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각인데, 요즘 일본 미스터리가 대세인가;; 보는 책들이 죄다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온/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일본 순수문학(?) 보다는 장르문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듯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에서 부터 시작해서 미야베 미유키, 다카무라 가오루, 오츠 이치, 온다 리쿠, 미나토 가나에, 곧 국내에 첫 작품을 선보일 미쓰다 신조까지 요즘 한창 뜨는 것들은 다 장르문학.
이상하다;; 분명 따뜻한 5월인데;; 연애소설을 봐야 하는데;;;
어쨌든, 최근 나오는 것들을 보면 어디 수상작이다 해서 다 쟁쟁한 작품들. 덕분에 2010년 5개월 동안 영 심심치 않았다. 게다가 첫 타이틀 부터 '일본 미스터리의 제왕', '일본 미스터리의 여왕', '일본 미스터리의 대모' 같은 타이틀이 붙어 있으니 자연스레 눈이 갈 수 밖에.ㅎ
1. 일본 미스터리의 제왕 히가시노 게이고


가장 최근 지른 것이다. 약 2년간 기다리다가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이젠 여한이 없을 정도;;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 챕터가 5장 정도 되는 분량이라 370페이지 정도 되는 두께에서 똑같은 패턴을 읽다보면 중간쯤 한번 고비가 온다. 좀 질린다고 할까. 초반에는 정말 정신없이 웃기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뒷심이 딸리는게 사실ㅎ 그래도 텐카이치 다이고로가 너무 귀여워서 한 번 참고, 이정도 퀄리티로 찍어내 준 출판사에 감사하니 뭐.ㅋㅋㅋ솔직히 표지가 마음에 안 든다고는 했지만,

이것을 보라;; 명탐정의 규칙 일본 표지;;;
뭐, 99년도판이니 어쩔 수 없는것도 사실이지만 일본은 워낙에 표지에 사진을 넣는걸 참 좋아하는 듯;;;
양장이면 나름 디자인을 해서 넣는데 문고판이면 좀 허접하다는 느낌이 없는건 아니다.
우리나라가 확실히 책을 잘 뽑아내긴 하지만;; 책에 디자인비가 들어있는 걸 감안하면 꼭 좋다고 할 수도 없는 실정. 일본에서는 저 책 한권에 650엔 정도면 살텐데 말이지.ㅎ
원래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이 책들로 유명하지 않은가.ㅎ 이 외에도 있겠지만 아직 다 읽지를 않아서;;ㅎ
그 중에서 역시 최고를 뽑자면 백야행! 그 다음에는 방황하는 칼날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남자다운 대담한 문체도 아니지만 특유의 우울함으로 개인적으로 참 인상깊은 작가이다. 우울한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픔과 사랑, 절망이 잘 버무려져 오묘한 맛이 난다고 해야하나. 계속 이런 무겁고 어두운 소설만 쓰나 싶었지만 내가 요즘 올레~를 외치는 명탐정의 규칙을 보면 미스터리라는 장르 하나만 가지고 갖은 요리를 만들어내니 놀라울 따름. 일본 미스터리의 제왕이라는 출판사 홍보글에 조금도 반발심이 없을 정도!ㅎ
최근 또 눈길이 가는것은 이 아이. 신참자.
2009년에 나온 책인데 2010년 서점 대상 수상 후보에 올랐다. 결국 대상은 천지명찰이라는 책이 탔고, 신참자는 9위에 머물렀다. 참고로 10위는 하루키씨의 1Q84.
과연 어떤 내용일까;ㅁ; 국내에도 빨리 나왔으면.ㅎ
2. 일본 미스터리의 여제, 다카무라 가오루

일본 미스터리의 제왕보다 여제의 자리가 더 치열한 듯. 하지만 일본에서는 명실상부하게 다카무라 가오루가 그 여왕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듯 하다. 미야베 미유키나 온다 리쿠등의 이름도 많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일본 사이트를 참조한 것이니 어쩔 수 없음;;
일본에서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여성이 돈 쓸데가 없어서 컴퓨터를 산 것이 발단, 애인도 없고해서 매일밤 글을 썼더니 어느 날 상을 받았단다;; 그러고 보면 작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자 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작품을 몇 번이고 개고하는 것으로도 유명.
사실 이 마크스의 산은 93년 나오키상 수상작인데 손안의책에서 나온 것은 2003년 개고판이다. 93년판은 고려원에서 나왔다가 부도가 나서 절판된 모양. 손안의책에서 마크스의 산이 나오기 전에 매니아들은 고려원판 구하느라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지만 손안의 책에서 나온 책을 보고 고려원판을 갈구하는 사람도 오히려 더 늘었다고 한다.

