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부침개하나 부쳐먹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잠자고 싶어진다. 아니 아침부터 비가 오기라도하면 아예 이불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다. 이불속에서 하루 왠종일 뒹굴고 싶어진다. 아이 때문에 그건 오직 바램으로만 그칠 뿐이지만.책속의 회색에 가까운 블루톤은 깊은 잠을 연상시키듯 침체된 느낌을 준다. 아무리 위에서 눌러도 깨지 않을 만큼 그런 깊은잠에.할머니, 아이, 동물들의 얼굴은 달콤한 꿈속을 거니는지 웃음을 머금었지만 푸른빛이 감도는 분위기는 그낙 반기고 싶지는 않다. 할머니 위에 아이, 아이위에 개, 개위에 고양이, 고양이 위에 쥐, 쥐위에 벼룩... 그런데 이 벼룩만이 잠을 안자고 있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 벼룩 때문에 차례차례 깨고 만다. 이들이 차례차례 깨면서 방전체를 휘감던 블루톤도 점차 환한색을 띄게 되고 제 색을 찾고 있다. 밖에 내리던 비도 점차 빗줄기가 약해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빛을 머금고 꽃을 만발하게 피워냈다. 할머니가 잠에서 깰땐 침대가 와지끈 부서진다. 비가와서 잠시 정체됐던 한낮의 무거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을 예고하는듯.비오는 낮의 낮잠자는 집은 초록이 완연한 생기를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