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놀이 산하작은아이들 20
권정생 지음, 윤정주 그림 / 산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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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작가님은 '작가'라는 명칭보다 '선생님'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사실 권정생 선생님을 알게 된 계기가 <강아지 똥>을 통해서였답니다. <강아지 똥>은 초등학교 교과서 본문에 실린 이야기 중에서도 베스트 중의 베스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우리집 책장에도 버젓이 꽂혀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을 이제는 더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연히 지금은 이 땅에 함께 하고 있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0년 신간으로 권정생 선생님의 [학교놀이]라는 동화책을 만나게 되어 처음엔 너무 놀라웠습니다. 간혹 출간된지 오래되면 다시금 타출판사에서 새로이 출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인가 생각했었는데 꼼꼼히 살펴보아도 분명하게 신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는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 바로 [학교놀이]였습니다.  



[학교놀이]에는 <산버들나무 밑 가재 형제>, <찔레꽃잎과 무지개>, <학교놀이>라는 세 편의 단편이야기를 만날 수 있답니다.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수록 권정생 선생님만의 풀어내는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특히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런 우리말의 의성어 의태어들이 빼곡히 자리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일곱 밤을 자고 나자 비는 질금질금 뿌리더니, 여드레째에 깨끗이 개었습니다. 
얼마 전에 하얗게 꽃을 피웠던 찔레 덩굴엔 푸른 열매가 째금째금 열렸습니다.
새맑은 물속에 별빛이 아롱아롱 춤추고 있었습니다. 
동생 가재는 허리를 쭈욱 펴면서 똥을 쨀꼼 눴습니다. 
<산버들 나무 및 가재 형제 중에서>



시냇물은 서로 밀려 가까이 와서는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입을 맞추기도 하면서 야단입니다. 너무 짖궂게 굴어 대니까 꽃잎은 그만 울상이 되었습니다. 
꽃잎은 정신없이 쳐다보며 가슴을 두근거렸습니다. 그러고는 알락달락 고운 무지개 빛깔을 저의 하얀 가슴에 차곡차곡 간직하였습니다. 
<찔레꽃잎과 무지개 중에서>



병아리들은 갑자기 입을 꾹 다물어 버립니다. 노란 부리 위의 콧잔등이 찡 따가워집니다. 옆집 아기 병아리들이 한없이 부러워집니다. 명아주 풀잎을 따 먹던 입이 씁쓸합니다. 7마리 병아리들은 괜히 심술이 나려고 합니다. 싸리나무 그늘에 털썩털썩 앉아 버립니다. 
7마리 병아리들은 옆집 아기 병아리들을 보았습니다. 쓸쓸했지만, 아까처럼 못 견딜 만치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학교놀이 중에서>

이번 [학교놀이]라는 작품에서도 역시 권정생 선생님의 다른 작품에서와 같이 의인화한 다양한 생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산버들나무 밑 가재 형제>에서는 가재가 주인공이 되고, <찔레꽃잎과 무지개>에서는 찔레꽃잎이 , <학교놀이>에서는 7마리 병아리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어쩌면 다양한 생물을 의인화 하였기에 문장 하나 하나에서 아름다움이 베어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놀이]는 권정생 선생님의 또 다른 작품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행복을 선물해 준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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