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데도 달라지지 않는 이유


무언가를 좋아해서 오랫동안 그 활동을 해왔다고 치자. 배드민턴이나 수영 같은 운동 일수도 있고, 도예나 뜨개질 같은 수공예일 수도 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처음 할 때처럼 실력이 제자리이다. 취미라지만 그 활동을 하기 전과 몇 년 후가 다름이 없다면 그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독서가 그렇다. 신체활동보다 더 성취도를 따지기 어려운 분야라 무조건 많이 읽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 백권, 몇 천권의 책을 읽었더라도 남들에게 책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서평 글쓰기 특강‘에서는 책을 읽어도 변하지 않는 이유로 질문하기와 쓰기의 부재를 든다. 읽고 나서 토론과 서평같은 활동을 하며 진지하게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거쳐야 작품이 하나의 의미로 다가오고, 깨달음을 주고, 삶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장을 번갈아가며 글을 썼다. 저자 김민영과 황선애는 서평 쓰기 커리큘럼으로 오랫동안 강의를 해온 강사이기도 하다. 저자 김민영은 방송작가, 영화평론가, 출판기자를 거쳐 취미로 쓴 서평으로 네이버 파워블로거가 되었고, 서평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저자 황선애는 독일문학을 전공하고 번역가로 활동하며, 마찬가지로 서평 쓰기 모임을 꾸준히 하고 있다. 두 저자 모두 서평을 쓸 뿐만 아니라 모임과 강의를 운영하며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독자가 어떻게 작가로 변모하는지 지켜보았을 것이다.



‘생각 정리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독서 습관 바꾸기, 독후감에서 서평으로, 비평부터 시작해볼까, 서평 쓰는법, 퇴고 습관‘이라는 다섯개의 장으로 나누어지고, 부록처럼 마지막 장엔 서평가 여섯 명의 인터뷰집을 실었다. 첫번째 장에서는 서평을 왜 써야하는지에 대해서 다룬다. 두번째 장은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에 대한 글이다. 세번째 장은 ‘정확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서 책을 평가하는‘ 비평에 대해서 말하고, 네번째 장은 서평을 쓰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다섯번째 장은 퇴고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한다.



책에선 독후감과 서평의 차이를 계속해서 들면서 주관적인 글쓰기에서 객관적인 글쓰기로 나아가길 권한다. 독후감은 일기나 에세이에 가깝지만, 서평은 비평에 속하므로 혼자 기록하는 글에서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는 글을 쓰라는 것이다. 독후감은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을 쓰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와 핵심을 파악하려는 서평보다 ‘나‘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된다. ‘나‘라는 말을 줄이고, 객관적인 시야로 글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나‘를 벗어나기 위해서 작가, 작품, 독자의 반응 등을 공부하라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가장 실질적으로 궁금해 할 장은 서평 쓰는 법일 것이다. 책의 분량에 비해 서평 쓰는 법은 그리 길지 않지만, 핵심만을 담아냈다. 먼저 서평을 쓰는 책은 자기 수준에 맞는 책으로 골라야 서평을 쓸 때도 어렵지 않다. 서평을 쓰는 순서로 발췌, 메모, 개요, 초고, 퇴고를 든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부분을 옮겨쓰고, 생각을 기록하고 글감을 정리한다. 틀을 정한 후 내용을 요약하고 소개하고 관점을 바탕으로 초고를 쓴다. 퇴고를 하며 마무리한다. 퇴고는 ‘글에 담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좀더 명료하게 만들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라 하며 강조한다. 서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객관적인 정보와 주관적 관점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지 유의하며 쓰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란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쓰고 생각하며 완성하는 것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서평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지만 신기하게도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독서 습관을 돌아보게 되는 경험을 할 것이다. 제대로 책을 읽어 왔는지 그동안 놓친 것은 없는지 앞으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 지 같은 질문이 생긴다. ‘독후활동의 핵심은 생각하는 것‘이라는 책의 말처럼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독서로 인해 내가 변한다는 것은 나의 관점이 명확해져서 더 자신답게 사는 것이다. 그저 다독이라는 목표에만 치우친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기회에 자신을 열어두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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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정서적 유산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스스로 거의 인식하지 못한 채 상속받았지만, 그 유산의 지대한 영향이 일상의 행동을 좌우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유년기에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성인기에는 과잉 성취와 거짓자아 형성을 보이는 양상이다. 이 논리를 이해하고, 이것을 최대한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책에서는 말한다.

