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1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심리묘사가 많은 글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마치 코드가 맞지 않는 코미디를 억지로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오래전 얘기지만, 너무 웃기다 며 추천해준 '총알탄 사나이'를 여동생이 보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 도 웃지 못했노라고 정색하며 얘기했을 때 과연 사람마다 다른 '코드'라는 것 이 존재하는구나. 하고 어렴풋이 느꼈었던 기억이 난다.)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졌거나 찬사 일색의 평을 듣던 몇편의 스릴러에 크게 실망한 뒤로 '그래, 스 릴러는 나하고 궁합이 잘 안 맞는구나'하며 아예 체념하고는 한 동안 근처에 도 가지 않았었다. 근데, 하물며 문체까지 낯선 (카밀라 라크베리의 '프리처'가 나에겐 그랬다.) 북유럽 여성작가의 작품이라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언젠가는 극복해야 하지 않겠냐는 -누 가 들으면 크게 웃을 수도 있는- 오기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집어든게 이 책이다. 만약, 앞 표지에 실린 공동 작가의 플픽이 흔히 말하는 미인형이었 다면 -작가분들껜 미안한 얘기지만- 어쩌면 시작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 다. 얼굴에 드러나는 포스로 보건데 그들의 삶이 보통의 것은 아니었을 거라 는 기대가 분명 있었다.

기대가 완전히 들어 맞은 건 아니었지만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식 의 표현따위 정말 쓰고 싶지 않은데...;;) 생소한 이름과 지명 표기에서 오는 낯 설음. 산전수전 겪으며 이미 감정이 메말라 버린 40대 초반의 남성이 같이 공 감하기엔 너무 간지러운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 이 정도면 책장 넘기 는 손이 무뎌질 법도 한데, 뒤를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 텔링이 자연스럽게 다음 페이지로 이끈다. 비약이 심해 그 틈을 메꾸느라 버퍼링이 걸릴 때도 간 간이 있었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확실히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터진다. 끝까지 꾹꾹 눌러놓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면서. 이 정 도면 감질맛나는 전개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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