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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제 없는 문제아 ㅣ 눈높이 저학년 문고 30
유효진 지음, 송향란 그림 / 대교출판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곰곰이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언제나 문제아로 불릴만한 아이들은 끊임없이 있엇던 것 같다. 지저분한 아이, 뇌성마비로 놀림받던 아이, 항상 싸움이나 시비를 걸어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 등등.. 아들의 학교생활을 지켜보는 지금도 안타깝게도 반에서 한 두명 정도는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문제없는 문제아>에서는 그런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로 낙인 찍히게 된 아이들의 숨은 사연들이 공개된다. 모두 4명의 아이들 이야기를 각각의 단편 형식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실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각 이야기마다 실려있다. <나는 문제없는 문제아>는 내가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책이었다. 책을 접하기 전에 이미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것 쯤은 예상했었다. 하지만, 글을 읽는 내내 세세한 글귀 하나 하나들이 나를 감동시키고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눈가에 눈시울도 적시게 만든 책이다.
첫번째 이야기/ 과연 내가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폐지 팔아 생활하는 것이 전부라면 학원 갈 돈도 없고, 그렇다고 나에게 공부를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면 나 역시 반에서 꼴찌하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 홍대구란 아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기특하게도 할머니를 무척 사랑하고 바른 마음을 가진 너무도 순수하고 착한 대구가 그렇게 기특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대구가 사회적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두번째 이야기/ 내가 준애처럼 다문화 가정의 주인공이 된다면 나 역시 까무짭짭하고 한국말도 서툰 필리핀 새 엄마를 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까? 이야기에서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는 동시에 준애가 외국인 새엄마를 받아들여 가는 과정을 가슴 뭉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문제 역시 사회모두가 공감하고 또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그냥 읽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여운이 남는 내용이었다.
세번째 이야기/ 비만이어서 친구들에게 놀림 받고 외톨이가 된 청우이야기이다. 이 이야기 역시 청우라는 이름 대신 '나'를 대입한다면 청우를 이해하는데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 중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헛점을 쉽게 내뱉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 입장을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고, 상대방에게 상처주는 일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청우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은 하게 되지 않을까?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이야기였다.
네번째이야기/ 지각대장 이수이야기이다. 가장 마음이 아프면서도 끝내 눈시울을 붉힌 이야기였다. 나도 모르게 이수를 지켜보면 눈물이 하염없이 뚝뚝 흘러내렸다.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가정 아이들의 이야기로 이수 어머니는 아침 일찍 출근하시기 때문에 동생 이채를 유치원차로 등원시킨후에야 학교에 등교하게 됩니다. 하지만, 유치원차가 늦게 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지각대장이 된 것이지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린 나이에도 너무 의젓하고 동생을 잘 돌보는 이수의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가슴 아련함을 느끼고, 부모의 이혼이 놀림거리가 될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이수의 마음이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다. 애쓰고 노력했는데도 안되는 건 창피한 것이 아니고, 창피함 보다는 동생이 더 중요하다며 선생님께 이야기하며 이수가 자신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직막 장면이 너무도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흔히, 책을 읽으면 이해력과 사고력이 넓어진다고들 말한다. <나는 문제없는 문제아>가 정말 그런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나면 남을 이해하는 시야가 한층 더 성숙해 짐을 느낄 것이다. 초등저학년 시기에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를 다룬 책이어서 꼭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