으로만 그칠 뿐이지만.

책속의 회색에 가까운 블루톤은 깊은 잠을 연상시키듯 침체된 느낌을 준다. 아무리 위에서 눌러도 깨지 않을 만큼 그런 깊은잠에.

할머니, 아이, 동물들의 얼굴은 달콤한 꿈속을 거니는지 웃음을 머금었지만 푸른빛이 감도는 분위기는 그낙 반기고 싶지는 않다. 할머니 위에 아이, 아이위에 개, 개위에 고양이, 고양이 위에 쥐, 쥐위에 벼룩... 그런데 이 벼룩만이 잠을 안자고 있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벼룩 때문에 차례차례 깨고 만다. 이들이 차례차례 깨면서 방전체를 휘감던 블루톤도 점차 환한색을 띄게 되고 제 색을 찾고 있다. 밖에 내리던 비도 점차 빗줄기가 약해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빛을 머금고 꽃을 만발하게 피워냈다. 할머니가 잠에서 깰땐 침대가 와지끈 부서진다. 비가와서 잠시 정체됐던 한낮의 무거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을 예고하는듯.

비오는 낮의 낮잠자는 집은 초록이 완연한 생기를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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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아저씨 민들레 그림책 5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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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덤덤하고 딱딱한, 어두워서 뭐가뭔지 분간이 힘든, 탁하면서도 조금은 독특하다 싶은 그림이라 선택하는데 고민을 했던 책입니다만, 실은 읽을수록 황소 아저씨의 넉넉한 마음씨와 작고 귀여운 생쥐들이 묘하게 어울리면서 넉넉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받는 그런 그림책이였지요. 나름대로 줄거리가 있고 감동이 있는 좋은글은 그림을 참 돋보이게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림에 참 많은 정성이 들어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린 동생들의 먹이를 찾으러 황소 아저씨의 등짝을 넘는 간 큰 새앙쥐를 황소 아저씨는 너그러이 받아 줍니다. 생쥐 동생들까지도 말이지요.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 갈때쯤, 생쥐 남매들이 황소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날. 고드름을 녹여 얼굴을 씻는 생쥐 남매들..
“언니, 내얼굴 예뻐?”
“에그.. 왼쪽볼에 코딱지 묻었다. 좀더 씻어라.”

37개월 제 딸이 심각하게 제가 읽어주는 책을 보다가 이 대목에서 키득키득 웃습니다.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진 게지요. 진지함속에 농담스런 웃음하나 아이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숨은 재주가 이 책엔 있었던가 봅니다. 어린 생쥐들이 이제 황소 아저씨와 따뜻하게 같이 살게 되어 황소 아저씨의 목덜미며 겨드랑이며 여기저기에 붙어 곤히 자는 생쥐들.. 정말 마음이 놓였더랬습니다. 올망졸망 정겨움에 마음이 따뜻해져 왔었지요.

오랜만에 정성스런 그림과 한국의 정서가 묻어난 따뜻한 감동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이 틀리지 않을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또하나...작가의 오래된 연륜을 말해주듯 참 예쁜 글귀들이 글에 새록새록 녹아있어 그것 역시 놓칠수 없는 대목이랍니다.
..둥그런 보름달님이 은가루 같은 달빛을 쏟아 놓은 거예요...
..외양간 보릿짚 대궁이 카랑카랑 달빛에 비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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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랑 구라랑 놀자 내 친구는 그림책
나카가와 리에코 지음, 야마와키 유리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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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구리와 구라의 소풍>,<구리와 구라의 손님>,<구리와 구라의 헤엄치기>등 구리구라 시리즈를 섭렵(?)한 내 딸이 오기를 부리며 구리구라 시리즈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한 책 입니다. 당연, 구리구라의 재미나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그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책은 생각과는 달랐지요. 1월부터 12월까지 짧은 시처럼 그 일상을 적어놓았으니까요. 음.. 마치 구리와 구라의 시리즈의 집약판처럼 그들의 놀이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 했습니다. <구리와 구라의 손님>에서 그 모습이 익숙한, 실을 감고 있는 3월의 구리와 구라. <구리와 구라의 소풍>에서 그 모습이 낯익는, 배낭메고 소풍가는 5월의 구리와 구라.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에서도 역시 그 모습이 눈에익은, 통나무에 걸터앉아 빵을 먹고 있는 여름방학을 맞은 8월의 구리와 구라. 열심히 빵 만드는 실력을 발휘하는 12월의 송별파티 준비에 한창인 구리와 구라. 1장이 2장, 2장이 10장, 10장이 100장... 재미나게 은행잎을 모우며 가을을 누리는 천진한 구리와 구라. 그리고... 사랑을 같이 나누고픈 정겨운 구리와 구라지요..

책에서 줄거리를 기대하기 보단, 우리 일상과 닮아 있는, 한달한달 일년속의 구리와 구라가 하는일을 눈여겨 본다면 또 다른 재미에 빠질 수 있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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