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애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
김윤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영애 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의 저자는 참 솔직담백하다. 그러면서도 어쩜 그리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 마냥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명쾌하게도 해석할까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 혹은 남성들의 삶을 대변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책이 <영애 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이지 싶다.
때로는 다름 아닌 여성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운다는 논리섞인 이야기, 마초같은 남자가 존재하는 데에는 그러한 남성상을 우상화 하는 수 많은 여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므로 그 책임은 고로 여성들에게 있다는 식의 논리를 성립시킨다. 또한 남자들의 단순한 뇌구조의 단면을 ’긴 머리의 신화’라는 수식어로 대입하여 설명하는가 하면, <잘 나가는 이혼녀, 안 팔리는 노처녀, 불안한 유부녀>, <잘 생긴 놈, 돈 많은 놈, 성격 좋은 놈>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과 함께 신랄하게 파헤치기도 한다. 여성 남성을 불문하고 사회생활 버티기의 노하우로 제시한 직장인의 진짜 고수는 터닝포인트를 준비한다, 워커홀릭은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양적 단어이다, 여자는 여자의 몸(몸매)을 좇는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책을 덮은 후에도 내 뇌리에 함께 한다.
<영애 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에서 내가 얻은 명쾌한 해답을 소개하자면 여자들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이 택한 삶에서 결핍을 느낀다.(p.181)는 부분이다.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가 여기에 해당되는 말이지 싶다. 기혼자인 나는 가끔은 내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하고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그건 그저, 나의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이기 보다는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배 아픈 심보 정도이다. 사실 모든 선택에서 완벽이란 없다. 괜히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하고 되돌릴 수 없는 공상에 빠지보는 것일 뿐 그렇다고 애당초 되돌릴 수 있는 성질의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이러한 나의 마음이 바로 내가 선택한 삶에서 느끼는 결핍이었음을 저자는 명쾌하게 한 단어로 정리를 해 준 것이다. 결핍!
다음은 내가 폭소를 터뜨릴 정도로 공감했던 저자의 어머니 말씀이다. 결혼 35년째인 내 엄마는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인생의 진리를 알려주겠다며 절대 변하지 않는 아버지의 단점을 일일이 열거하는데 아직도 남은 체력을 쓰고 계신다.(p.35}내가 갑자기 폭소를 터뜨리게 된 이유는 너무도 진지하게 써 내려가던 인생 진리론 같은 진지함이 뜬금없는 예가 함께하는 반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예를 읽음과 동시에 같이 살고 있는 나의 동반자가 떠올라 기가 막힌 예라는 생각에 그만 나도 모르게 까르르 웃음이 터진 것이다. 어쨌든 책 속에서 만난 저자의 어머니의 어휘력에 감탄하고 철학적사고에 또 한번 감탄한 대목이다.
제목의 <영애 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에 관한 이야기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언급된다. 저자는 문제는 남자도 아니요, 보이는 행복을 좇아가기 보다 자신을 들뜨게 하는 살아있는 행복이 진짜 행복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들에게도 사랑받는다는 말이지 싶다. 이 이야기는 살아오면서 어디선가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다. 기혼자라는 타이틀을 이미 거머쥔 나는, 따지고 보면 이미 한 남자에게 선택받은 삶을 살고 있는 행복한 여자라는 결론이 성립되었다는 해답을 얻는다. 그러면서 제목의 '영애 씨'는 나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는 안도 섞인 판단을 하며 다행스러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영애 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는 이제껏 우리가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았음직한 내용들이 수두룩 하다. 나 또한 많은 부분에서 공감도 하고, 때로는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기도 하며 읽어 내려간 책이다. 솔직담백하게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많은 20대와 30대의 여성들에게 처방전과 같은 해답을 안겨다 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