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2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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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깡새, 꿍새, 꼼새는 파릇파릇 꿈 많고 열정 넘치는 열일곱 청춘이다. 그런 그녀들에게 세상살이는 너무나 힘겹고 고달프다 게다가 제대로 인생살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영혼으로 남겨지고 상처입은 청춘으로 남겨져가는 모습들은 너무도 짠하게 다가온다. 이들에 비하면 우리의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에 겨워 살아가는지 반성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은 어찌보면 익숙한 주제의 소설일 수 도 있다. 불법 공장을 운영하고 미성년자를 고용하고, 혹독하게 노동착취하는 이야기들은 이전에도 여러번 접해본 기억이 있지만, 이번 작품은 사회 비판적인 소설이라던가 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목소리 높이기 보다는 열일곱 청춘의 해맑은 세 주인공을 통해 가슴 따뜻하게 전해지는 감동이 더 큰 책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과연 이런 내용의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나 감동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다지도 대모가 많았던 80년대의 격동기를 나는 10대 사춘기로 보냈다.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은 되어보지 못했다 할지라도 그런대로 익숙한 내용이어서 감정이입이 쉬웠고 무척이나 재미있고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인 것 같다. 

주인공 순지가 아니더라도 책 속의 인물들은 모두 모두 잊혀지지 않는다. 정태오빠를 가슴 속에 담고 풋사랑하는 순지의 모습에선 설레임이 그대로 묻어나고, 순수한 세 공주 깡새, 꿍새, 꼼새에게서 절친이라는 단어가 꼭 어울린다. 순지오빠 순구의 어릴적 병원치료의 실패로 인해 순지의 병원치료를 거부하는 순지 엄마의 마음도 백번 이해가 가고, 순지 엄마에게선 자녀의 마음 속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은 이옥수의 장편소설로 낮에는 공장에서 시다로 일하며 밤에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꿈을 키워가는 세 청춘 은영, 정애, 순지의 이야기이다. 모두 시골마을 한 동네 친구인 이들이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하고 서울로 와 돈을 벌어야하는 이유는 각기 다를지 몰라도 이들의 삶에 대한 꿈과 열정만큼은 가난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은영과 정애의 인생의 결말은 기숙사 화재로 너무도 일찍 생을 마감하며, 또 기적처럼 살아남은 순지라 할지라도 두 친구의 죽음은 순지에게는 너무도 크나 큰 상처로 남는다.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순지가 병원치료로 드디어 입 밖으로 외친 한 마디는 다름아닌 '오빠'이다. 만약 순지가 지금 살아있다면 22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지금은 서른 아홉이라는 나이로 살아가는 한 여인이 되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순지... 그 동안의 아픈 기억은 훌훌 털어버리고 현재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결말을 지어주고 싶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의 순지는 정말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열일곱 소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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