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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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플래티나 데이터>는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DNA 분석 시스템으로 인하여 범인의 신장, 몸무게, 나이, 신체적 특징을 밝히고 더불어 범인의 얼굴까지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다테시나 남매와 ‘가구라’. 그러나 연쇄살인이 일어나면서 시스템에서도 찾을 수 없는 DNA가 등장하고 이후 DNA 분석 시스템 개발의 중추였던 다테시나 남매가 살해당한다. 책은 이 두 가지의 사건의 해결을 큰 주축으로 하여 구성된다.

내용 자체가 과학 수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이다. 그러나 또 다른 주인공인 ‘가구라’가 ‘이중인격’의 인물로 설정되면서 과학으로도 아직 정확하게 풀지 못한 인간의 정신, 심리 등이 과학과는 또 다른 면에서 교차되고 있다. 즉, 뚜렷하게 무엇인가 나오는 과학의 ‘결과물’과 그에 반해 ‘이럴 것이다.’라고 추정되는 비과학적인 것이 책 안에서 함께 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문명의 발달을 중시하게 되면서 인간의 감성과 정신은 뒷전으로 밀려나버린 현대사회에 대한 작가의 반기일지도 모르겠다.

약 5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 술술 넘어가는 것을 생각해보면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이 잘 합쳐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급 마무리되는 책의 결말이랄까. 책이 조금 더 두꺼워도 될 법…했을 듯도 싶은데 작가는 뭐가 그리 급한지 갑자기 범인의 정체를 밝히고 급하게 책을 마무리 지었다. 한창 흥미진진 했는데…….

앞서 언급도 하였고, 책 소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플래티나 데이터>는 작가가 자신이 가진 상상력을 열심히 발휘한 작품이라 보인다. 그렇기에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있었지만 주요소재로 않았던 소재를 극대화 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며…….

간단히 말하자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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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2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2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의 결혼에 관한 예언 살림 펀픽션 3
요시카와 에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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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나만을 사랑해주는 남자, 거기다 능력까지 좋으면 금상첨화! 여자들이 한 번쯤은 꿈 꿔 보는 사랑이 아닐까도 싶다. 그 꿈에 더해 이 책의 여주인공은 순직한 경찰의 딸로써 정의감은 투철한데다가 예일간호학과를 나와 최연소 간호부장의 후보로 낙점되는 엘리트 코스를 밟는 능력 있는 여자.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 이것도 여자들이라면 한 번쯤 꿈 꿔 볼만한 환상이다. 여자들이라면 한번 꿈 꿔 볼 만한 환상을 적어 내려간다. 그.러.나. 이 책은 그 환상을 적어 내려가면서도 발로 팍팍 밟아가며 깨버린다. 그리고 ‘현실이란 이런 거야!!’라고 주장한다.

‘현실’을 주장하면서도, ‘결혼에 관한 예언’이라는 것을 여주인공에게, 그리고 읽는 독자들에게 툭 던진다. ‘예언’, ‘점’, 이런 건 믿을게 못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그러한 상황이 오게 되면 ‘진짜? 정말? 맞는 걸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이러한 묘한 힘으로 책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러한 묘한 힘과 함께 굉장히 현실적인 상황의 묘사, 그렇지만 뭔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사고는 이 책의 큰 힘인 것 같다. 과연 ‘예언이 맞을 것인가’에 첫 번째로 궁금하고, ‘이런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까’,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머리 위에 동동 띄우면서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거기에 결말도 마음에 든다. 그랬기에 이 책이 더욱 임팩트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재미와 함께 여자들에게는 한 번쯤 꿈꿔본 환상의 이야기,
그리고 현실이 이 책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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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켄 스토리콜렉터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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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쾌상쾌 발랄하다 못해 코믹이다(맘 같아선 ㅋㅋㅋㅋㅋㅋㅋ를 한 세 줄에서 네 줄 적어주고 싶다). 표지부터 파박- 하고 튀는 이 책은 마치 만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내용의 짜임새와 이야기는 책장을 정신 없이 슥슥- 넘기게 만든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소재도 반짝반짝 하다. 머리가 아파 가볍게 읽을 겸 잠시 들었던 책이 기분전환을 확실하게 해주다 못해 두통까지 낫게 해주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 책은 남자만 우글대는 공대의 어느 동아리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책의 제목이자 사건의 중심부인 동아리 이름 ‘키켄’은 우리나라 단어인 ‘위험’의 일본식 발음이다. 도대체 뭐 때문에 동아리 이름이 ‘키켄’인걸까…?

그 중심에는, <진지하게 놀기 때문에 무서운 사람들>이 존재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화약을 가지고 노는 것이 취미여서 별명이 ‘유나바머’인 동아리의 부장 ‘우에노’, 가라테 검은 띠에 박력 하나 끝내주기에 별명이 ‘대마신’인 동아리의 차장 ‘오오가미’를 중심으로 신입생인 ‘이케타니’와 동아리의 브레이크 역할을 본의 아니게 맡게 된 ‘모토야마’가 합세한다. 이 4명을 중심으로 키켄의 즐거운 이야기...이면서 아무도 못 말리는 소동이 책 안에서 펼쳐진다.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공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자다. 가끔씩 쏠쏠한 연애담도 나오는 듯 싶지만서도 결국 다시금 기계, 폭죽, 화약 등등의 남자들만의 세계로 빠지고 만다. 거기다 공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로봇도 등장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총 등등… 나로써는 남자들의 세계를 몰래 엿본 기분이다.