본론에선 유년기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열거한다. 문제 있는 사람에게 이끌리는 성향, 속물적인 양육자, 비위 맞추기, 비난에 대처하는 법, 참자아와 거짓자아, 공포와 불안 그리고 수치심, 완벽한 아이 증후군, 과잉 성취, 유쾌함, 분리가 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말하는 결핍이 ‘있는 그래도 사랑받지 못한 갈망‘인데, ˝완벽한 인생을 살지 않아도 괜찮다, 평범해도 된다˝는 부모에게 듣고 싶었던 위로를 책이 대신 해준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신경쇠약이란 단순한 광기나 기능 부전이 아니라, 어설프게나마 건강을 회복하려는 절실한 노력으로 본다.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 제대로 앓는 과정을 겪는다고 표현한 점이 좋았다. 심리 치료의 효과를 설명하며 긍정적인 점을 들어 권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린 시절에 심한 오해를 받았지만, 마찬가지로 부모를 심하게 오해하기도 했다며 서로 분노하기보다는 연민을 느껴야 한다고 한다. 달곰씁쓸한 추억이라는 모순되는 두 가지 감정을 품는 경험들을 어느 쪽도 거부하지 않고 포용하며 경험이란 지극히 복합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얘기하며 끝을 맺는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 정신적 위기를 겪는 건 어린 시절에 참자아가 되어 충분히 자신이 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점이 유감스럽지만 현재 내가 종종 개차반이 되는 것과 억압을 받아서 천사같았던(ㅎㅎ) 어린시절의 유기성을 알고, 자책을 덜 하면서 나를 이해해야지 어쩌겠나. 결국 유년기를 극복하는 법은 나의 지금과 나의 유년기와 그때와 지금의 부모를 포용하는 길인 것 같다. 유년기의 내가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을지를 돌아보고, 부모님과 그 시절의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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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중엔 변할 수 있지만 지금은 자유로워지기 위해 독서를 한다고 했다. 나의 경우에는 독서를 하면서 추구했던 가장 큰 목적은 ‘재미‘였다. 재미가 있어야 독서를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 삶의 가치관과도 닿아있다. 경험을 할 때 ‘재미‘를 우선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재미있어보이는건 일단 ‘고‘였다. 그렇기에 남은게 없다. 재밌는게 다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쉽고 빠르고 몸 편하고 재밌는 거였지. 그동안 실컷 재미봤으니 앞으로는 인생이 달라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독서에도 해당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인생과 독서는 둘다 어렵고 느리고 몸이 조금은 힘들어야 할까? 저자는 독서가 힘든 행위임을 인정하라고 한다. 재독과 글쓰기 등 수능준비 못지 않은 끝없는 반복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뭐 이런걸 감수할 만한 동기여야 한다면, 그렇다면 독서의 새로운 목적은 아마 ‘사랑‘이어야 하지 않을까.(요즘 사랑이란 주제에 많이 빠져있다. 이성애적 사랑말고) 근데,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이 책에서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나만의 답을 가지기 위해 독서를 해야한다. 둘째는 독서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해야한다. 셋째는 명확한 이유가 있고, 생존력과 관계가 있는 활동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책을 읽고나서 그저 무턱대고 읽기만 하던 독서 방법을 바꾸기 위해 월별로 나눠 세부주제를 정해놓고 독서 목표를 세웠다. 배우고 싶은 분야를 목표로 삼고 그에 따라 수평독서를 할 작정이다. (수평독서란 동일한 주제의 책을 연이어 여러 권을 읽는 것을 말한다. 더불어 수직 독서란 동일한 주제 책을 난이도에 따라 점차 어려운 순서로 읽는 것.) 원래는 손이 가는대로 파편적으로 읽었는데,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놓았던 책들 중에서 단순히 흥미로만 고른 책들은 읽지 않고 반납했다.



그리고 책 뿐만 아니라 나와 세상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한다고, 아니 늘 ‘질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질문이 있어야 답을 찾을 수 있고, 답이 안나오더라도 질문을 지니고 있다보면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 ‘요즘 나의 화두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적어볼거고, 질문을 지어서라도 하루에 하나 씩 해봐야지. 그러다보면 나도 나만의 답을 가진, 좀더 단단한 인간이 되지 않을까.(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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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밑줄 쳐놓은 부분을 다시 읽으려니 어떤 드라마 짤이 생각난다. 극중 성격이 센 주요한 인물이 공항의 티켓발권창구에 도착해서 먼저 와 있던 손님을 밀어내고 자신의 용무를 다급히 처리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는 가차없이 밀려난 손님이 다음 장면에서 그대로 옆창구에서 아무 일 없는 듯이(눈 한 번 흘기지 않고) 발권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여기서 파렴치한 인간에게 아무 항의 없는 손님의 꿋꿋한 태도에서 의아함과 황당함을 느낀다.

마이클 싱어는 스트레스는 우리가 삶의 사건들에 저항할 때만 생긴다고 했다. 삶을 밀쳐내거나 끌어당기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저항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을 처리할 때가 그렇다. 그래서 사건이 지나가게 하는 수용의 자세로 살라고 말한다.

그 손님의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 의아했던건 내 안에 있던 감정이 건드려져서가 아닐까 싶었다. 나를 왜 무시하지? 그렇다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어 같은. 나도 마음에 억눌려있는 무시당하는 고통을 직면하고, 방어하기 위해 어떤 틀을 만들어내는 것 없이 그저 모든 상황을 수용하고 싶다. 별안간 누군가에게 밀쳐났지만 옆 창구가 비어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인 그 손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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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잃은 아이는 개를 훔쳐서 개도 집을 잃게 한다. 납치한 윌리에게 금방 집에 갈 수 있을거라 말하는 조지나에게서 그 애의 엄마 모습이 겹쳤다. 윌리는 조지나이고 조지나는 엄마가 된 것 같았다.


조지나가 개를 납치할 때 개를 대하는 주인의 태도를 보고 결정해서인지 너그러운 카멜라 아주머니는 윌리에게 화를 내지 않듯 조지나 또한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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