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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 ㅣ 담쟁이 문고
김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 앞부분을 읽기 시작했을 땐 제목 그대로 정말 얼토당토 않은 엄마라는 표현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엄마가 중학생 딸보다도 더 철이 없게 느껴지던지... [나의 얼토당토 않은 엄마]는 청소년 소설이다. 하지만, 책 표지에는 당당히 반드시 13세 이상 소녀와 딸이 있는 엄마만 보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선명하게 씌여 있다. 나는 딸아이를 둔 덕에 나의 얼토당토 않은 엄마 이야기가 궁금하게 다가왔다. 무슨 비밀 이야기라도 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학생 2학년인 딸의 시선에서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하지만, 결코 평범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수도권의 다세대 주택 대신 그 돈으로 시골에 화이트전원주택과 정원에 근사한 그네까지 있는 집을 지어 사는 쪽을 선택한다.작가인 탓에 멋진 서재가 있는 2층집의 그림이 너무도 내 머릿속엔 예쁘게 그려진다. 엄마는 그닥 유명하지 않은 작가이며, 그로 인해 경제적인 충당은 외할머니께 의지하는 입장이다.
책 속에서 모녀는 너무나 친구같고 다정하다. 사실 나도 주인공들처럼 그런 다정한 모녀가 되고 싶기에 너무도 부러웠다. 딸은 사춘기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엄마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도 의젓하고, 대견해 보이기도 한다. 반면에 엄마는 좋게 표현하자면유쾌하게 인생을 즐기는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겨진 외로움도 느낄 수 있지만 말이다.
나는 김연 작가의 작품을 접해 본 적은 없지만, 작가의 이력을 보고 책을 읽은 탓에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이 본인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정말 소설인지 무척이나 헷갈렸다. 그 생각은 작가의 말을 읽을 때까지 계속 되었다. 대개는 작가의 말이 책장 앞부분을 차지하지만 이 책은 반대로 마지막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간중간 궁금증이 밀려왔지만 꾹 참았다. 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냥 그러고 싶었다.
책 속에서 엄마의 이름은 이연, 작가는 김연이다. 뭔가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그리고, <<작가 소개 - 남도 땅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1982년, 청운의 꿈을 안고 연세대학교 영문과에 들어가 13년 만에 졸업장 하나 간신히 건졌다. 1990년, 부모님 이름을 조합한 차주옥이라는 필명으로 장편노동소설 [함께 가자 우리]를 발표하며 소설가가 되었다. 1997년, [나도 한 때는 자작나무를 탔다]로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 상금으로 가평 골짜기에 집을 짓고 마당에 자작나무 한 그루 심었다. 딸과 둘이 첩첩산중에서 감자 캐고 오디 따 먹으면 장편소설 [그 여름날의 치자와 오디], 여행서 [딸과 함께 유럽을 걷다] 등을 썼다. 딸과 함께 세 번이나 유럽 고행 길에 오른 걸로도 성이 안 차 미국 아이오와시티로 긴 여행을 떠나 제대로 헤매고 있는 중이다.>>라는 글들이 책 속에 조목 조목 등장함으로 인해 대충 작가 모녀가 모티브일 거란 예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얼토당토 않은 엄마]는 딸의 삶도, 엄마의 삶도 아주 적절하게 잘 녹아 있는 책이다. 그리고, 표현에 있어서 아주 솔직한 책이다.그래서, 아마도 작가가 자신있게 <13세 이상의 소녀와 딸이 있는 엄마만 보시오!!>란 경고 문구를 넣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나는 남편과 아들, 딸을 하나씩 두고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우리나라에서의 지극히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만일 내가 남편없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가정법을 많이 생각하게 한 책이다. 책 속의 주인공처럼 과연 그렇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잠겼다. 처음엔 얼토당토 않은 엄마로 여겨진 책 속 주인공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신감있게 살아가는 당당한 여성으로 느껴졌다. 두 모녀는 사회적인 편견 앞에서 절대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솔직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모녀의 인생에도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