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화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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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물 중 가장 읽기 불편한 시대는 일제강점기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그렇다.
꼭 그 시대가 아니래도 일본과 연결되는 역사는
일제강점기 그때로 읽혀진다. 


지금은 하늘 나라에 가 계신 우리 할머니가 견뎌낸 시대이기도 해서
"정말 그때 사람을 막 죽이고, 함부로 끌고 가고 그랬어?"라고 물어보면
너무 너무 먹을게 없어서 성씨 바꾸는 것 뿐만이 아니라
죽는거 말고는 시키는 대로 다 할수 있을 것 같더라는 대답을 들려주셨다.

그래도 타국 군인들이 자기 나라 땅에 함부로 들어와서
주인 행세 하는데 대항하지도 않는건 수치스럽다고 말했더니
그저 덤덤한 눈길로 나를 보면서

니 애비랑 굶지 않고 하루에 한끼만이라도 먹을 수 있었다면 그게 행복했다고
배 곯는게 세상에서 젤 싫다고... 너무 배고파 죽고 싶다가도 배고파 죽는게 싫어서 죽기 싫었다고
니 애비 굶기는게 젤로 서러웠다는 할머니 말씀이 당시에는 그다지 이해가 되는건 아니었다.

어떤 생활을 영위하는게 아니라 그저 생존하기 위해
짐승과 다를바 없는 수모를 받아들여야 한다니... 풍요로운 시대의 <나>는 못 견딜거라고 생각한다. 

[유이화]는 일제강점기 보다는 더 이전의 임진왜란 때의 이야기지만
우리 할머니가 들려주신 그때의 시절의 아픔이 그대로 배여나온다. 


[유이화]의 주인공 이화는 반듯한 이마가 무척이나 고운,
성정마저 그러한 이마를 닮은 여인이다.

그러한 여인이 폭력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강탈당하고
성적으로 유린당하지만 살아 남는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살아 남은게 허물이라고 한다면
그런 짓을 저지른 짐승보다
그걸 허물이라 떠드는 입달린 인간들의 입을 박음질 해버리고 싶다.

이화를 다시 만난 철영이 그런다.
아주 대범한 척 허물을 덮어주겠노라고,
이화가 화를 낸다, 내게 그러한 허물은 없다고.

그녀가 인정하는 허물은
자기 아들의 마지막을 외롭게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그일 밖에는 없을거다.
그외에 그녀는 잘못이 없다.
오히려 너무나 많은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그래도 어머니로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이를 품는다.
세상에 등 돌리지 않고 어머니로서 선다.

그녀는 조선의 어머니도, 일본의 어머니도 아니다.
그저 그녀 아이들의 어머니다.

밤낮 없이 일해도 지새끼 배를 든든하게 채우지 못한게
젤로 서글픈... 그저 누구나의 어머니이기도 하고,
오로지 이 세상의 단 한분인 어머니이기도 하다.

철영도 남편으로서, 조선인으로서는 화를 품었다치더라도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던것 같다.
그가 지키지 못했던 아들의 아버지로서 말이다.  


다만 자기 아내를 찾기 위해 이국땅에 와서 애쓰던 그의 노력에
처음 그의 유교적 남성상에서 비쳐졌던 비호감이 어느새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 역시 고통의 시대를 견디면서 살아 남은, 생명 가진 한 사람일뿐이라는거.
히로키에게 당신의 처는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마지막 그의 모습은
그래도 따뜻함을 잃지 않은 한 여자의 남자였다는게 조금은 슬프고 많이 기뻤다. 

어쩔수 없이, 강압적으로 조국을 떠나고, 고향으로 되돌아 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한을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작가의 말처럼 그네들이 살아가야할 그곳에 몸은 두더라도 마음은 내려 놓지 못하는 조선인들이 답답하기 보다는 고향을 엄마의 품으로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족적 정서 때문이지 않을까싶다.

결국은 조선은 철영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그의 아내이자 그의 아들의 어머니이던 이화이기도 한것 같다. 

나중에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방도가 생겨도  이화가 더이상 그의 아이의 어미가 아니고, 아내가 아니듯이
그가 돌아갈 조선은 영원히 잃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건 무척이나 큰 행복이다.
거기다 밥 뜸들이는 냄새가 늘 함께하다면 더욱이나...


끔찍한 시절을 회상하면서 끝맺는 말로는 항상
너희들은 그런 세상을 다시는 겪지 않아야 된다고,
배고픈 고통이랑 아예 몰랐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물기 마저 말라 버려서 건조하던 그 눈에 어리던,멀고도 가까운 그 시절에 겪은 고통을 기억하던 그 눈빛을 잊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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