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아저씨 민들레 그림책 5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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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덤덤하고 딱딱한, 어두워서 뭐가뭔지 분간이 힘든, 탁하면서도 조금은 독특하다 싶은 그림이라 선택하는데 고민을 했던 책입니다만, 실은 읽을수록 황소 아저씨의 넉넉한 마음씨와 작고 귀여운 생쥐들이 묘하게 어울리면서 넉넉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받는 그런 그림책이였지요. 나름대로 줄거리가 있고 감동이 있는 좋은글은 그림을 참 돋보이게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림에 참 많은 정성이 들어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린 동생들의 먹이를 찾으러 황소 아저씨의 등짝을 넘는 간 큰 새앙쥐를 황소 아저씨는 너그러이 받아 줍니다. 생쥐 동생들까지도 말이지요.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 갈때쯤, 생쥐 남매들이 황소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날. 고드름을 녹여 얼굴을 씻는 생쥐 남매들..
“언니, 내얼굴 예뻐?”
“에그.. 왼쪽볼에 코딱지 묻었다. 좀더 씻어라.”

37개월 제 딸이 심각하게 제가 읽어주는 책을 보다가 이 대목에서 키득키득 웃습니다.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진 게지요. 진지함속에 농담스런 웃음하나 아이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숨은 재주가 이 책엔 있었던가 봅니다. 어린 생쥐들이 이제 황소 아저씨와 따뜻하게 같이 살게 되어 황소 아저씨의 목덜미며 겨드랑이며 여기저기에 붙어 곤히 자는 생쥐들.. 정말 마음이 놓였더랬습니다. 올망졸망 정겨움에 마음이 따뜻해져 왔었지요.

오랜만에 정성스런 그림과 한국의 정서가 묻어난 따뜻한 감동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이 틀리지 않을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또하나...작가의 오래된 연륜을 말해주듯 참 예쁜 글귀들이 글에 새록새록 녹아있어 그것 역시 놓칠수 없는 대목이랍니다.
..둥그런 보름달님이 은가루 같은 달빛을 쏟아 놓은 거예요...
..외양간 보릿짚 대궁이 카랑카랑 달빛에 비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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