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좀 더 잘 할 수도 있었겠지.
좀 더 현명해질 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삶에 연습이란 없고 꿈에 실험이란 없다.
때론... 악몽일지라도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도 있는 것이다.
...그런... 꿈을 꾼다는 것은 세상이 계속된다는 거겠지...
나는 다시, 또... 다시 태어...날테다.

- 김혜린의 <불의 검> 중에서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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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씨, '고구려의 恨' 상상력의 영토 넓히다


▲ 김진씨
고구려 2대 유리왕과 3대 대무신왕, 대무신왕의 아들인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련을 선굵은 역사만화로 빚어낸 ‘바람의 나라’ 김진씨가 자신의 만화를 이번에는 소설로 썼다.

“만화로는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고 싶었습니다. 만화도 제가 썼지만 장르를 바꾸니 내용이 또 바뀌고 다른 이야기들이 생겨나더군요.” 김씨가 ‘바람의 나라’를 시작한 것이 92년. 역사 소재에 심리극과 무협적 요소를 가미한 이 독특한 순정 만화는 벌써 13년째 21권의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2001년 뮤지컬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고, 온라인 게임으로도 발전시켰다. 만화로 뮤지컬로 그리고 게임으로 상상력을 넓힌 ‘바람의 나라’ 주인공은 대무신왕(大武神王) 무휼(無恤)이다.

“세상은 대무신왕보다는 그의 아들 호동과 낙랑공주의 사랑을 기억하지만 내 만화는 호동의 죽음까지도 대무신왕의 자리에서 해석하고 있어요.” 만화가 한 명의 주인공에 초점을 맞춘 반면 소설은 여러 조연들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했다. 소설 속 유리왕의 비중은 만화에서와 비할 바가 아니다. “유리왕은 고아처럼 자라다 뒤늦게 동명성왕을 찾아가 태자가 되고 왕좌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권력기반이 취약했을 겁니다.” 설명이 이어진다.

“소설에서는 막내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나머지 두 아들은 죽음으로 몰아간 유리왕의 내면을 충분히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만화로는 못다한 얘기를 풀어놓았기 때문인지 시리즈 1권 반 분량에 해당하는 내용만 다뤘을 뿐인데도 소설로는 두 권이 됐다. 작가는 “만화의 나머지 부분도 소설로 쓸 생각”이라며 “한 열 권 이상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년여 전 무대에 올랐던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만화 중에서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비련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만화는 전체 이야기의 절반밖에 안 쓴 상황. 쓰지도 않은 뒷부분 이야기를 뮤지컬이 미리 빼서 보여준 셈이다. 김씨는 그러나 “뮤지컬의 배경음악은 마치 내 만화 캐릭터 뒤의 배경 화면을 다른 장면으로 새로 그려 넣은 느낌이었다”며 “느낌이 다르다면 같은 줄거리로도 전혀 다른 작품일 수 있고 해석마저 달라진다”고 말했다.

12년이란 시간은 만화 내부에서조차 변화를 만들어냈다. 김씨는 컴퓨터를 켜더니 8년 전에 그린 대무신왕과 최근의 대무신왕을 한 화면에 겹쳐 보여줬다.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예쁘장했던 왕의 얼굴이 어느새 말 없고 강인한 무사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무엇보다 나 자신이 12년 전의 내가 아니다”고 말했다.

작가 한 사람의 이름으로 공동 창작한 만화가 하룻밤 사이에 수십권짜리 시리즈로 뚝딱 만들어져 나오는 판에 김진은 ‘바람의 나라’와 함께 나이 먹으며 변해가고 있다. 뮤지컬과 소설은 ‘바람의 나라’라는 오래된 나무에 새겨진 나이테다.

(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404/2004040902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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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뛰네, 가슴이 뛰네….

바람이 불어 그럴까,

먹장 구름이 끼어 그럴까,

삼백 예순날 눈비가 쏟아져 그럴까….

 

아니야, 아니야… 지난 밤 꿈 속에,

눈물빛 어여쁜 사랑꽃을 보았지….

밤새도록 노닐다가 그만 가슴을 찔렸다네.

그 잎새, 그 가시 달기도 하여 아픈 줄도 몰랐다네.

 

나고 자람이 또한

그와 같다고 옛노래에서 들었건만.

사랑하다 죽으리라고…

그런 노래들 또한 세상엔 많더라네.

 

아무렴…

사람들아, 내 말 들어보소.

 

억수장마가 진들 어때. 비 그치면 무지개 뜰 텐데.

금옷 주렴 없으면 어때. 천리만리가 풀옷감인데.

훌하니 올라 무지개 타고 님 만나러 가는 길에

차라리 벗은 이 몸보다 더 장한 맵시가 있다던가!

 

님 앞에 훌쩍 열어보일래

내 가슴에 어찌도 커단 상처 있는지.

착한 내님 눈물 글썽여 고운 입술로 입맞춰 주시지.

애오라지 타던 가슴 한숨 한숨 닦아 주시지.

 

하하 웃으며 주억일래 참 귀한 상채기라…

잡티 하나 없는 목숨들 큰 바람 앞에 무너져도

이 몸은야 세상 바람이 그리루 다 빠져 달아나더라.

 

목숨은 남아도 눈물도 남더라.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이젠 네가 메워다오.

네 아픈 데 나 들 테니, 내 상처엔 네가 들렴.

 

… 이리 안고 다시는 아니 놓칠래…

 

- <불의 검> 9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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