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웃어보지만, 즐거워지지 않는다 

여행이, 친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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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가슴에 큰 구멍이 난듯하다 

이렇게 방치해도 될까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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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적인 사랑, 완전한 사랑, 영원불변한 사랑을 그대에게 드린다면 그대는 어느 정도 크기의 그릇을 내밀 수가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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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자신에게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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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체적인 나이 


이젠 슬픔도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가령, 밤 열시의 수퍼마켓에서 라면 한 봉지와 소주 한 병을 살 때, 오백 원짜리 동전 두 개와 백 원짜리 동전 다섯 개, 오십 원짜리 동전 두 개를 내고 사십 원을 거슬러 받을 때,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주머니에 거스름돈을 찔러넣을 때, 마흔을 바라보는 여자선배가 올해는 꼭 시집갈 거야, 하며 말할 때, 그 선배가 탱고를 배우러 다니는데 함께 레슨을 받는 젊은애들의 동작은 따라할 수 있어도 예쁜 표정은 절대로 따라할 수 없다며 푸념할 때, 슬픔은 너무나도 구체적이다
서른, 혹은 그 몇. 슬픔의 무게도 잴 수 있을 것 같은 나이

#2. 수평선 너머는 바다

세상 저편에 무엇이 있나 궁금하던 때가 있었다. 내 뒤통수에 대고 누군가가 발사한 총알도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미친 듯이 질주하던 시절이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면도를 하다 턱에 자란 흰 수염에 절망하기 시작하고 대출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고 신문 주식 면에 슬슬 눈길이 가고 연락이 안 되는 친구들이 하나둘 생기고 점집에 들락날락하고 이것저것 잡스런 취미도 갖게 되면서부터...
수평선 너머는 바다겠지, 뭐.
등대는 얼마나 지루할까?

#3. 인연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러할 터이니 그리 알고 있으면 그렇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인연도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할 수 없다
노력하기 위해서는 좋아해야 하고 좋아하면 즐겁고
즐거우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는 인연은 끝까지 가게 된다
너를 만나게 된 것도 그러했다

#4. 목련
목련의 피고 짐은 사랑과 꼭 닮았더라
툭툭 꽃망울 터트리며 환하게 피다가
검은 꽃잎 낭자하게 뿌려놓고 지듯
사랑도 그러하더라
필 때는 담장 너머 아득한 거리에서 피다가
질 때는 발에 질끈 밟히며 걸음을 서성이게 하더라

#5. 통증
통증은 늘 내 몸에 머물러 있었다
몸이 아프지 않았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난분분 흩날리는 벚꽃처럼 아팠다
마음은, 저물녘 옥상에 놓인 풍향계처럼, 부르르 떨곤 했다
익숙한 통증은 없다 아팠던 자리가 다시 아파도 통증은 늘 새롭다
그래서 지겹다 내속에 머물고 있는 너처럼

#6. 소중한 고독

기꺼이 혼자가 되어보는 거야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길을 걷고
밤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어보는 거야
낯선 여관에서 혼자 잠을 자며
너의 숨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는 거야
꼭 한 번 시도해 보는 거야
생각보다 평화로워질 거야
비로소 네가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될 테니

#7.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할때

-새 카메라를 샀을 때
-은행 잔고가 비로소 100만 원이 남았을(되었을) 때
-아침이 다가와 출근하는 것이 두렵고 하루 일과가 끝날 때마다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올 때
그래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문제를 너무 많이 껴안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할 때
그리고 그 의사가 내린 처방이 고작 비타민과 타이레놀 몇 알일 때
-어릴 적 친구가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와 "꽃이 피었어"라고 말할 때
-탱고, 혹은 살사, 춤이 배우고 싶을 때
-욕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맨 몸뚱이가 누추하게 느껴질 때, 그리고 코끝이 찡해질 때
-밤새도록 단 한 문장도 제대로 만들 수가 없을 때
-휘발유 가격이 내렸을 때
-지구의 산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느낄 때
그러니까, 자신이 꽉 조인 커다란 비닐봉지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햇볕에 말라가는 오징어처럼 속수무책일 때
-오후 두시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고 비지스의<홀리데이>가 흘러나올 때
-지구라는 행성이 우리가 아닌 신이 만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 때
-텔레비전 보기 머리감기 친구와 차마시기 같은 일상적인 일들이 진짜 일상적으로 느껴질 때 그러니까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빌어야 하는 삶은 이제 신물이 날 때
-휴대전화가 무서워지기 시작할 때
-바로 지금
-나의 로시난테, 스푸트니크, 비틀즈
뭐, 그런 상상이야 누구나 해보지 않을까
그냥 제대로 한 번 떠나주는거
회사에 사표를 탁, 하고 던진 후 먼저 캠핑카를 한 대 사는 거다
캠핑카에 무엇이든 넣어서 꽉꽉 채워보자
라면과 참치통조림, 두꺼운 오리털 침낭, 헤밍웨이의 단편집을 포함한 102권 정도의 책, 스니커즈, 니콘 FM카메라와 후지 오토오토 200필름, 폴라로이드 카메라, 자전거, 노트북, 낡은 청바지와 티셔츠, 2만 원대의 맛있는 와인, 필기감이 좋은 만년필, 단단한 수첩 몇 권, 지네딘 지단의 드리블 장면을 편집한 CD, 일회용 커피, 삿포로 맥주 한 박스, 낚싯대, 비상용 공구세트....
사랑, 미움, 고독, 허무로 가득한 육체주의자로 되어가는 서른 몇 살의 어느 비 내리는 오후에 떠오른 생각

#8. 신파
못 견디게 힘들었던 때는 있었지만
못 견디게 아팠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청춘이란 손톱 깊숙이 박힌 가시처럼 아픈 것일진대, 나는 단지 열심히, 그리고 힘들게 살며 세월을 보냈던 것뿐이다
그러면서 청춘을 지나쳐 길의 어두운 저편으로 걸어왔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늙어버린 나는, 클라이맥스 없이 지나온 나는, 갑자기 삶이 두려워졌다
이미 늙어버린 얼굴로 찬란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간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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