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얼굴들 - 당신이 지금 스쳐 지나간
변정윤 외 지음, 이상엽 사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획 / 후마니타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비정규직 천만 시대.

 내 얼굴이 될 수도 있는 그들의 얼굴.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사라지는 날이 정말 오긴 올까.

지난번 파업 때 교장 선생님이 왜 파업을 하냐고 물어보시길래
식비를 하나도 못 받고 있어서 그렇다고 말씀드렸어요.
"우리도 조금밖에 못 받는다" 하시기에 "우리는 조금도 못 받습니다"
그랬더니, 똑같이 되려고 하지 말래요.
- 초등학교 사서 노동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1
울라브 하우게 지음, 임선기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평화롭다. 짧은 시간에 완독해버렸는데 그동안 따뜻한 눈집 안에 포근하게 감싸였던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작고 작은
알베르틴 그림, 제르마노 쥘로 글,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너에게 모두 말했을 때엔 너의 이야기가 되어 있을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 개국,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왕조를 유지한채 개혁하고자 했던 정몽주와 새로운 왕조를 새워 갈아엎고자 했던 이성계. 그 둘의 짜릿한 대비가 가장 인상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아무도 아닌, 을 사람들은 자꾸 아무것도 아닌, 으로 읽는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위와 같은 짧은 문장이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을 모두 관통하는 말이다. 책을 완독한 뒤 이 말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가슴이 참 저며올 정도로 아팠다.


 황정은의 소설에서는 늘 가난하고 덥고 가련하며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냄새가 났다. 이 단편집에서는 그 냄새가 <양의 미래> 속 창고의 냉랭하고 습한 바람처럼 불어오는 듯했고, <웃는 남자> 속 오물이 찬 변기처럼 우울하고 생기 없이 들끓다가, <복경>의 화자처럼 웃늠 웃늠하고 소리를 내곤 했다.


 황정은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이 기이한 힘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디디나 도도, 명실이나 실리, 오제와 호재 같이 이름조차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의 삶의 터전을 황정은은 때론 공포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집요하게 해체한다. 황정은의 묘사와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은 나보다 '낫지 않아 보여' 안도하게 되는데, 과연 그들이 '나보다 낫지 않은 걸까' 언뜻 자문하면서 진저리를 치게 된다.


 이 책에서 황정은은 특히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사로잡고 있는 '터널'이라는 유산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문제로 굳이 풀어 말한다면 '가난의 종속'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상류엔 맹금류>에서 제희네 집 벽에 붙었던 크고 작은 액자들, <양의 미래>의 화자가 '가난하면 아이 같은 건 만들지 않는 게 좋아' 라는 식으로 남긴 메모, <누구도 가본 적 없는>에서 해외여행을 처음 가는 부부가 십 사년 전 계곡에 놓고 온 돗자리나 도시락, <누가>에서 화자가 취향을 강요받는 소음, <복경>의 화자가 가지고 있었던 '정수리는 뾰족하고 뒤통수는 납작한' 가난한 머리통 같은 것이 이어지고 남아있고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혹은 철학문제로 풀어보자. 완성되지 못한 유산들은 곧 '하나의 몫도 해내지 못하는 무력한 인간'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上行>에서 남동생이 창고에 남긴 곡식들, <명실>에서 실리가 남긴 많은 책들, <웃는 남자>에서 도도가 디디 대신 붙들었던 평범한 가방처럼.


 황정은이 내가 체감했던 것보다도 꽤 많이, 자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아픔을 그려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단편집에서만 해도 <양의 미래>, <명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웃는 남자> 네 편에서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 그들은 애틋하다. 황정은이 그려내는 '슬럼'에서 말라가고 있던 인물들은 사람의 상실로 인해 '변함 없는 현실이 변할 수 있으리란 희망'조차 잃고 문드러져 간다. 나는 그래서 특히나, <양의 미래>와 <웃는 남자>가 아팠다.


 <양의 미래>에서 햇볕의 양지와 음지가 나뉘던 지하 서점 계단이나, <명실>의 명실이 실리를 기다리는 책상과 의자가 놓인 벌판, <상류엔 맹금류>에서 짐승들 똥물에서 자리를 펼치고 밥을 먹는 노부부와 젊은 남자와 여자, <웃는 남자>에서 가로등에 따라 주홍색으로 밝혀지는 '현관과 벽지까지 떨어져 단순해진 집'에서 공중에 대고 침을 뱉었다가 눈썹과 턱으로 떨어지는 침을 받는 남자. 이런 광경들이 오래오래 남아 나를 뒤흔들 것이다.


 내 마음에 가장 깊게 잔상을 남긴 단편 <양의 미래> 속 구절을 마지막으로 첨부한다.

 

 


햇빛은 하루중 가장 강할 때에만 계단을 다 내려왔다. 유리를 경계로 바깥은 양지, 실내는 어디까지나 음지였다. 수많은 형광등 불빛으로 서점은 좀 지나치다 할 정도로 밝았으나 조도가 질적으로 달랐다. 나는 뭐랄까, 창백하게 눈을 쏘는 빛 속에서 햇빛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의 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오후에, 유리를 통해 노랗게 달아오르고 있는 계단을 바라보다가 저 햇빛을 내 피부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중에 채 삼십 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햇빛이 가장 좋은 순간에도 나는 여기 머물고 시간은 그런 방식으로 다 갈 것이다.
_<양의 미래> 중에서.

아무도 없고 가난하다면 아이 같은 건 만들지 않는 게 좋아. 아무도 없고 가난한 채로 죽어. 나는 그대로 책을 덮어버렸고 그 문장들은 내가 적은 바로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십 년이 지난 뒤에도, 어쩌면 백 년이 지난 뒤에도 말이다.
_<양의 미래>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