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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난다
장 에슈노즈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화랑을 경영하는 전직 조각가 페레의 이야기.
화랑 조수가 전해준 정보로 북극에 방치되어있는 난파선에서 골동미술품을 가져오지만 도난당하고 만다. 화랑의 경영난에 건강까지 악화된 페레.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조수가 바로 절도범. 그래서 골동미술품을 찾고 사건은 마무리지어져 해피엔딩?
아니다. 작품의 맨 처음에 페레는 "난 가야겠어."하고 아내인 쉬잔을 떠나지만 일 년 후 그는 '최악의 선택'을 깨달으면서도 쉬잔과 함께 살던 옛집을 찾아간다. 그 집에는 새로 이사를 온 낯선이가 연말 파티를 하고 있다.
절제된 건조한 문체의 문장을 읽다보면 페레의 아픔이 전해온다. 과감함 생략과 세밀한 묘사가 함께 빛난다. 많은 여성을 전전하지만 결국 페레는 혼자다. 다시 떠나야 한다. 이제는 엘렌에게 정착하고 싶었던 페레. 새로운 집과 가구를 들으며 페레가 안정을 찾아갈 때 엘렌은 다른 이에게 갈 것을 암시하고 떠난다. 이때 페레가 이곳저곳에 전화를 돌리고 보지도 않으면서 티브이를 켜고 끄는 것을 반복하고 냉장고 문을 열고 멍청하게 들여다본다. 작가는 심리를 담담한 어조로 행동 묘사와 주변 묘사만으로 치밀하게 드러낸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