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과 녹두 장군 전봉준 - 다큐동화로 만나는 우리 역사 3
이정범 지음, 이희근 감수 / 서강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6학년인 딸은 환타지나 문학쪽을 좋아해서 역사물은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편이다.   

역사를 다룬 책들은 이런저런 다양한 책이 집에 굴러다니는데도  잘 읽지 않았다. 

어려운 단어에 막히곤하다가 흥미를 잃기도 하고 딱딱한 서사에 질리기도 하였는데 

이 책은 이야기 위주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최제우와 최시형이 어떤 사람인지, 그 당시 시대상황이 어떠했는지, 동학 사상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났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운요호사건은 어떻게 일어나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청일전쟁은 어떻게 일어났는지까지 간략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렁각시는 알까?
이동하 지음 / 현대문학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그의 창작집 [우렁각시는 알까?]는 읽다보면 작가의 일상이 보이는 듯한 작품들이 많다. 명퇴후 오전에는 산책하며 지내는 <남루한 꿈>의 화자 일상은 어쩌면 작가의 일상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부양하며 젊었을때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모곡>의 화자 모습에서도 작가의 모습이 보인다. <누가 그를 기억하랴>에서는 오랜 기간동안 목포에 재직하면서 서울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오가던 작가의 모습도 연상이 된다.  봉변을 당하고 혼자서 고작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나!'하는 혼잣말을 뇌까리면서 속만 끓일뿐인 <앙앙불락>의 화자의 모습도 작가의 모습과 겹쳐서 보인다.

 

그의 초기작들, 말하자면 [우울한 귀향]이나 [장난감 도시] 같은 작품들은 지독했던 가난속에서 무력한 이들의 곤고한 삶이 아프게 펼쳐진다. 이제 [우렁각시는 알까?]에 이르러 그런 절대 가난은 없으나 여전히 삶은 팍팍하고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 아무리 조심하고 근신하며 산다고 해도 소용없는 노릇이다. 예측불가능한 함정들이 도처에 널려 있고, 만부득이 상대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마다 그 구린내 나는 입 속에는 한결같이 날카로운 송곳니들을 감추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한 세상은 <누가 그를 기억하랴>에서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버린 아파트의 20층에 있는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계단을 오르는 화자의 삶에서도 보인다. 작품속의 화자들은 가엽고 무력하며 고통스럽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의 비의 뿐만이 아니라 이 창작집에는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비애도 있다. <헐거운 인생>은 설화를 곁들인 노인 이야기다. <누가 그를 기억하랴>도 한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여 이제는 자식들도 자라고 자신의 집도 장만한 한 사내의 이야기다. 그는 '오직 가족을 위해 절약을 넘어 몰강스러우리만치 내핍 일변도로 살아왔'으나 마침내 아파트('가없는 하늘 아래, 네 벽을 두르고 지붕을 덛고 그리고 불을 밝힌 그 작은 공간 안에, 둥지를 튼 오지 하나뿐인 가정. 자신에게도 그런 가정이 있어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노라면 매양 가슴 밑바닥이 따뜻하게 젖어들곤 하'던 바로 그 자신의 집)가 무너져내려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한 사내의 이야기다.

 

나는 이 창작집에서 어떤 작품보다도 <너무 심심하고 허무한>을 재미있고 인상 깊게 읽었다. 마치 옛날 이야기처럼 편안하고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이 일어서 읽기 시작하고는 눈을 뗄 수 없는 작품이었다. 단정하면서 분명하고 거기에 아름답기까지 한 문장은 한 줄 한 줄이 감탄스러워서 나는 노트를 꺼내어 필사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렸다. 나란한 쌍둥이 굴에서 지내던 중과 거지. 거지는 누운 등신불이 된다. 진지하면서도 관조적인 거리를 둔 작품으로 연륜이 느껴진다. 이제까지 작가의 작품들과 가장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창작집을 읽으면서 만나는 낯선 단어들에 대한 공부도 즐거움의 하나였다. 어릴적에 어른들이 쓰던 말중에 묻혀있던 단어를 만나는 반가움은 컸다. 표준어를 쓰지 않고 사투리를 쓰면 마치 부끄러운 실력이  들통나는 것처럼 여겼던 때가 있었다. 이젠 그런 경계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싶다. 이 창작집에 실린 고유한 우리말, 입말에 익숙했던 우리말들이 문장속에서 정확하게 쓰이기도 했기 때문이지만 나는 그 말들이 정답고 아름다와서 일일이 사전을 찾아가며 즐거움을 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62년에 일본에서 초판이 출간되어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된 [모래의 여자].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아베 코보를 몰랐다.

