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황석영 작가의 자전적 소설 [개밥바라기별]은 사춘기부터 스물 한 살 무렵까지의 자신의 방황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성장소설이다. ’금성’의 또 다른 이름에는 ’샛별’과 ’개밥바라기’가 있다. 새벽녘 동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이 ’샛별’이라면 ’개밥바라기’는 저녁에 개가 배가 고파서 저녁밥을 바랄 무렵에 서쪽 하늘에서 뜬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시나브로’, ’이지러지다’와 같이; ’개밥바라기’ 또한 그저 순수한 우리말 정도로만 여겼던 나에게 ’개밥바라기’의 유래는 참 재미있다.
소설을 들여다보면 저녁 하늘의 별을 바라다보는 장면이 여러번 등장한다. 작가는 굳이 ’개밥바리기별’을 바라보노라고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별이 ’개밥바라기’임을 작가의 침묵에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의 젊은날의 방황을 ’개밥바라기’라는 함축적인 언어로 기가막히게 표현하고 있음을 나는 책 속에 빠져들수록 더 깊게 깨닫게 되었다.
내가 바라본 주인공 준이는 자기 자신을 굳게 믿는 강직한 청년이었다. 세상과 타협하여 편리를 추구하기 보다 결과와 상관없이 마음이 원하면 행동하기에 주저함이 없는 청년이었다. 그렇기에 때로는 충동적으로 비춰질 때도 있었고, 방황기를 거치는 여느 청소년시기의 아이들과 비교하자면 방황의 정도가 심히 걱정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자퇴 사유서를 통해 준이라는 인물의 속내를 충분히 가늠하게 된다. 준이의 행동들을 한낱 방황으로 치부하기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그의 논리적인 생각이 바탕이 된 결론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인생의 대부분이 충족된 시간들이 아니라 제도를 재생산하는 규율의 시간 속에서 영향받고 형성된다는 것에 저는 놀랐습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성장기라니요.....어느 책에 보니까 인식은 통일적이고 총체적인 것이며 이것저것으로 나눌 수 없다고 하던데요. 자유로운 독서와 학습 가운데서 창의성이 살아난다고도 합니다. 결국 학교교육은 모든 창의적 지성 대신에 획일적인 체재 내 인간을 요구하고 그 안에서 지배력을 재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결국 제도와 학교가 공모한 틀에서 빠져나갈 것이며, 세상에 나가서도 옆으로 비켜서서 저의 방식으로 삶을 표현해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저의 자퇴 이유입니다. (본문 88~90)
지금과 같이 검정고시나 대안학교가 있는 시절이 아닌 때 내린 자퇴 결정이어서인지 ’당차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준이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그렇듯 자신만을 믿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향해 나아간다. 이런 선택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영향으로 다가오던 간에 그는 언제나 자신이 하고픈 일을 선택한다.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었다. 그래서 준이는 행복해 보였다.
성장기의 청소년들은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준이의 자퇴 이유와 같은 교육 및 사회제도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어찌보면[개밥바라기별]이라는 작품은 격렬하게 비춰지는 준이의 방황기를 통해 현재 방황기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방황에 대한 물음에 희망과 위로를 받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나름대로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좀 더 쉽게 찾게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안겨다주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