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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도공 ㅣ 우리 역사 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 2
정인수 지음, 이명애 그림 / 풀빛 / 2010년 3월
평점 :
[내가 찾은 도공]을 접하면서 이제껏 도자기에 관해서는 정말 문외한이었음을 실감하였다. 또한, 도자기란 주제로 이렇게 재미있고 자세하게 책 한 권을 뚝딱 만들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한 책이기도 하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도자기의 이름들은 무척이나 외우기가 어려웠다. 이름도 길고 어려운 글자들이 많아서 그저 암기과목으로 치부하며 벼락치기로 달달 외웠던 기억이 난다.
도자기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몇 해전 문화센터에서 실용도자기를 배운 적이 있다. 말그대로 집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수저 꽂이, 원형 접시, 사각접시 등을 만들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도자기를 한 번 가마에 넣고 굽기 위해서는 연료비만 수십만원이 든다는 것이었다. 가마에 넣고 20시간 이상을 구워야하기 때문에 만만찮은 연료비가 지불되어야 해서 재료비 명목으로 3개월에 15만원이라는 거금을 수강비를 제외하고 지불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내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든 도자기들은 정말로 내게는 무엇보다 가치있고 소중한 물건들이다. 항아리하면 '숨쉬는 항아리'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최근 다시 쌀독이라 불리는 쌀항아리가 다시 활개 돋친듯 유행하고 있는 걸 보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해내려오는 우리의 도자기는 정말 과학적이고 훌륭하고 소중한 자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찾은 도공] 이야기는 성인인 내가 읽어도 처음 접하는 내용이 무척이나 많았고, 생생하고 소중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우선 도자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제1장에서는 고려청자, 제2장에서는 조선백자를 큰 틀로 나누고 있으며, 도자기와 연관된 우리나라 역사에 관한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특히,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유명한 도공에 관한 일화나 현존하는 도예 명장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시대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 도자기의 역사를 함께하다 보면 도자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자연스레 느껴진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2009년 7월 2일,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에서 어부가 주꾸미를 잡던 중 주꾸미가 접시 한 점을 감고 올라오면서 밝혀지게 된 고려청자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조사해 보니 그 위치에 침몰한 배가 있었고 배 안의 죽간이 발견되면서 1209년 2월 19일, 전남 강진에서 청자와 식량을 싣고 개경 김순영 대장군 댁으로 가던 중의 배가 침몰하였음을 밝혀냈다고 한다. 실제 기록에 의하면 도자기를 실은 수십척 이상의 배가 침몰했는데 실제로 증명이 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것이다.

또한 고려청자는 화려하지만 조선백자는 소박한 이유들도 잘 설명하고 있으며, 임진왜란과 도자기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 역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실력있는 도공들이 일본인에게 무참히 징용되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일본을 대표하는 도예가 중 우리나라에 뿌리를 둔 분들이 많다는 사실 등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다.

도자기 이름이 길게 붙여질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매우 흥미롭다. 도자기의 이름이 긴 것은 이름 속에 종류와 표현방법, 무늬의 종류, 그릇의 용도를 넣었기 때문으로 예를 들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종류는 청자이고, 표현 방법은 상감 기법, 무늬는 구름과 학을 담은 운학문 그리고 그릇의 모양은 매병이 되는 것이다. 매병이라 함은 입구가 작고 배가 불룩한 모양으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도자기의 형태이다.
[우리 역사 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 시리즈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의 꿈과 신념을 열정적으로 지키며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 역사 속에서 정치, 경제,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이고 왕성하게 활동했던 숨은 일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보는 눈을 더 넓게 키울 수 있도록 제작된 책이다. 그 두번째 이야기가 [내가 찾은 도공]이며, 신분은 낮아 장인정신에 비출만큼 인정받지 못했던 도예가와 도자기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