[모래의 여자]는 두껍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단어 몇을 뽑으라면, '뫼비우스띠', '곤충', '실종'을 들겠다.

 

한 남자가 8월 어느날 실종된다. 그는 학교 교사이며 곤충을 채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는 모래땅에 사는 곤충을 채집하기 위해 집을 나선 후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실종은 예기치 않은 것이어서 납치나 사고, 혹은 사랑의 도피행각등 여러가지의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어떤 것도 맞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그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남자는 새로운 종의 곤충을 채집하여 긴 라틴어 학명과 함께 자기 이름을 곤충도감에 올리고 싶었다. 그는 모래땅에 서식하는 좀길앞잡이의 변종을 찾기로 한다. 그리고 모래땅을 찾아 사구로 들어선다.

 

유동하는 모래의 이미지는 그에게 뭐라 말할 수 없는 충격과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 모래의 불모성은 흔히 말하듯 건조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끊임없는 흐름으로 인해 어떤 생물도 일체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에 있는 것 같았다. -중략-

정착은 과연 생존에 절대적으로 불가결한 것인가. 정착을 부득불 고집하기 때문에 저 끔찍스런 경쟁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만약 정착을 포기하고 모래의 유동에 몸을 맡긴다면 경쟁도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20쪽.

 

남자는 모래구멍들이 있고 성벽처럼 사구가 둘러싸인 곳에서 좀길앞잡이를 찾다가 한 노인의 제의로 민박을 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곳 집들은 모래 속 깊은 곳에 있었다. 끊임없이 쌓이는 모래를 집 주변에서 퍼올리다보니 자연히 집을 점점 모래 벌판 깊숙이 구멍속에 있는 형국이었다. 그는 민박에 대한 사례를 하겠다며 묵을 집으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그 곳에는 한 여자가 살고 있었다. 

 

남자는 하룻밤을 묵을 계획이었다. 날이 밝으면 나가서 좀길앞잡이를 찾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모래구멍에서 나오지 못하고 만다. 모래 속에 사는 곤충을 찾으려 했지만 그는 모래속에 사는 곤충과 다름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여자를 인질로 삼아 탈출을 기도하기도 하고 몇날 며칠 치밀하게 준비하여 몰래 탈출을 기도하기도 하지만 그는 실패한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찰이 알고 구원해주기를 바라지만 그것도 기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는 유치한 장난기가 발동하여 동료교사, 뫼비우스띠라고 지칭하는 동료교사에게 비밀스런 뉘앙스를 풍기며 휴가를 떠난다는 편지를 써두고 온 것이다. 그 편지는 자신이 도망자라는 고백이나 다름 없을 거라는 짐작을 하면 낙담한다.

 

뫼비우스띠는 안과 밖이 없는공간이다. 뫼비우스띠라고 불리는 동료교사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인생에 기댈 언덕이 있다고 하는 교육 방법이, 도무지 미덥지가 않은데.....-중략- 그러니까 없는 것을 말입니다,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환상 교육이죠.....-중략- 결국 세계는 모래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모래는 정지되어 있는 상태에는 그 본질을 파악할 수가 없으니까.....모래가 유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유동 자체가 모래라는.....-중략- 나 자신이 모래가 되는....모래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 한번 죽으면, 더 이상은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우왕좌왕할 필요도 없어지니까.....96쪽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모래.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때도 모래는 내려와 쌓인다. 뜨거운 낮을 피해 밤이면 매일 모래를 퍼올려야 모래속에 파묻히지 않는다. 사다리를 통해 배급으로 내려주는 물과 음식으로 연명하며 오직 모래를 퍼올리는 것만이 생활의 전부다. 퍼올리는 모래를 위에서 받아주는 조합원들과 만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어떤 연락도 닿지 않는 단절된 생활이다. 그 곳에서 사는 여자의 꿈은 라디오를 갖는 것이다. 그녀는 모래속에 사는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 곳을 벗어나는 것을 생각지 않는다. 그는 유수장치를 개발한다. 물이 귀한 사막에서 유수장치는 획지적인 것이 될 것이다. 여자와 함께하는 그 곳에서의 삶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탈출의 꿈을 접지 않는다. 어느날 여자는 자궁외임신을 하게 되고 구조를 요청한다. 그가 그곳에 갇힌 때로부터 반년만에 새끼줄 사다리가 내려온다. 마침내 그에게 탈출의 기회가 온 것이다. 그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다.

 

딱히 서둘러 도망칠 필요는 없다. 지금,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왕복표는 목적지도 돌아갈 곳도, 본인이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는 공백이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유수 장치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욕망으로 터질 듯하다. 털어놓는다면 , 이 부락 사람들만큼 좋은 청중은 없다. 오늘이 아니면, 아마 내일, 남자는 누군가를 붙들고 털어놓고 있을 것이다.

