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파리 - 황성혜의 파리, 파리지앵 리포트
황성혜 지음 / 예담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뜬금 없이 이야기하면 나는 조선일보는 덩종이보다 못하다 생각한다는 말부터 해 두고 보자. 하지만 편견의 시선이 항상 트집만을 잡진 않는다. 나는 좋은 것을 좋다고 이야기하고 문제를 문제로 이야기하는 세계시민으로 살고 싶으니까. 그리고 내 간략한 리뷰는 정말 인상비평에 가깝다고 미리 말해둔다. 책 전체를 보지 않았고, 별점도 내가 본 것에 기초해 단 것이다. (물론 전체를 다 봐야 전체를 안다고 생각지 않는다.)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다시 서경식 씨의 책을 구입하려고 학교 앞 서점에 들렀다. 갑자기 생각이 나 내가 아는 그 분이 쓴 책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마침 여행 코너에 진열되어 있어서 펼쳐드니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분은 60년 대 생이라 동명이인임을 확인했다.  국내 명문 사립대에 그 악명 높은 신문사의 기자 출신에 파리대학에서 과정을 밟았다고 약력은 전한다.

우선 책의 제목은 올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야외상영작이었던 <Paris, Je t'aime사랑해, 빠리>를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었다. 나는 물론 영화를 관람했었고, 이런 저런 비평을 할 수 있겠지만, 10여 명의 작가들이 지닌 시선의 다양한 맥락과 차이들이 좋았다. 저자의 빠리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 지 확인해 볼 길 없는 간단 독서를 했기에 뭐라 말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시선을 지니지 못했다는 것은 절대적 조건이니 그 영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제목이라 생각된다.

책을 펼치니 화려한 사진들이 눈이 들어왔다. 아트지가 아니니 그것 자체로 나름 파리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별로 읽어볼 생각은 없었지만, 넘기다 보니 스타벅스의 파리 입성 소식이 있었다. 우리사회에서도 여러 문젯거릴 낳았고 지금도 그러니 약간 흥미로운 생각이 들어 몇 군데 읽어보았다.

스타벅스가 문을 연 첫 날 2000명이 몰려왔다고 말하는데서 이 책은 흥분한 리포트의 어조다. 파리지앵 너희들이라고 어찌 환대하지 않겠느냐? 는 듯이.. 그리고 이어지는 말, 하지만 대부분 에스프레소를 마치고 '우리 스타벅스'처럼 다양한 메뉴가 구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등등.. 그리고 대학가로 들어가 대학생들을 공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전형적인 스타벅스의 상술에 대한 소식까지 전한다. 응원으로 들린 것은 정말 나의 편견일까? 그리고 마지막 문장들, 압권이었다. 대충 기억나는 내용을 옮기면 이랬다. 파리에서는 우리 스타벅스가 그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파리에 스타벅스가 들어간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라는 문장으로 그 꼭지는 끝났던 것이다. 전형적인 조선의 어조가 거기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저자의 약력을 확인했다. 명문대와 조선일보. 그들의 관계에 대해 누군가 한번 책을 쓰면 우리사회의 계급질서와 그에 대한 이데올로기 생산처를 분명히 해부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평소 조선의 어조에 대해 어떤 문제에 대해 대충, 황급히 결론 짓고, 본질에 대해 천착하지 않는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런 여행 안내서에서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는 배제되어 마땅하기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자.

암튼 나는 마지막 대목을 읽고 실소하며 책을 제자리에 두고 서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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