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경우, 추리소설을 대할 때 장르가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기 대하는 바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본격’이라면 훌륭한 트릭 이나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머릿속에 그리게 될테고, ‘스릴러’라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사건 전개라든가 박진감 넘치는 액션 묘사를, ‘하드보 일드’의 경우엔 주인공 탐정 혹은 형사의 고독한 우수를 보고 싶어한다 든가… 뭐 이를테면 이런식으로요.를 처음 집어들었을 테도 나름 비슷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표지에서 보 시다시피 ‘손톱을 물어뜯게 만드는 서스펜스의 최고봉’이라는 찬사가 바쳐진 작품이기에 -짧은 영어실력은 안중에도 없이- 휘리릭 책장을 넘 기고 있는 제 자신을 상상했었죠. 더군다나 이 책은 호주정부와 출판과 관련된 민간 기관이 선정한 올해의 ‘50 BOOKS YOU CAN’T PUT DOWN’ 미스테리 부문에도 선정이 됬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이렇게 시작하니까 ‘책이 뭐 별로였나?’ 라는 물음표를 떠올리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리자면, 실은 그게 아니라 반대로 읽는 동안 굉 장히 즐거웠었습니다. 단지 그게 제 예상과 달랐을 뿐이어서 말이죠. 이 책엔 숨막히는 전개도 혀를 내두르는 반전도 없지만 ‘아! 다음은 요런식 으로 흘러가겠구나…’ 하는 제 나름의 예상에서 조금씩 그것도 아주 살 짝 비켜가는 스토리 전개는 이 ‘Michale Robotham’이라는 사람이 우 리 머리 꼭대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었습니다.계속해서 어긋나는 전개는 알게 모르게 저를 불안하게끔 몰고갔는 데 요, 실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작중 탐정 노릇을 하는- ‘주인 공’의 행동거지를 지켜봐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큰 요소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장애우’들을 차별해서 본다는 말이 아니니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작가는 우리가 다 아는 이 병의 증상을 군데군데 절묘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책장을 넘기는 동안 줄곧 따라다니던 개운치 않은 기분은 마지막 페이 지를 덮고나서도 가시질 않았습니다. 범인이 잡히니 해피(?)엔딩이긴 한데 끝을 보고났을땐 마치 단조로 끝나는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은 기 분이었거든요, 묵직하고 뭔가 내리누르는 것 같은 그 기운은 한 동안 곁 을 떠나질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