도주 수단은, 그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227쪽.

 

이렇게 남자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7년동안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남자에 대한 법원의 실종 판결문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떠난다
장 에슈노즈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화랑을 경영하는 전직 조각가 페레의 이야기.

화랑 조수가 전해준 정보로 북극에 방치되어있는 난파선에서 골동미술품을 가져오지만 도난당하고 만다. 화랑의 경영난에 건강까지 악화된 페레.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조수가 바로 절도범. 그래서 골동미술품을 찾고 사건은 마무리지어져 해피엔딩?

 

아니다. 작품의 맨 처음에 페레는 "난 가야겠어."하고 아내인 쉬잔을 떠나지만 일 년 후 그는 '최악의 선택'을 깨달으면서도 쉬잔과 함께 살던 옛집을 찾아간다. 그 집에는 새로 이사를 온 낯선이가 연말 파티를 하고 있다.

 

절제된 건조한 문체의 문장을 읽다보면 페레의 아픔이 전해온다. 과감함 생략과 세밀한 묘사가 함께 빛난다. 많은 여성을 전전하지만 결국 페레는 혼자다. 다시 떠나야 한다. 이제는 엘렌에게 정착하고 싶었던 페레. 새로운 집과 가구를 들으며 페레가 안정을 찾아갈 때 엘렌은 다른 이에게 갈 것을 암시하고 떠난다. 이때 페레가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리고 보지도 않으면서 티브이를 켜고 끄는 것을 반복하고 냉장고 문을 열고 멍청하게 들여다본다. 작가는 심리를 담담한 어조로 행동 묘사와 주변 묘사만으로 치밀하게 드러낸다.

 

재미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 노트북 - 전3권 세트
도리스 레싱 지음, 안재연.이은정 옮김 / 뿔(웅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번역서를 읽을 때면 나는 가끔 내가 원서를 읽을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푸념을 한다. 때로는, 정말 이 번역이 잘 된 번역일까, 의심한다.

 

어제부터 도리스 레싱의 [황금 노트북]을 읽고 있는데 문장이 자꾸 걸렸다. 아주 가끔 눈에 띄는 사소한 교정상의 문제가 아니다(그러나 이런 것들도 신뢰감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오늘 나는 최미양이 쓴 [도리스 레싱의 황금빛 노트와 상호의존적 자아]라는 책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 내가 답답하고 불편했는지 알게 되었다.

 

안재연, 이은정 공동 번역서인 [황금 노트북](뿔)과 최미양의 [도리스 레싱의 황금빛 노트와 상호의존적 자아]를 몇 군데만 비교해보자.

 

안재연, 이은정의 책(이하 1번): "문제는, 내가 보기에 모든 게 무너지고 있다는 거야."(39쪽)

최미양 책(이하 2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균열하고 있어."(21쪽)

 

1번: 뜨거운 바위 표면의 태양의 냄새. 건조함과 뜨거움, 그리고 태양, 태양의 냄새를 풍기며 내 뺨을 스치는 먼지의 실크. 대리인으로부터 온 소설과 관계된 편지들. 그것들 중 하나가 도착할 때마다 나는 비웃고 싶어진다. - 혐오의 웃음. 불쾌함의 웃음, 무력함의 웃음, 자기학대. 구멍이 뚫인 뜨거운 화강암의 경사면, 뜨거운 바위에 기댄 내 뺨, 그리고 눈꺼풀 위를 비추는 붉은 빛을 생각할 때처럼 비현실적인 편지들.(140쪽)

 

2번 :내 소설의 대행인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를 받을 적마다 나는 웃고 싶다. 혐오의 웃음을. 악한 웃음. 무기력한 웃음. 자책의 웃음을. 열기를 뿜어내는 화강암 비탈길. 내 뺨을 억누르는 뜨거운 바위. 내 눈까풀 위로 쏟아지는 작열하는 태양빛을 생각하면 이것들은 비현실적인 편지들이다. (13쪽)

 

1번: [전쟁의 변경](안나의 책)

2번: [최전선]

 

더 찾아볼 필요도 없다. 안나(애나)가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이름, [최전선]과 [전쟁의 변경]만 보아도 안다.

 

억울하면 직접 네가 읽으면 될 거아냐. 아, 미치겠다. 마치 레싱이 내 앞에 서있는데,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고 그녀와 얘기하고 싶어 죽겠는데 내 앞에 단단한 유리가 나를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유리는 맑은 유리가 아니고 농도가 균일하지 않은 불투명 유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