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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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마스다 미리의 만화. 1년 전 이맘때쯤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짱보다는, 사와코보다는, 마이코보다는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지만 그녀들의 모습은 나의 현재이기도 하고 미래이기도 하다. 불안해하면서도 일상 속에서 작은 사치를 누리는 것, 그것이 곧 늙어가는 삶인 것 같다. 미래는 잘 모르지만 당장 내일이 있으니 수짱처럼 뽀득뽀득 샤워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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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김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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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음과모음 서평단에 당첨되어 운좋게 신간 도서를 읽었다. 김재영 작가의 소설집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이다. 나의 첫 김재영 작가 책이었다.


 김재영 작가는 한국 내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그리는 작품을 많이 썼다고 한다. 작가의 그러한 색깔은 목차의 첫번째 소설이자, 이 소설집의 표제작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에서도 드러난다.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에는 재건축에 반대하다가 불길에 휩싸인 주민들과 외국으로 도피하는 청춘들이 등장하며, 그들에게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는 정부와 사회가 등장한다. 그밖에도 계약직으로 머무르는 청춘들과, 남아선호사상에 태어날 때부터 성장을 거세당하는 여성, 야근과 과도한 일에 치이는 사람들이 다른 단편 소설 속에서 살아 숨쉰다.


 이 소설집의 독특한 점은 답답할만큼 삶에 치이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신화적인 상상과 엮고 비유하는 작가의 방식에서 느껴진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수많은 책과 영화를 언급하고, 신화와 우주적 차원의 이야기를 좋아하며, 그와 관계된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기를 즐긴다.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의 '우주'가 원자와 천체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미로]의 희가 정신을 잃고 일어났을 때 만난 인디언 할머니가 모하비 사막의 전설을 이야기 하는 것, [모기]의 주인공이 어릴 적 봤던 영화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가 그녀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 [특별한 만찬]의 주인공이 금성 신화에 사로잡히는 것 등속이 그렇다. 주인공들은 전형적일 정도로 자본주의에 매여 있고, 마치 90년대 소설을 보는 듯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일 혹은 창조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앞서 언급한 속성이 무색할만큼 주인공들은 한계 있는 인생에 자꾸만 끊임없이 부딪칠 뿐이다. 전형적인 캐릭터의 이상이 신화 없는 현실에 막혀 좌절되면서 역설적으로 슬픔이 배가되는 것이다. 그 와중, 주인공들에게 희망을 주고 현실을 버텨내게끔 도와주는 유일한 방안이 '신화'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구절들은 마지막 단편 [더 리브렛]에서 나왔다. [더 리브렛]이라는 제목은 주인공이 학사조교로 일하며 마음을 주고 길렀던 더 리브렛 품종 망아지 '알렙'에게서 따온 제목이다. 연애도, 일도, 어떤 생명에 마음 주는 일도 변변찮은 주인공은 학교로 가기 위해 터미널을 향해 힘껏 달리면서 말의 진화처럼 인간도 언젠간 속도전에 중요한 가운뎃발가락만 성장하는 진화를 겪지 않을까 상상한다. 학교를 떠나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식용으로 팔려가게 된 알렙의 거처를 듣게 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흐느껴 우는 일밖에 없고, 바쁜 삶 속에서 장거리 연애같던 사랑도 결국 그녀의 곁을 떠나간다. 글의 마지막 "길고 단단해진 세번째 발굽이 이상하게도, 갑자기, 견디기 힘들만큼 몹시 가렵다."는 문장은, 나의 존재 의미가 타인에게 타자화되는 사회와 스펙쌓기 경쟁 속에 부풀어 무뎌진 나의 가운뎃발가락을 상기시키는 대목이었다.


 첨부한 사진의 구절들도 [더 리브렛] 속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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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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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노 요코는 일본의 국민 동화라고 불리는 <100만번 산 고양이>의 작가로, <100만번 산 고양이> 외에도 다수의 동화와 에세이를 썼다. 이 책은 일본 출간 당시 독자들로부터 가장 사노 요코다운 에세이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책이라고 한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 쇼와시대 할머니, 사노 요코. 그녀는 장남을 제일이라고 여겼던 아버지와 다정치 않던 어머니에게 느낀 서운함을 숨기지 않고, 변비에 시달려 독충이나 마찬가지였던 날들을 고백하며 똥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놓고(사실 이 부분은 조금 역겨울 만큼 묘사가 집요했다ㅋㅋㅋㅋ 친구까지 함께 변기 앞에 앉아있었을 모습을 상상하니 웃기기도 하고.), 책에 대한 허세를 인정하며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솔직한 글맛이 돋보이는 에세이다.


