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조이담.박태원 지음 / 바람구두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11월 중순, 근 한 달 이상 몸과 특히 마음이 매우 힘들었다. 생산적인 일은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꼬인 상황과 다운된 기분 끝에 억지로 긁어낸 글 한편 끝내고 약간의 휴식 중 선택된 책. <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이미 작년, 새로운 서울 생활에 적응하고 계신 선생님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던 책이다. 읽어야지 마음 먹었지만, 전공책들 보는 것도 항상 허덕거리며 따라가야 하고, 쟁여둔 책들의 눈길을 반쯤 피하는 주제에 이런 류의 책을 볼 틈은 좀체로 나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마련한 틈을 타 이 책과 함께 촌놈(년?)분위기 팍팍 풍기며 KTX 타고 서울에 댕겨왔지..ㅎㅎ

뒷표지를 보라. 철학과 문학에서 모더니즘의 대표자들이 거론되며, 현대문화와 관련된 화려한 용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 책의 의미와 값어치를 치장하고 있다. 그런데 추천인들이 모두 건축가라는 것이 재밌지 않나?

그것은 물론 지은이의 이력 때문이다.

지은이 조이담은, 1967년 서울생으로 대학에서 건축, 도시계획을 공부했단다. 경력은 한국공간환경연구회(이런 데가 있단 걸 첨 알았다)에서 도시문화와 공간이론에 천착, 80년대 이후 도시의 포스트모던 문화현상에 관한 논문을 냈고,  국책 연구기관에서 주택, 도시, GIS 분야에서 일했으며,  독립 후 <서울 근대공간> 프로젝트에서 참여하는 진귀한(!) 일들을 한 사람이다.

 이런 전문 분야에다가 인문학적 소양을  발휘해서 박태원의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근대문학 속에서 현대적 관점을 지닌 근대사의 추출, 그리고 거기다 자신의 도시학적 식견을 버무려서 이접적인 제3의 영역을 창조했다 할까. 참신한 접근과 작가의 전문성이 탁월하게 결합해서 인문학적 글쓰기의 새로움과 가능성을 엿보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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