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도시숲을 달리다 2 - 완결
엄정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잿빛>에서 느껴지는 보편적인 인상이라는건
대체적으로 도시적, 퇴색, 우울, 차분함, 외로움 정도가 아닐까.  

<도시>에서 갖게 되는 이미지는
타산, 이기, 폐쇄, 고립, 변화... 기타 등등(적고 보니 상당히 암울하군)

우리는 이 도시에 산다.  

이 잿빛 도시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를 반복한다.
이 도시에서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 근데 진짜 사랑이란게 뭐지?

26살이면 충분히 사회적 속박에도 적응하며,
개인주의를 적당히 미덕으로 삼을 줄 알 나이의 여자가
되도 않게 아직은 꿈을 먹고 살고 싶다며 하소연을 늘어 놓는다.    

19살이면 미성년이란 보호막 아래 치기를 부려도
청춘이라는 미명으로 웬만한 일은 무마될 듯도 한데
'범무'란 남자애에게는 진작에 <애>에게 주어진 어리광은 포기해야 할
생활의 책임이 무겁게 쥐어져 있다.

삭막한 이 도시에서 꿈이라도 좇지 않으면 견딜수 없을거라 믿는 여자와,
세상 풍파의 앞뒤를 너무 일찍 겪어야 했기에 꿈 조차 가져 보지 못한 남자가
한 공간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철저히 타인인 남녀에게 한 공간이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채고,
심심하게 보내던 휴일을 서로간의 존재로 채우다,
그 사람의 공기를 나눠 갖게 되고,
마치 그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서로가 익숙해져 버려서 자연스레 연인 사이가 될 듯도 한데   

........ 19살 같은 26살의 '연욱'은 사랑 앞에서는 겁쟁이라
다가서는 19살의 순정을 거부한다.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지만
줄 수 있는건 마음 뿐이라 그것만큼은 다 주고 싶은 '범무'는 '연욱'의 거부 앞에 무력하다. 

이 둘은 과연 연인이 될수 있을까?

'연욱'의 불안은 이 어린 녀석이 변하지 않을까 싶고,
이 사랑 마저도 시간 앞에서는 덤덤해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거다.   

누구나가 사랑을 꿈 꾸지만 꿈꾸는 사랑이 꿈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기를 소원한다.  

하지만 비록 그 사랑이 나중에 떠나더라도 지금은 연애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팔딱이는 심장을 이미 그대에게로 뛰고 있으므로.

그래서 '범무'는 잿빛 도시숲을 달리기 시작한다.

이 도시에서 <기다리라>는 말은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르므로
단지 <천천히만 가>달라면서.  

육교 위에서 <아침>을 보던 남자와
그 남자의 뒷모습을 줄곧 봐온 여자의 만남의 나중은
해피일거라 짐작해도 될테지.

내가 참 좋아하는 만환데,
함부로 추천하기도 꺼려지는 작품이다.  

비싸보이는 작화와
작품 전반적으로 일관되게 흐르는 잿빛의 도시적인 분위기는
잘 살려진 만화지만
연출의 미숙함으로 내러티브가 약하고,
그래서 감정 전이력이 떨어진다.

프레임의 깔끔함은 높이 살만 하지만
군데군데 허전함을 느낄만큼 전개의 밀도는 엉성하다.  

부족함이 많이 잡히는 작품이지만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울 만큼 분위기가 한몫 하는 만화.

게다가 책방에서의 고백장면,
범무의 샤워장면,
육교에서의 엔딩장면은 비록 부분적이긴 하지만
이 작가의 가능성을 엿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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