 할머니 작가가 지닌 보수적인 고집이나 아날로그 고평가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사노 요코의 글에선 명랑하게 인생에 관해 주절거리는 가벼움과 노화를 탓하는 초연한 체념이 뒤섞여 깊은 인상을 준다. <겨울 연가> 덕후 입장에서 <겨울 연가>를 분석한 글이 있는데 이 글에서 톡톡 튀는 재치가 사노 요코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인생에 목표가 있다면 일생이 너무 짧게 느껴지고 시간은 모자랄 것이다.
목적이 없으면 시간은 많고 일생도 무척 길다.
죽을 때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되면 원통할 것이다. 짧은 일생이리라. 하지만 빈둥빈둥 느긋하게 산 사람은 죽을 때 ‘아, 충분히 살았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따금 친구가 "빨랑빨랑 해치워, 빨랑빨랑"하고 재촉한다. 친구야, 빨랑빨랑 일하면 나는 부자가 돼. 죽을 때 돈이 남아 있으면 어떡해? 아깝잖아.
세상에 도움은 되고 싶다. 하지만 필요 없는 게 노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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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수잔
제인 오스틴 지음, 김은화.박진수 옮김 / 바른번역(왓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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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의 영화를 재밌게 봤다. 이어서 읽게 됐는데 과연 제인 오스틴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것도 당시 열여덟살 즈음 어린 나이였던 제인 오스틴이 이렇게나 당차고 멋진 여성을 주인공으로 완성한 처녀작이다. 읽을 가치가 충분한데 역시 제인 오스틴의 소설답게 재미있기까지 하다.


 욕망하는 여성은 종종 터부시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에는 영은수라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영은수는 전 장관이었던 아버지가 입은 억울한 누명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영은수 또라이'라는 의미의 '영또'라는 별명까지 얻은 '욕망하는 여성 캐릭터'였다. 시청자들은 욕망하는 영은수에게 여타 다른 여성 캐릭터와의 차별점을 느꼈다고 굉장히 매력있다고 평했다. 레이디 수잔은 그러한 '욕망하는 여성 캐릭터'와 궤를 같이 한다. 21세기 한국은 2017년이 되어서야 욕망하는 여성 캐릭터를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레이디 수잔은 무려 18세기 저 멀고 먼 옛날 어린 외국 작가에 의해 진작 쓰여졌던 것이다. 그 점이 나를 두고두고 놀라게 한다. 캐릭터와 주제 의식, 내러티브까지,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시대 상황을 고려해보면 굉장히 미래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욕망하는 남성 캐릭터는 발에 치일만큼 많은데 욕망하는 여성 캐릭터는 왜 등장할 수 없고 멸시되어야만 하는가. 문학작품의 수많은 남성들은 여성의 얼굴과 몸을 품평한다. 그리고 품평을 남자의 당연한 본능이라며 뭉뚱그려 표현한다. 그렇다면 그 당연한 본능, 여성도 마찬가지로 지니지 않았겠는가. 여성이 사유재산을 가질 수 없던 시대, 여성은 당연히 '돈 많은' 남자와의 결혼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 얼굴까지 잘생겨주시면 좋다, 라는 속내를 레이디 수잔은 거리낌없이 표현하고 있으며 문어발식 연애로 실천까지 해주신다. 이러한 레이디 수잔의 행동은 문자 그대로 속물적이다. 하지만 레이디 수잔 같은 여성 캐릭터는 여태 드물었다. 그러니 같은 여성의 입장에선 쾌감이 느껴질만큼 멋져보이기만 한다.


 영화에서는 프레데리카와 레지날드의 결혼 그리고 레이디 수잔 본인과 제임스 마틴의 결혼(맨워링 경은 애인으로 두고)이라는 해피 엔딩을 그녀의 빅픽처였던 것처럼 그려내서 즐거움에 물개박수를 쳤던 기억이 난다. 헌데 원작을 보니 레지날드와의 결혼(맨워링 경은 그대로 애인으로 두고)이 최선책이었고 제임스 경과의 결혼이 차선책이었던 것이 확실하다. 프레데리카와 레지날드의 연애를 가능성만 남겨둔 채 끝내버리고 결혼 장면은 없는 것도 그렇고, 레이디 수잔의 뜻대로 모든 작전이 수월하게 이뤄지진 않았던 셈이다. 어찌됐든 그녀의 최종 목적은 사교계 생활을 유지하고 말년을 즐거이 할 수 있는 돈이었으니, 역자의 말대로 레이디 수잔은 계획을 훌륭하게 달성해버렸다.


 완독 후 영화를 한 번 더 보고싶었다. 새삼, 케이트 베킨세일이 레이디 수잔을 굉장히 잘 연기해냈다는 생각이다. 친구 알리시아에게 존슨 경의 중풍이 더 악화되었으면 좋겠다고 태연히 농담하는 그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다. 키득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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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마음 - 장 자끄 상뻬의 장 자끄 상뻬의 그림 이야기 11
장 자크 상뻬 지음, 이원희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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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들의 창조를 향한 해학, 주변인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담겨진 장 자크 상뻬의 그림 모음집. 음성 다이얼 그림과, 우연히 마주친 상담자, 내담자의 오피스까지의 어색한 동행 그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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