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는 여섯 살 순이에게서 우리나라의 1950년대 모습을 바라다 본 이야기이다. 순이의 말투로 보아 순이가 살고 있는 시골마을은 강원도 어디쯤이라는 것쯤은 미루어 짐작하기 충분하지만 왠지 모르게 순이에게서 친정 엄마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졌다. 우리 엄마도 이 시절 이렇게 자랐을까? 언젠가 엄마랑 마주 앉았을 때 묻고 싶어졌다. 1950년 무렵 여섯살 난 순이를 떠올렸을 때 1944년생인 친정엄마는 소설 속 ’순이’와 거짓말같이 같은 시대를 살고 있었다. 1950년대 순이의 여섯살 시각으로 바라 본 마을의 모습에도 어수선함과 뜻모를 두려움이 몸소 느껴지는 시절이다. 마을에 들어선 성당이나 새로운 종교에 대해서, 미군의 존재와 물건너 온 구호물품에 대해서도 사람들마다 분명한 생각의 차이를 느끼던 시절이다. 남북분단의 여파로 공산당, 빨갱이를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며, 역시 남북분단으로 인해 부모와 생이별한 아이들이 고아원에 맡겨지고, 때론 친척집에 머물지만 이런 아이들은 동네 사람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순이의 시각에서 낱낱히 그려지고 있다. 또한, 전형적인 가부장적 가정의 모습을 ’순이네’에서 발견하게 된다. 남녀선호사상이라던가, 할아버지와 순이 아버지의 포악함은 순이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자라온 순이 또한 아버지를 좋아하거나 가까이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 순이를 항상 곁에 두고 포근한 사랑을 전하는 외할머니를 보면서 무조건 아들, 장손을 외쳐대던 할머니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 할머니가 나 또한 너무 너무 좋았다. 어머니에게도 항상 천대만 받던 순이에게 그런 외할머니가 있어서 너무나 다행스럽고 다행스러웠다. 아무리 남녀선호사상이 활개하던 시대에 태어난 순이이지만 순이 어머니의 차갑고 매서운 말들이 나 조차 몸서리치게 만들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순이]는 마치 내가 두 눈으로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이다.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순이의 말과 몸짓 하나 하나에서 순이의 표정이 어떠할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 차마 남편에게 억울함을 쉽게 호소하지 못한 채 대신으로 시어머니와 순이에게 모진말을 서슴치 않는 순이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그런 모습이 싫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의 한풀이가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수 도 없어 편치않으면서도 순이 어머니의 심정을 같은 여성의 입장으로 이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순이]는 억척스럽지 않으면 가족을 책임지고 살아가기 힘든 시대의 이야기였다. 끝내 위대한 건 가장의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힘에서 비롯되었음을... 비단 [순이]가 아닐지라도 이 시대의 어머니들은 모두가 위대하였음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순이’ 티 없이 맑고 순수하고 천방지축이던 꼬마 아가씨.. 어쩌면 여섯살 순수했고 걱정없던 시대의 ’순이’ 였기에 가장 행복했던 여섯 살 시절을 소설에서 비추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