리뷰에도 썼지만 나는 이 책을 참 좋아한다. 장르소설, 미스테리가 순수문학보다 떨어진다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 그런 말이 쑥 들어갈 것이다. 누군가의 포스팅에 "연애소설도 이쯤되면 예술"이라는 타이틀로 올랐던 "늦어도 11월에는" 을 읽을때도 만만치않게 힘들었지만 다카무라 가오루에 비할쏘냐. 게다가 늦어도 11월... 작품은 연애소설이니까 그러려니 하지만.ㅋㅋㅋ
하지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생각난 작품은 플루베르의 마담 보바리와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마담 보바리 내내 흐르는 플루베르의 성실한, 치밀한, 아름다운 묘사처럼 다카무라 가오루는 농도짙은 슬픔과 우울함을 치밀한 묘사에 실어 산에 담아내어 전체적인 획을 긋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 생각났던 이유는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거대한 자연, 산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대 자연을 대비하는 격렬함의 극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심심할 때 마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마크스의 산을 읽고 있다. 씹으면 씹을수록 묘하게 쓰리고 아픈 소설이다.
지금이야 일본 미스테리의 여왕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초보 작가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당시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때 당시 다카무라 가오루는 미야베 미유키와 실제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다카무라 가오루는 회사 생활을 하며 틈틈이 쓴 작품 "리비에라"를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다고 생각해 응모를 하는데, 이 처녀작이 일본추리서스펜스 대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어 최종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해 대상은 미야베 미유키의 "마술은 속삭인다"가 차지했다.ㅎ 그 해가 1989년도 였다. 미야베 미유키는 87년에 데뷔하여 이미 "우리 이웃들의 범죄"로 일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고 활동을 계속하고 있을 때였다. 일반 직장여성의 처녀작이 기성 작가의 수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국내에 나온, 혹은 나왔던 건 이정도? 고다형사 시리즈인 석양에 빛나는 감은 절판되었지만 곧 손안의책에서 나온다고 했고, 처녀작인 리비에라를 개고한 리비에라를 쏴라가 아마 올해 안에 노블마인인가 어디에선가 나온다고 들었다. 다카무라 가오루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근데 너무 다들 늦게 나오는 것 아닌가;; 하긴. 고려원 부도나고 마크스의 산 나올 때 까지 10년도 기다렸는데 이걸 못 기다리겠는가!!
황금을 안고 튀어라는 무려 권일영씨가 번역한 작품. 일본 추리 서스펜스상도 수상한 작품이면 말 다했지 뭐.ㅎ 하지만 꽤나 호불호가 갈린다고.
아, 요즘 리오우를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뭔가 이건 남남커플의 이야기라고...;; 리오우라는 중국 청년과 일본 대학생의 사랑 이야긴데, 리뷰를 보면 둘이 만나는 건 단 두 번 뿐. 처음 한 번 스쳐지나가고, 다음에는 죽기 전 장면이라는데... 음 단 한 번 보고 사랑에 빠질 정도면 그만큼 강렬한 소설인 걸까. 초큼 고민중.



뭐 이것도 일본 표지를 보자면 다들 그냥그냥.... 특히 저 마크스의 산은 너무나도 대놓고 흰 산이다;;; 그냥 다른건 모르겠고 국내 리오우 표지는 참 마음에 든다.ㅎㅎㅎ
3. 일본 미스터리의 대모, 미야베 미유키
일본에서는 이렇게들 많이 부르는 듯. 아니면 마츠모토 세이쵸의 맡딸, 이라거나.ㅋㅋㅋㅋㅋ
일본 작가들이 꽤나 다작을 하는걸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처럼 꾸준하게, 많이 쓰는 작가도 드물다. 국내에 나온 미미여사의 책들을 보면 그저 입이 떡 벌어진다;;; 가격때문이 아니고 기대하며 사긴 사도 이 책들을 언제 다 읽나 싶은 걱정도 반반.ㅋㅋㅋ 각 출판사 성향도 있겠지만 그 두꺼운 책도 한 권이 아닌 두권, 세권씩 시리즈로 나오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








