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밑줄 쳐놓은 부분을 다시 읽으려니 어떤 드라마 짤이 생각난다. 극중 성격이 센 주요한 인물이 공항의 티켓발권창구에 도착해서 먼저 와 있던 손님을 밀어내고 자신의 용무를 다급히 처리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는 가차없이 밀려난 손님이 다음 장면에서 그대로 옆창구에서 아무 일 없는 듯이(눈 한 번 흘기지 않고) 발권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여기서 파렴치한 인간에게 아무 항의 없는 손님의 꿋꿋한 태도에서 의아함과 황당함을 느낀다.

마이클 싱어는 스트레스는 우리가 삶의 사건들에 저항할 때만 생긴다고 했다. 삶을 밀쳐내거나 끌어당기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저항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을 처리할 때가 그렇다. 그래서 사건이 지나가게 하는 수용의 자세로 살라고 말한다.

그 손님의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 의아했던건 내 안에 있던 감정이 건드려져서가 아닐까 싶었다. 나를 왜 무시하지? 그렇다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어 같은. 나도 마음에 억눌려있는 무시당하는 고통을 직면하고, 방어하기 위해 어떤 틀을 만들어내는 것 없이 그저 모든 상황을 수용하고 싶다. 별안간 누군가에게 밀쳐났지만 옆 창구가 비어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인 그 손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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