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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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벅찬 것은 아니지만 음미하느라 느리게 읽은 책. 한가지 이유는 짤막한 글이 꽤 많이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저자의 감정에 휩싸여 스미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 책이 떠올랐다. 문체와, 분위기가 최근에 읽은 고 김진영 철학자의 『아침의 피아노』를 떠올리게 했는데 놀랍게도(?) 이 책을 번역하신 분이 김진영 철학자였다. (살펴보지 않고 읽었는데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 특유의 쓸쓸함 속에서 대체할 수 없는 사랑과 슬픔, 애도, 막막함이 돋보이는 것이 꽤나 비슷하였다.

 다른 하나는 카뮈의 『이방인』이었다.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에 감정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다면, 이 저자는 어머니가 죽은 다음날부터 끝없이 침잠하는 애도 속에서 글을 남긴다. 그를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추모 책인 만큼,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실의 슬픔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어머니의 본질과 애도라는 감정의 정의에까지 슬픔을 철학적으로 표현한다. 단순한 슬픔을 넘는, 대체할 수 없는 애도의 감정에 잠기고, 완전히 빠져버리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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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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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라본 로빈슨의 자서전이다. 흑인 그리고 여성이며 평범한 중산층 가족과 함께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런 그녀가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서 미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되었는지, becoming의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일단 글 자체로 보면, 묘사와 회상이 탁월하여 영화를 보듯이 미셸의 지난날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 순간에 느꼈을 감정과 깨달음에 대한 표현도 잘 되어있어 꽤 두꺼운 분량에도 지루함 없이 전달받을 수 있었다. 또한, 마음에 들었던 점이 퍼스트레이디라면 품위를 위해 좋은 말과 본인을 신격화하는 표현만 쓸 것 같았는데, 한문장 한문장이 솔직하고 유머까지 겸비되어 본인을 낮추는 데 스스럼이 없어 더욱 미셸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알게 되는데 도움이 되었다.

 두번째로 인물을 보면, 영리한 미셸 자신을 포함하여 자상하지만 자립을 돕는 어머니와 항상 도움을 주되 인생을 철학을 불어넣는 아버지, 정치 세력이 막강한 목사의 딸과의 깊은 인연 등 읽다보면 미셸이 최고인 학교의 학생으로, 최고의 변호사로, 미국의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로 how become 했는지 수긍이 된다.

 건반이 뜯어진 피아노를 배우던 어린 시절부터 대학, 변호사 생활, 오바마를 사랑하게 되고 퍼스트레이디에 이르기까지의 화려하고 눈물겹게 노력한 스토리를 다루는 책이다. 세계 사람들의 롤모델로서 지금도 놀라운 행보를 거듭하는 그녀를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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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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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자마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인 라틴어 수업이 떠올랐다. 비슷하면서 참 다르다. 일단 제목에서 보이듯이 라틴어를 다룬다는 점이 같다. 의외로 언어를 좋아하는 나에게 새로운 언어는 언제나 어렵지만 놀랍기도 하다.

 다른 점이 중요할 것 같아 명확히 적어보려 한다. ‘라틴어 수업은 주로 철학이나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을 라틴어를 매개로 전달하는 책이었다. 반면에 이 책은 주로 역사적 사실이나 신화를 따오면서 라틴어를 가르친다. 우열을 가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이 두 권 다 나에게는 최고의 책이다.

 최근에 그리스로마신화를 자세히 공부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인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책은 정말로 라틴어 문장에 무게를 실어 쓴 책이라는 점이다. 각 장마다 서론에서는 관련 어구의 역사적 배경이나 신화를 설명하고 마무리는 문장을 단어와 문법에 대해 설명한다.

 문장이 많이 수록된 만큼, 각 문장에 대해 짤막한 역사 지식도 얻을 수 있고 라틴어도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단어나 문장 구조가 익혀진다. (신기한 일이었다.) 라틴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재미있고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책이라 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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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제니 로슨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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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고 많은 반성을 했다. 무슨 반성을 했냐하면 그동안 서평에서 이 책은 솔직담백하다라는 말을 너무 남용했구나 라는 반성을 했다.

 이 책은 정말 솔직하다.. 아 담백하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끌릴 수 밖에 없는 책이다.. 너무 솔직하거나 적나라한 표현에 깜짝 깜짝 놀라면서 읽었다. (잠이 확 깬다.) 또는 저자의 집에 있다는 죽은 너구리가 박제된 사진도 보고 깜짝 놀랐다. 터무니 없는 농담과 sarcasm에 픽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까지 신나고 마는.. 그런 책.

 서평을 쓰다 보니 자우림의 <일탈>이라는 곡이 생각나는데, 저자에게 그런 톡톡 튀는 생각과 행동들은 일탈이 아닌 일상이다. 저자는 지독한 우울증을 앓다가 “furiously happy!” 격하게 행복하라운동을 시작하여 우울증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울증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을 앓을 때 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지 않고 행함으로써 격한 행복으로 대체하는 운동이다.

 계속해서 읽다 보니 사실 저자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사실 매우 정상적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가까이 알게 되면 똘끼가 다분한 경우가 다반사이다. 거의 100%. 누구든 집 안에서나 자기 방 안에서의 진짜 모습’, 혹은 자신의 내면이 정상적이라고 우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의 솔직한 이야기이고, 누구나 이에 공감하며 머릿속으로 자신의 똘끼를 떠올리며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나는 똘끼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을 대할 때 가면 딱 쓰고 얌전한 척 하는 데 지긋지긋하고 지친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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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 - 폭력과 갈등으로 얼룩진 20세기의 기원
로버트 거워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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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많은 분야에서 지식의 스펀지가 구멍이 뻥뻥 뚫려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구멍이 많이 뚫려 흐물흐물할 지경인 분야가 바로 현대사 특히 전쟁 영역이다.

세계 대전의 혼돈의 평화로 유럽의 폭력적인 이행이 이 책의 주제이다. 1차 세계 대전의 승전국이 아닌 패전국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따라서 책의 시작은 패배이며, 혁명과 반혁명과 제국의 붕괴가 그 뒤를 잇는다.

오늘의 세계 정세를 결정지은 파국의 세계 대전을 다른 관점에서 조명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1000만명의 전사자와 2000만명의 부상자를 낳은 사상 최악의 세계 대전은 정전 협정으로 끝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공식적으로는 막을 내린 전쟁이지만 패전국의 전후의 파괴적인 내전과 민족 분쟁이 아직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꼬집으며 저자는 심층적으로 접근한다.

우리는 세계 대전 이후의 유럽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승전국의 평화가 아닌 패전국의 혼돈에 집중함은 전쟁의 참상을 논함에 있어 당연한 수순이다.

나처럼 현대사..못인 사람들에게 패전국의 시점에서 역사를 깊게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전쟁의 잔혹함과 폭력적인 이해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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