대충 아는것만 꼽아도 이정도;;;; 미미여사 책 포스팅 다 하려면 한 달도 부족하다;; 워낙 다작을 하셔야 말이지. 미스터리도 미스터리지만 괴담에까지 넓은 영역을 자랑하신다.
미미여사 소설의 특징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라는 것. 당시의 사회, 시대상과 연관지어 그 냉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 저질러야만 했던 안타까운 범죄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다카무라 가오루가 선이 굵은 남성적인 과감한 필체를 사용한다고 하면 미미여사는 세밀하지만 조금 냉소적인? 문체. 그리고 강렬한 캐릭터. 특히 모방범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개성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 미미여사 작품의 최고봉이 아닐까.
그런데, 미미여사의 작품 중 정말 깜짝 놀란 것은 정작 다른 책. 바로 저 이코.ㅋㅋㅋㅋㅋ 게임을 대상으로 퀄리티 있는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놀랍고, 미스터리로 유명한 작가가 게임 속 세상으로 소설을 써 보자고 결심해서 진짜 책을 낸 것도 대단하다.ㅎ
그리고 곁다리지만, 미미여사 책을 보면 다들 번역 솜씨들이 대단하신 듯. 외딴집이나 괴이같은 것은 상당한 고어체를 무난하게 소화해 냈는데 옛날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히는게 신기할 지경. 그들 말투 하나하나에서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져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는 맛이 있다. 원작이 뛰어난 탓도 있겠지만 역서까지 이렇게 훌륭하면 할 말 다 한거지 뭐.ㅎ 게다가게다가!! 표지들이 다 마음에 든다. 다들 너무 분위기 있고 깔끔해서 표지만으로도 소장 욕구를 부추기는.ㅎㅎㅎㅎ
아,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 하나. 미미여사와 우부메의 여름 시리즈 작가인 교고쿠 나츠히코, 노란 흡혈귀를 쓴 오사와 아리사마 셋이 모여 사무실을 만들었댄다.ㅎㅎㅎ사무실 이름은 각자 세 사람의 이름 한글자씩을 딴 다이쿄쿠구(大極宮)라고.ㅎㅎㅎ
일본 표지들도 살짝 보자면,



저 맨 왼쪽 표지는 뭘까!! 좀 예쁜데.ㅎㅎㅎ 찾아보면 되지마 조금 귀찮다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야베 미유키 책은 작가가 그렇게 부탁을 했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표지가 참 예쁘다. 물론 저 낙원은 예외;; 이유도 나름 깔끔한 디자인.ㅎ
4. 온다리쿠
온다리쿠는 일본에서 딱히 타이틀이 걸려있는 것 같지 않지만;;(검색해도 없;;) 그래도 난 좋아한다고!!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유지니아! 10년전에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음독 몰살사건에 대한 기억으로 각 챕터마다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다. 일가족과 마을사람 15명이 죽고 당시 그 집에서 살아남은 것은 눈이 보이지 않는 어린 소녀 뿐.
매 회 마다 다른 말투에 다른 기억, 과연 한 작가가 쓴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글쏨시에 이만큼 두꺼운 책을 몇 시간만에 완독해 버리고 급하게 물을 벌컥벌컥 마셨던 기억;; 딴에는 물 마시러 잠깐 나가는 시간도 아까웠던 모양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원서를 사기는 했는데, 번역서가 더 낫더라. 원서에서는 매 회마다 달라지는 말투를 피부로 느낄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ㄷ. 내가 일본인이었다면 조금 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내가 쓰는 일본어는 모국어가 아닌 2차적으로 학습된 일본어니까.ㅎ
어쨌든, 온다리쿠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르쳐 주는 문장이 아닌 드러내는 문장이라는 것.
"철수는 똑똑하다."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 그 철수가 독자로 하여금 똑똑해 보이도록 문장에서 잘 드러내 준다.







그럼 내가 온다리쿠의 작품을 다 좋아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처녀작인 여섯번째 사요코는 내다 버리고 싶고 서점 대상을 수상한 밤의 피크닉은 내가 무딘건지 어떤건지 지루했다. 금지된 낙원은 심지어 보다 말았다. ㅎㅎㅎㅎㅎㅎ 그치만 온다 리쿠는 유지니아 저 하나만으로도 내게 엄청난 충격을 남겨줬기 때문에 다른 작품이 어찌됐든 나에게는 여전히 완소 작가이다. 도미노와 나비는 저 표지만으로 너무 갖고싶다.



온다 리쿠도 일본 표지는 삼삼한 편. 하지만 한국 표지도 뒤지지 않는다.
요즘 워낙 쟁쟁한 작가들이 많이 나와서 오나리쿠에 대한 애정을 잠시 닫고 있었는데, 다시 활동을 재개해야 할 듯. 기다려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