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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노트북 - 전3권 세트
도리스 레싱 지음, 안재연.이은정 옮김 / 뿔(웅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번역서를 읽을 때면 나는 가끔 내가 원서를 읽을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푸념을 한다. 때로는, 정말 이 번역이 잘 된 번역일까, 의심한다.
어제부터 도리스 레싱의 [황금 노트북]을 읽고 있는데 문장이 자꾸 걸렸다. 아주 가끔 눈에 띄는 사소한 교정상의 문제가 아니다(그러나 이런 것들도 신뢰감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오늘 나는 최미양이 쓴 [도리스 레싱의 황금빛 노트와 상호의존적 자아]라는 책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 내가 답답하고 불편했는지 알게 되었다.
안재연, 이은정 공동 번역서인 [황금 노트북](뿔)과 최미양의 [도리스 레싱의 황금빛 노트와 상호의존적 자아]를 몇 군데만 비교해보자.
안재연, 이은정의 책(이하 1번): "문제는, 내가 보기에 모든 게 무너지고 있다는 거야."(39쪽)
최미양 책(이하 2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균열하고 있어."(21쪽)
1번: 뜨거운 바위 표면의 태양의 냄새. 건조함과 뜨거움, 그리고 태양, 태양의 냄새를 풍기며 내 뺨을 스치는 먼지의 실크. 대리인으로부터 온 소설과 관계된 편지들. 그것들 중 하나가 도착할 때마다 나는 비웃고 싶어진다. - 혐오의 웃음. 불쾌함의 웃음, 무력함의 웃음, 자기학대. 구멍이 뚫인 뜨거운 화강암의 경사면, 뜨거운 바위에 기댄 내 뺨, 그리고 눈꺼풀 위를 비추는 붉은 빛을 생각할 때처럼 비현실적인 편지들.(140쪽)
2번 :내 소설의 대행인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를 받을 적마다 나는 웃고 싶다. 혐오의 웃음을. 악한 웃음. 무기력한 웃음. 자책의 웃음을. 열기를 뿜어내는 화강암 비탈길. 내 뺨을 억누르는 뜨거운 바위. 내 눈까풀 위로 쏟아지는 작열하는 태양빛을 생각하면 이것들은 비현실적인 편지들이다. (13쪽)
1번: [전쟁의 변경](안나의 책)
2번: [최전선]
더 찾아볼 필요도 없다. 안나(애나)가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 이름, [최전선]과 [전쟁의 변경]만 보아도 안다.
억울하면 직접 네가 읽으면 될 거아냐. 아, 미치겠다. 마치 레싱이 내 앞에 서있는데,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고 그녀와 얘기하고 싶어 죽겠는데 내 앞에 단단한 유리가 나를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유리는 맑은 유리가 아니고 농도가 균일하지 않은 불투명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