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는 아니지만 - 구병모 소설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초기 소설과 비교하면 한층 부정적으로 자조적으로 진화한 구병모의 세상 읽기. 일곱 편의 소설 대부분에서 국가적 재난 사태 급 괴이한 사건과 현상이 '우연적으로' 발생하고, 자기합리화를 주식 삼아 근근히 살아가는 개인에게 이를 '사실적으로' 침투시켜 종국에 궁지에 몰린 개인을 철저하게 해체시킨다. 정부의 안일한 대책이나 여론의 뭇매, 객체를 잃은 자아의 시선 앞에서 타자화된 스스로를 마주하기란, 잔혹하다 못해 <고의는 아니지만> 속 '아이들의 미농지 같은 미소'처럼 묘한 비웃음을 띠는 듯 하다. 한걸음 뒤에서 관망하듯 코미디의 비극을 즐기고 있던 독자에게조차 "구멍은 어디에나 있어요" 서슴없이 말을 거는, 이 책은 구병모의 공포 소설이다.


 인상 깊었던 단편으로는  <타자의 탄생>, <고의는 아니지만>, <조장기>를 꼽겠다. 첨부한 문장은 <조장기>에서 따왔다.

그때 게걸을 떼고서도 마지막까지 누군가의 살점을 입에 문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끼룩거렸는데, 나는 조금 전까지 ‘누군가‘였을 그 살점이 승천하는 걸 바라보며 부럽다, 부럽다고 중얼거렸다.
_<조장기>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다 보니 구매해 놓은 박준의 유명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보다 먼저 읽게 된 그의 산문집. 도서관 신간 코너를 보는 일은 이래서 즐겁다.


 제목과 연관된 문장을 가진 <고아>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글은 책장을 몇 넘기지도 않았을 때 발견한 <그늘>이라는 시다. 요즘의 내게 참 많은 위로를 주었다. 그밖에 <그해 인천>,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해>의 제목을 단 글이 짙은 여운을 줬다.

그해, 너의 앞에 서면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내 입속에 내가 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_<그해 인천>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 남는다.
_<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_<고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에세이는 허세나 잡다한 수다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대개라 개인적으로 별론데, 이 에세이가 영화 혹은 책과 함께 엮어 쓴 통찰은 꽤 흥미로웠다. 김영하 책은 역시 내게 실망을 주는 법이 없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하츠는 올리짱의 라디오를 듣고 있는 니나가와의 등을 보면서, 올리짱의 실물을 처음 본 날 허탈감을 고백하는 니나가와의 등을 보면서 '발로 차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발로 차주고 싶다'는 하츠의 속마음에는 자신과 닮은 니나가와에게서 비롯되는 자기혐오, 연민, 동정, 호감, 안타까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묻어 있다. 종국에, 엄지발가락의 뼈가 딱 소리날만큼 밀어낸 니나가와의 등짝은 하츠에게 있어서 고통과 사랑스러움 그 자체이자, 자신의 감정을 서툴게나마 표현하고 분출한 대상이었다. 하츠는 그러한 '객체'를 처음 가져 본 것이다. 


 학창 시절을 지나온 우리들이 친구와 관계하며 느꼈던 묘한 긴장감과 서늘한 공기, 그 순간의 감정을 너무나 잘 묘사하는 작가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하츠가 되었고, 웅성웅성 시끄러운 교실 안에서 혼자 부유하며 외로움을 마주하는 경험을 새로 했다. 마치 중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차가운 소나기에 흠뻑 젖어 울고픈 기분이 들더라.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은 2004년 제13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다. 작가 와타야 리사는 당시 19살로 아쿠타가와상 역대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되었다. 최근에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새롭게 출간되어 위의 그림과는 다른 표지로도 만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 <모자>, <무지개풀>, <초코맨의 사회>, <곡도와 살고 있다>, <오뚝이와 지빠귀> 메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