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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보낸 일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남쪽에서 보낸 일년]은 자연을 배경으로 책을 손에 쥔 채 앞을 응시하는 표지의 소년에서 책의 많은 부분을 시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열 일곱살 소년 고등학생 하노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의 성격이 강하지만, 사실 하노의 나이인 우리나라 현재 고등학생들이 겪는 문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안토니오 콜리나스'라는 스페인 작가에 의해 쓰여진 이 소설은 일년이라는 시간동안의 고등학생 '하노'의 정신적 성장을 다루고 있다.
보통 소설을 접할 때 줄거리를 미리 알고 읽는 경우와 제목만으로 무작정 읽어내려가는 경우가 있다. [남쪽에서 보낸 일년]은 책을 읽기전 전반적인 줄거리의 흐름을 이해하고 접했을 때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만한 작품임을 밝혀두고 싶다. 사실 [남쪽에서 보낸 일년]을 읽게 된 계기는 평소 내가 잘 접하지 않았던 스페인문학이라는 호기심과 안토니오 콜리나스 작가 역시 스페인 '국가 비평상', '국가 문학상'이라는 수상이력을 지녔으며, 그의 국내 최초 번역 소설이라는 사실이 크게 좌우하였다.
[남쪽에서 보낸 일년]은 소설의 간략한 정보없이 읽기에는 앞부분에서 특히 다소 버거운 느낌의 소설이었다. 눈에 쏙쏙 들어와 즉시 이해되기보다는 다소 건조한 느낌의 문체로 느껴진다. 때문에 책의 앞부분에서는 소설에 깊이 빠지기보다 자꾸만 겉도는 듯한 인상이 느껴졌던 것 같다. 막상 뒷부분으로 가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스토리를 파악하게 되면서 작품의 내면적 깊이에 빠져들었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전체의 스토리를 이해한 후 다시금 앞장을 펼쳤을 때 작품 속 깊이를 더욱 실감하는 경험을 하게 된 작품이다.
[남쪽에서 보낸 일년]은 고향이 북쪽인 열일곱살 고등학생 하노가 남쪽의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서 일년여간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저자 후기에서 밝혔듯 [남쪽에서 보낸 일년]은 뚜렷하게 다른 세 개의 세계가 이야기 속에 잘 조화되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완전히 시골에 묻힌 학교와 기숙사 세계, 도시의 세계, 산의 세계(소풍을 가는 장소이자 주인공들의 도피장소)가 그것이다. 또한, 기숙사에서의 새로운 삶은 주인공의 사랑, 자연, 예술, 음악, 문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성장소설의 배경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313페이지 저자 후기 참조)
열여섯 디아나와의 순수한 사랑과 또다른 열 살 연상의 여인 마르타와의 삼각관계 구도가 인상적이다. 마르타와의 육체적인 사랑이야기는 우리 문화에서는 그것도 청소년소설로 당당히 읽힐 수 있다는 자체는 바로 문화의 차이와 함께 문학이라는 매개체가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하노에게 '남쪽에서 보낸 일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부분 자신을 성장하게 만들었다. 비록 발표도 전혀 하지 않고 한 번도 시험을 보지 않은 하노는 학업적인 성과에서는 낙제에 이르긴 했을지라도 말이다.
'기말시험이 시작되었지만 하노는 공부는커녕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며 유유자적 하루를 보냈다. 책조차 읽지 않았다. 관념들은 그의 뇌리 속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의지가 결여되어 있었다. 하노는 어떻게 양심의 명령에 따라야 할지 몰랐다. 시디신 열매들, 또는 둔해서 잊은 줄 알았던 진정한 행복을, 디아나와 마르타 사이에서 어떤 마음을 따라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도시를 오르내리며 시간을 보내거나 중앙 안뜰 잔디밭에 누워 연못의 분수 소리를 들으며 기억하지 않으려 애썼다.'(본문 265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