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꼴 좋게 당했습니다. 작가가 옛다 하고 던져준 힌트를 언제나처럼 아무 생각없이 흘려 넘기다 막판에 한 방 먹었습니다. 반전에 닳고 닳은 독자들에겐 어쩌면 그저그런 반전일 지도 모르는 이 작품의 결말이 개인적으로 남다르게 느껴진 이유는 이전에 읽었던 서술트릭의 작품들과 달리 이 책을 읽는 동안엔 중간중간 분명 '어랏! 이거 좀 이상한데?'라고 생각한 시점이 적어도 두 번 이상 확실하게 있었다는 점입니다.

서술트릭 작품이야 누가 뭐래도 제대로 속는 맛에 읽게 되는데 이 책은 마지막 반전이 밝혀졌을 때, '오호! 의외로구나' 라는 생각 말고도 '뭐야 이거?, 아예 숟가락으로 떠 넣어줬는데도 못 먹은거 아냐?'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는 겁니다. 작가가 군데군데 깔아놓은 복선들이 이번처럼, 칼날같이 날카롭게 뇌리에 번뜩이듯 스치고 지나간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벚꽃 피는 계절에...>의 결말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가는 느낌, <살육에 이르는 병>의 결말이 망치로 얻어맞는 느낌이었다면 <원죄자>의 그것에서는 완전히 우롱당했다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뭐, 진짜로 제가 멍청한 건지도 모르고요. ㅎㅎ

작가가 워낙 '얘도 범인, 쟤도 범인'인 것 같이 잘 만들어 놔서 600페이지가 넘지만 지루하다 느끼지는 않았는데, <벚꽃...>때 그랬던 것처럼 추리소설에 일면식이 없는 또는 추리소설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얻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추천해줬다간 제대로 욕먹을 수 있겠단 생각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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