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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라푼첼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무슨 내용이냐?"
언니가 물었다.
"중학교 남자애랑 30대 주부가 사랑하는 이야기."
"-_-넌 뭐 그런걸 읽냐;;"
아니야! 아니라고!!
정말 순수한 사랑이다. 이만큼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별로 없어!
옆집 아들인 루피오와 광고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둔 외로운 주부 시후미의 가슴 절절하도록 순수한 사랑.
시후미는 매일 파칭코에 간다. 할 일이 없어서다. 밤에 잠도 잘 못잔다. 할 일이 없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은 너무 바쁘고 임신을 하기에는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힘들다. 겨국 그녀는 파칭코를 하러 간다. 어느날 파칭코에서 나가다가 루피오를 만나도 둘은 이유도 없이 친해진다. 학교를 땡땡이치고 시후미 집에서 밥을 먹고 훼미콤 게임을 한다. 비디오를 빌려와 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시후미는 파칭코에서 만난 대머리 아저씨와 술에 취해 모텔에 간다. 그 아버지는 루피오의 아버지. 시후미는 이미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저 그 순간 그렇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후로 셋은 시후미의 집에서 자주 모인다. 게임을 하고 밥을 함께 먹는다. 처음부터 가족이었던 듯 셋은 평온하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시후미의 남편이 집에 들어와 셋이 함께 있는것을 보고 잠깐 짐을 챙기러 들어왔다며 별 반응없이 집을 나간다. 하지만 그 순간 시후미와 루피오, 그리고 루피오의 아버지는 각자의 환상이 무너졌음을 느낀다. 그리고 루피오의 아버지는 시후미에게 청혼하지만 시후미는 더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 루피오의 아버지와 결혼해서 루피오를 아들로 두고 싶은것이 아니다. 시후미는 루피오를 사랑했던 것이다.
탑 속에 갇힌 공주 라푼첼 같이 건조한 삶을 살고 있던 시후미에게 다가온 운명같은 사랑. 일상을 배경으로 아무것도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그들은 그저 그렇게 사랑에 젖어들었다. 보는 내내 가슴이 저미어 오는 것 같은 슬픔을 느낀다. 중간에 얻어온 '다비'라는 고양이에 주인공인 시후미를 접목시킨 것은 그야말로 무릎을 칠 정도. 중학생과 30대 아줌마가 사랑에 빠진다는 건 현실에서는 거의 없을 이야기지만, 만약 그런일이 내게 일어난다면 나라도 이렇게 했을 것 같다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대응에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그리고 그때그때 느끼는 공감 100%의 절망. 차라리 둘이 도망이라도 쳤으면....
봄, 가을에 보면 좋을 법한 소설. 몇 년간 여애를 쉬어도 아무런 데미지가 없는데, 이 책을 펼칠 때 마다 나는 그렇게도 연애가 하고 싶더라...ㅋ
원서를 사서 봤는데 번역서가 더 나은 것 같음. 무엇보다 원서에서는 루피오가 시후미에게 반말을 쓰니까 왠지 분위기가 안 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