처음에는 슬슬 발동을 거는 키켄의 내용은 점점 더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다시 브레이크를 살살 밟기 시작한다. 중반을 너무 달려서 뒷 부분의 재미는 조금 묻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역시나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거기에 더해 끝 부분을 가서는 삶에 대해서 살짝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막 달리다가 뒤에 가서 따뜻한 이야기와 생각해 볼만한 문제를 던져주고 ‘고민해봐!’라고 하며 뒤통수를 한대 치는 느낌.

끝까지 재미를 놓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
반짝반짝 하고 유쾌한 책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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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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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소녀는 차 사고로 가족을 하늘로 떠나 보낸다. 그리고 자신은 살아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주인공 미아의 성장 소설이자 따뜻한 사랑이야기이다. 작가가 어느 가족의 교통사고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쓰게 되었던 이 소설은 작가의 고민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하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 책은 주인공이 의식이 없는 상태이지만 마치 유령과 같이 자신의 몸을 바라볼 수 있고,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전개된다. 그러한 와중 중간중간 미아의 이야기와 가족들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야기들은 단지 따뜻한 사랑이야기만 이야기 하고 있지는 않는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이기에 거기서 오는 갈등, 고민들도 녹아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갈등과 고민들도 일단은 ‘사랑’이라는 마음과 ‘살아간다는 것’에서 해결된다. 또 한 가지, 주인공인 미아는 이러한 여러 관계들을 생각해가며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중간중간 전개되는 이야기와 교통사고로 인해 의식이 없는 미아에게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의 말은 사랑으로 따뜻하기에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 오히려 격한 표현이 아닌 잔잔하게 당신들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오히려 가슴을 울린다.


얇고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잔잔하게 마음에 돌 하나를 던져 파동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이 파동이 성난 파도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그저 잔잔하게 넘실대는 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리고 ‘인간’을 사랑한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잊을 수 없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내 마음 속에 돌을 하나 던져 넣은 책으로 기억이 되며 읽을 때의 감정을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뻔한 소재일 수도 있다. 결말도 나와있지 않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소재를 엮어가는 방법, 담담한 듯한 문체, 그리고 읽는 사람에게 감정을 북받치게 만드는 점. 이 모든 걸 합해서 나에게 많은 걸 던졌기에 별 5개 도장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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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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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의 음들을 손가락으로 짚어보았다. 연습 중인 곡을 들을 때 자주 그랬듯이. 애덤은 그걸 "에어 첼로"라고 불렀다. 늘 애덤은 듀엣으로 한번 연주해보자고 졸랐다. 애덤은 에어 기타를, 나는 에어 첼로를. "연주가 끝나면 우리의 에어 악기를 박살내버리는 거야." 애덤은 그렇게 농담하곤 했다. "너도 하고 싶잖아."
나는 그 생각에만 집중하며 연주했다. 차의 마지막 생명이, 그리고 음악이 그 생명과 함께 다할 때까지.
곧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25쪽

"제발 죽지마. 죽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하는데…… 이렇게 생각해봐. 네가 죽잖아, 그러면 학교에서 다이애나 비 때처럼 느끼한 추도식 같은 걸 할 거 아냐. 다들 꽃하고 촛불하고 쪽지 따위를 네 사물함 옆에 갖다 놓고 말야." 킴은 자신을 배신하며 떨어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넌 그런 거 딱 질색하잖아."-77쪽

"의사나 간호사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벽에 늘어선 의료 기기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이가 주인공이죠. 아이는 그저 때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러니 얘기하세요. 시간이 걸려도 좋다고, 하지만 꼭 돌아오라고요. 기다리고 계시다고요."-91쪽

"괜찮아. 네가 떠나고 싶다고 해도. 다들 네가 남아주길 바라지만. 나는 살면서 이보다 더 간절하게 원한 것은 없었단다. 할아버지는 네가 남아주면 좋겠구나." 감정이 북받친 듯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잠깐 목청을 가다듬고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할아버지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건 내 바람이고. 네가 다른 걸 바란다 해도 난 이해할 거란다. 네가 떠나고 싶다고 해도, 이해한다고 그냥 말하고 싶었다. 네가 꼭 우릴 떠나야 한다면, 괜찮아. 이제 그만 싸우고 싶다 해도 괜찮아."-196쪽

애덤이 무언가 읊조리고 있었다. 낮은 소리로. 몇 번이고 말하고 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마침내 말을 멈춘 애덤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제발, 미아." 애덤이 애원했다. "내가 곡을 쓰게 만들지 마."-215쪽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킴이 말을 이었다. "지금 이 대기실에만 스무 명쯤 있다구. 몇몇은 친척이고 몇몇은 아니야. 하지만 우린 모두 네 가족이야."
킴은 이제 말이 없다. 킴이 내 위로 몸을 숙이는 바람에 킴의 머리칼 몇 가닥이 내 얼굴을 간질였다. 킴이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너에겐 아직 가족이 있어." 킴이 속삭였다.-237쪽

"남아줘." 그 한마디를 내뱉으며 애덤은 울먹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너한테 일어난 일은 말로 다 할 수 없어. 좋게 생각해볼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하지만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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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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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하고 얘기했는데, 옛날의 삶으로 돌아가는 건 너한테 너무 고통스러울 거래, 우릴 지워버리는 게 너한테 더 쉬울 거라더라. 그건 정말 싫지만 그래도 할 거야. 내가 오늘 널 잃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널 잃는 건 할 수 있어. 널 보내줄게. 네가 남아주기만 한다면."
이제 다 내려놓은 건 애덤이었다.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그의 흐느낌은 쓰라린 상처에 주먹질을 하는 것 같다.-247~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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