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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판 명심보감 ㅣ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49
김세라 지음, 김문선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1월
평점 :
초등학생인 아들이 명심보감을 처음 접한 건 7살 때 였다. 무슨일이었는지 유치원에서 나름대로 큰 사고를 치고 왔던 어느 날 아이 아빠는 당장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명심보감을 사오라고 하였다. 명심보감은 조선 시대에, 어린이들의 인격 수양을 위한 한문 교양서였듯, 7살 아들에게도 인격 수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구입한 명심보감은 7세인 아이의 지적수준을 고려해 뚱딴지 명심보감이라는 만화로 된 책을 구입했었다. 나에게 명심보감하면 책을 사이에 두고 부자간이 마주앉아 저녁마다 명심보감을 함께 읽으며 훈계를 듣던 그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아들은 그 내용보다도 재미있게 설정된 만화에 더 관심을 보이며 초등 고학년까지도 또 읽고 또 읽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부자간 대화에 등장하는 책이 있다면 그건 바로 삼국지와 명심보감이다. 21세기 지금도 명심보감만큼은 고전이자 필독서임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명작도 유아 수준에서 초등 단계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주듯이 명심보감도 자연스레 주니어김영사에서 출간된 <서울대 인문고전 시리즈 만화 명심보감>으로 업그레이드를 해 주게 되었다. 이번에 접한 만화 명심보감은 그간 시중에 나와있는 명심보감과 비교하여 많은 부분에서 다른 책이었다.
그 중 하나는, 명심보감 저자와 관련한 근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명심보감의 시야를 책 내용에만 한계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 틀을 전체로 확대해서 짜임새있게 구성되었다. 흔히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고 이야기하는데 기존의 책들이 나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숲으로 비교하면 될 듯하다. 특히, 명심보감의 탄생과 관련한 옛이야기들은 어떤 책에서도 접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명심보감>은 실제로는 초략본이며, 원본은 따로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명심보감의 구체적인 예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현재 사회의 시점으로 짚어준다는 것이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불감훼상이 효지시야요. 입신행도하여 양명어후세하여 이현부모가 효지종야니라.’ -->
’몸과 모발과 살갗은 모두 부모에게 받았으니, 감히 다치거나 상처를 내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고.’ ’몸을 세우고 도를 행하여 이름을 후세에 드날리어 부모를 명예롭게 하는 것이 효의 끝이다.’
글쎄, 방학이나 연휴면 성형외과가 미어터지는 요즘 세태와는 좀 거리가 있는 이야기이긴 해. ’왜 나를 이렇게 낳았느냐’고 툴툴거리며 A/S를 요구한다면 효는 시작부터 어긋나는 거지. 게다가 입신양명해서 이름까지 드날려야 효의 끝을 보는 거라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너무나 멀고 험한 게 아닐까? 걱정할 것 없어. 공자의 이 말씀은 그 시대에 유효했던 거지.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21세기 방식대로 효도하면 돼. 그러나, 부모님의 마음속은 하해와 같아서 그 깊이를 도무지 헤아리 수가 없단 말이야!-------이하생략-------- P.97
학습 만화의 형태로 출간되긴 했지만, 결코 만만한 내용은 아니다. 제대로 된 인문고전 한 권을 읽은 느낌을 받게 하는 책이었다. 명심보감을 현재 소장하고 있는 가정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였지만, 이 책 만큼은 추가로 읽히길 권장하고 싶다. 분명 명심보감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